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진 고령자는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이 생길 위험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
겨울철에는 빙판길 낙상, 추위로 인한 근육 경직, 운동량 감소 등으로 골절 발생률이 높아진다. 특히 노년층에서 손목, 고관절, 척추 골절이 흔하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진 고령자는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이 생길 위험이 높다. 낙상 사고는 한번 발생할 경우 재발 위험도 높아지고, 거동이 힘들어질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7월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던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발생한 안전사고는 581건에 달했다. 이 중 미끄러짐·넘어짐·추락 등 이른바 ‘낙상' 사고가 531건으로 전체의 91.4%를 차지했다.
이동 중 사고뿐 아니라 집 안에서의 낙상 사고 사례도 많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낙상 사고의 약 절반(43.6%)은 가정 내에서 일어났다. 특히 겨울철에는 빙판길 사고가 주목받지만, 추운 날씨로 실내 생활이 늘면서 주방·욕실 등에서의 낙상 위험도 함께 커진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정형외과·척추파트 손희종 교수는 "골다공증 환자는 아주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질 수 있기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집 안에서도 항상 낙상에 주의해야 한다"며 "만약 골절이 발생했다면 단순 치료에 그치지 말고 재골절을 막기 위한 골다공증 치료를 즉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자에게 골다공증성 골절은 단순한 뼈 손상에 그치지 않는다. 한 번의 골절은 일상 활동 능력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장기적인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폐렴이나 혈전 같은 합병증으로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더 큰 문제는 ‘재골절'이다. 골다공증성 골절을 한 번 겪으면 척추·고관절·손목 등 다른 부위에서 다시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실제로 골절 경험이 있는 여성의 41%는 첫 골절 후 2년 이내에 다시 골절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골절의 72%는 척추에서 발생하며, 고관절 재골절은 첫 골절보다 사망 위험이 더 높다. 고관절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은 20~24%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손 교수는 "고관절 골절은 척추 골절보다 사망 위험이 훨씬 높다"며 "척추는 부러져도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하지만, 고관절은 아예 걷지 못하게 되어 전신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고관절 골절은 수술이 필수적이며, 이는 고령 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학계에서는 최근 1~2년 내 골절을 경험한 환자, 골밀도 T-점수가 -3.0 이하인 환자, 이전 골절 병력이 있으면서 T-점수가 -2.5 이하인 환자 등을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골밀도 수치와 관계없이, 이미 골절을 겪었다는 사실 자체가 뼈가 심각하게 약해졌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골밀도 T-점수'는 뼈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지표로 뼈가 튼튼한 정상인의 골밀도와 비교해 골량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알 수 있다. 골밀도 T-점수가 -1.0이면 정상인에 비해 뼈의 양이 10~15%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T-점수가 1만큼 감소하면 골절 발생 위험이 2~3배 이상 증가한다. 이런 초고위험군에게는 단순히 골소실을 억제하는 치료보다 뼈 형성을 적극적으로 촉진하는 치료가 권고된다.
최근에는 골형성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골흡수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의 치료제도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모소주맙은 1년간 월 1회 피하주사로 투여되는 골형성 촉진제로, 임상연구에서 골밀도를 유의하게 증가시키고 척추 골절 위험을 크게 낮춘 것으로 보고됐다. 폐경 후 여성 골다공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새로운 척추 골절 발생 위험을 대조군 대비 73% 감소시켰다.
손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골흡수 억제제를 쓰다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해 골형성 촉진제로 넘어가는 것보다, 처음부터 골형성 촉진제를 먼저 사용하고 이후에 골흡수 억제제로 관리하는 것이 골밀도 개선 및 골절 예방에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미국 등 해외 학회에서도 주요 골절이 하나만 있어도 이 치료제를 먼저 쓰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음에도 실제 환자들이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손 교수는 "현재 의료보험 급여 기준이 매우 엄격해 실제 혜택을 받는 환자가 거의 없다"며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하면 수치와 상관없이 골형성 촉진제를 먼저 쓰라고 권고하지만, 보험 기준은 골흡수 억제제를 충분히 사용했음에도 골절이 발생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고령자의 낙상과 골절을 ‘운이 나쁜 사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것은 이미 뼈 건강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살짝 미끄러졌을 뿐인데 뼈가 부러졌다면, 몸이 보내는 경고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골절 이후의 선택이 이후 삶의 질과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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