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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 지역균형 이루려면 선거용 셈법 없어야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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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 지역균형 이루려면 선거용 셈법 없어야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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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특별시에 4년간 20조원 투입
6월 지방선거 표심 흔들기 의구심
주민동의절차·야당 협의 거치길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16일 발표한 ‘행정통합 인센티브’방안은 통합 지자체에 4년간 최대 20조원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명칭은 통합특별시로 정해졌고 서울시에 준하는 위상과 지위도 부여한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한 ‘5극 3특(5개 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체제 만들기에 시동이 걸린 셈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방주도 성장’이 국가발전을 위한 필수 전략이고 행정통합은 이를 추진할 열쇠”라고 했다.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저출생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지방은 고사 상태다. 행정통합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권의 인식은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행정통합 추진 시점과 절차다. 광역지자체 통합 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마다 추진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초됐다. 문재인정부 시절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메가시티가 논의됐고 2024년에도 대구시와 경북도가 2026년 7월까지 통합하기로 합의했지만, 양측의 이해 갈등 와중에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선거전략과 정파적 계산에 따라 졸속으로 진행되다 보니 정책신뢰와 추진 동력이 생겨날 리 만무했다. 여권이 6·3지방선거가 코앞에 닥친 시점에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밀어붙이자 야당은 선거용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행정체계의 골간을 새로 자는 행정통합은 5년 단임 정부가 좌지우지할 사안은 아니다. 여야 합의로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가 발표한 인센티브방안을 보면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통합에 4년간 모두 4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행정통합 교부세와 지원금까지 신설한다고 한다. 공공기관 이전 때 우선 배려하고 입주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도 주는 건 덤이다. 나라 곳간이 이런 퍼주기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다른 지자체들도 형평성을 이유로 반발할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는 주민투표까지 생략하고 시·도의회 의결만으로 6월 지방선거전 통합작업을 끝낼 태세다. 마산·창원·진해의 통합사례처럼 통합특별시 명칭이나 청사위치, 예산 배분을 둘러싼 지역주민 간 대립이 심화할 게 뻔하다. 절차를 무시한 졸속통합은 내홍과 갈등을 부를 따름이다.

지금과 같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방치하다가는 지방소멸을 넘어 국가위기로 이어진다는 건 상식이 된 지 오래다. 대전과 충남이 통합하면 인구 360만명의 새 자치단체가 탄생한다. 연구·과학 중심 도시인 대전과 제조업·농업기반의 충남이 결합하면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지자체 통합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럴수록 국가의 미래와 균형발전이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야당과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하는 게 옳다. 인센티브 지원도 한시적인 현금성 살포보다는 중앙정부의 세수 이양이나 자치권한 확대와 같은 제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조남규 cool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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