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국무회의 소집 안한 국무위원 7명 심의권 침해"
"공수처 직권남용·내란우두머리 혐의 수사권 인정"
"尹 일신·사익 위해 경호처 사병화"
"공수처 직권남용·내란우두머리 혐의 수사권 인정"
"尹 일신·사익 위해 경호처 사병화"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백대현 부장판사. 연합뉴스 |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하고 이후 수사 국면에서 경호처를 동원해 체포를 방해한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이뤄진 첫 사법 판단으로,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백대현 부장판사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윤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우선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이 일부 국무위원에 대해서만 소집을 지시하면서, 소집 통보를 받지 못한 국무위원 7명의 심의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피해자는 이주호(교육부), 유상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강정애(국가보훈부), 유인촌(문화체육부), 김완섭(환경부), 김문수(고용노동부), 강도형(해양수산부) 전 장관이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약 2시간 앞두고 국무위원인 한덕수·이상민·박성재·조태열·김영호와 조태용 당시 국정원장을 호출했다. 이후 국무회의가 필요하다는 한 전 총리의 건의를 듣고 추가로 최상목·송미령·조규홍·오영주·박상우·안덕근 등 6명에게만 연락했다. 다만 박상우·안덕근 전 장관의 경우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가던 중 계엄이 선포돼 심의에 참여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연락받지 못한 7명의 국무위원과 대통령실에 미처 도착하지 못한 국무위원 등 9명의 국무위원들이 헌정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엄 선포와 계엄사령관 임명 등에 대해 심의할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 |
다만 통지를 받고 미처 출석하지 못한 의원에 대해서는 심의권 침해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박상우·안덕근 전 장관에 대해서만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를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재판부는 모두 인정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의 수사권과 서울서부지법에 청구된 체포영장의 관할권 문제, 발부된 체포영장이 군사·공무상 기밀 압수수색에 관한 조항(형사소송법 110조·111조)을 배척해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던 중 관련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내란우두머리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며 "(두 혐의의) 사실관계가 동일해 매개 없이 직접 연결되고 직권남용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란우두머리 혐의 수사를 하게 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두 혐의 모두 수사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적법한 수사와 이에 따라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임에도 윤 전 대통령이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을 동원해 체포·수색을 방해한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특수공무집행방해·범인도피교사·직권남용·대통령경호법위반교사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호처 공무원들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하거나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며 "대통령으로서 가지는 막강한 영향력을 남용해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사실상 사병화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범행 내용 등에 비춰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었던 피고인의 범행으로 훼손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더해 볼 때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재판부는 경호처를 통한 비화폰 현출 방해 등 혐의와 비상계엄 해제 후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후 계엄선포문에 윤 전 대통령이 서명한 허위공문서작성죄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헌정 질서 파괴 뜻이 없었다'는 취지로 허위의 PG(프레스 가이던스)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는 무죄로 봤다.
당초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총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이같은 일부 무죄 사정 등이 반영되면서 구형의 절반인 징역 5년이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허위공문서 작성 등 범행의 경우 적극적으로 범행을 주도했다곤 보기 어렵고 형사처벌 전력을 받은 점이 없는 초범인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이날 선고공판에 대한 방송사의 중계신청을 허가하면서 12·3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첫 사법적 판단 내용이 생중계됐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 선고 당시에도 생중계가 이뤄진 바 있다.
한편 내란과 관련한 '본류' 사건인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는 다음 달 19일 오후 3시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선고에서 공수처의 내란 관련 수사권을 인정하고, 국무위원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며 절차적 위법성을 드러낸 점 등이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에서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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