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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실수에 기업도 처벌"…'양벌규정' 청탁금지법, 회피 방안은?

머니투데이 중소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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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실수에 기업도 처벌"…'양벌규정' 청탁금지법, 회피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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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권율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최근 검찰이 이른바 '일타 강사'로 불리는 유명 강사들과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 그리고 전현직 교사 등 50여 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 경험이 있는 교사들에게 금전을 제공하고 문항을 매입하거나 EBS 교재 등이 출간되기 전 문항을 미리 입수해 사교육 콘텐츠에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당국은 이를 교육 현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 사안으로 판단, 청탁금지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남권율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한) 대륜

남권율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한) 대륜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금품을 받은 교사, 제공한 사교육 관계자 뿐 아니라 사교육 업체까지 법의 심판대에 섰다는 사실이다. 이는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대외 협력이나 자문 계약이 자칫 기업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법적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기업 실무에서는 그 적용 범위를 오인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법이 규정하는 '공직자 등'에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사립학교를 포함한 각급 학교의 교직원, 학교법인 및 언론사 임직원까지 폭넓게 포함된다. 즉 기업이 마케팅, 자문, 강연 등의 목적으로 외부 전문가와 계약을 맺을 때 상대방이 이같은 '공직자 등'에 포함된다면 예외 없이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바로 양벌규정이다. 청탁금지법은 위반 행위를 한 종업원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법인에게도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학원 관계자가 업무와 관련해 교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행위가 인정된다면, 해당 학원 법인 역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기업 차원의 조직적인 지시나 방조가 있었는지, 혹은 위반 방지를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는지가 양형의 핵심 쟁점이 된다.

따라서 기업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에 내재화해야 한다. 먼저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분 확인 절차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자문 계약이나 강연 의뢰 시 상대방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국공립이 아닌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사 관계자도 대상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필요시 해당 기관장의 사전 승인 여부를 증빙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당한 권원에 대한 객관적 산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은 정당한 권원에 의한 금품 수수는 예외로 인정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통상적인 시세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지급하거나, 구체적인 용역 결과물 없이 자문료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은 뇌물이나 불법 금품으로 간주될 소지가 다분하다. 기업은 외부 용역비 지급 시 시장 단가에 기반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계약 내용과 실제 수행 업무의 일치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원칙은 직무상 비밀 및 미공개 정보 활용 금지다. 기업이 공직자 등으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비용을 지불할 때, 그 정보가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면 이는 청탁금지법 위반을 넘어 업무방해나 배임증재와 같은 범죄로 확대될 수 있다. 설령 형식적으로는 적법한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오가는 실질적인 정보가 상대방이 직무상으로 취득한 미공개 내부 자료라면 이는 불법 행위로 간주된다. 그렇기에 대외 협력이나 전략 기획 등 정보 수집이 잦은 관련 부서의 업무 진행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임직원들이 취득한 정보의 출처와 경위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 있는지 상시 점검해야 한다.

이제 컴플라이언스 역량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되었다. 법망을 피하는 소극적 대응을 넘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신뢰를 지키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경영진부터 실무자까지 조직 전체가 법적 감수성을 높이고 윤리 경영을 체질화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중소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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