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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해 뒤 5억 보험금…내연녀와 외제차 쇼핑한 남편 [사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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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해 뒤 5억 보험금…내연녀와 외제차 쇼핑한 남편 [사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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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비눌치고개 아내 살해 사건
보험금 노리고 살해…교통사고 위장
“죄책감 없어”…항소심도 징역 40년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50대 남편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단순 교통사고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보완 수사를 통해 범죄 정황을 포착했다.

2020년 6월 경기 화성시 비눌치고개 인근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의 아내(왼쪽)를 살해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오른쪽은 사건 현장에서 전소한 차량.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2020년 6월 경기 화성시 비눌치고개 인근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의 아내(왼쪽)를 살해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오른쪽은 사건 현장에서 전소한 차량.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3부(재판장 김종기)는 살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살인 등 혐의에 대해 징역 35년을,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5년 등 합계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주장처럼 교통사고로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시했다”며 “피고인의 변소 내용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도 않으며, 원심판결 이유를 면밀하게 살펴보면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무리한 사업 수행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등 독촉에 시달리고 경제적으로 곤궁해지자 치밀하게 계획해 아내를 살해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받거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서 범행 수범과 경위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매우 중하다”며 “아내의 장례를 치른 뒤 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보험금을 채무 변제로 사용한 뒤 외제차를 사서 내연녀와 함께 다니는 등 아내 사망 이후 죄책감 없이 지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생명을 박탈당했고 딸과 모친을 비롯한 유족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 탄원하고 있다”며 “전세사기 범행도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생활 기반을 침해하는 범죄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점 등을 모두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덧붙였다.

A씨는 2020년 6월2일 경기 화성시 비눌치고개 산길 도로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의 50대 아내 B씨를 차량에 태워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심정지 상태인 아내를 태운 채 차를 몰아 비탈길에서 고의 단독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사고 충격으로 차에 불이 붙자 아내를 끌어내 함께 차량 밖으로 빠져나온 뒤 수사기관 조사에서 “아내가 운전했는데 고라니가 튀어나와 교통사고가 났다”고 허위 진술했다. 교통사고를 위장해 사망 보험금 등 명목으로 5억2300만원을 타내고, 여행보험의 사망보험금 3억원을 더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피해자 부검 결과 사인인 ‘저산소성 뇌 손상’은 교통사고 전에 발생한 것이고 사체에서 저항흔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초동수사 때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을 내렸으나 의도적 사고가 의심된다는 유족의 민원을 접수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에 따라 다시 수사에 착수, A씨가 실제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보고 그를 입건해 사건 발생 3년여 만에 구속 기소했다.

사건 당시에도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보통 운전자는 위험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핸들을 돌려 동승자가 많이 다치는데 조수석에 탑승한 A씨는 별다른 외상없이 사건 4시간 만에 걸어서 퇴원했기 때문이다. 차량 전소로 블랙박스 영상 확보가 어려웠던 점도 한몫했다.


A씨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건 현장을 20여차례 사전 답사하고 아내 몰래 여행보험에 가입한 뒤 범행 전날 보험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당초 “가족들과 사이가 좋아서 여행을 자주 다녔고, 다음에 그쪽으로 캠핑을 가려고 캠핑 사전 답사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검찰은 유가족 등 참고인 조사를 통해 A씨에게 10년 넘게 만난 내연녀가 있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A씨가 나를 죽이고 보험금을 받으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B씨의 통화 녹취록도 확인했다.

A씨는 또 임차인 36명에게 14억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고 이후 검사와 A씨 모두 항소하며 항소심 재판이 이뤄졌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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