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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경북 산불 유발한 2명, 1심서 집유…“고의 아닌 과실”

동아일보 의성=명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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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경북 산불 유발한 2명, 1심서 집유…“고의 아닌 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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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어둠이 짙게 깔린 경북 의성군 의성읍 업리 동사곡지(저수지) 뒤편 야산에 거대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2025.3.23/뉴스1

23일 오후 어둠이 짙게 깔린 경북 의성군 의성읍 업리 동사곡지(저수지) 뒤편 야산에 거대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2025.3.23/뉴스1


지난해 3월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경북 북동부를 휩쓴 역대 최악의 초대형 산불과 관련해 법원이 실화자들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의성지원 형사1단독(문혁 판사)은 16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모 씨(55)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정모 씨(63)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에서 이들에게 과실로 인한 산불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신 씨는 지난해 3월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조부모 묘 인근에 자란 어린나무를 제거하기 위해 불을 붙였다가 산불로 확산시킨 혐의를 받는다. 정 씨는 같은 날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의 과수원에서 영농 부산물을 태우다 불을 확산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당시 정부가 산불 예방 기간으로 지정하고 건조한 날씨 속 화기 취급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음에도 두 피고인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전례 없는 산불을 발생시켰다”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범행이고 인명 피해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신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우발적으로 불을 붙인 데다 스스로 119에 신고한 점 등을 들어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정 씨에 대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불을 끄는 등 사후 조치를 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의성군 안계면과 안평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북동부 4개 시·군으로 확산해 149시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산불감시원과 진화 헬기 조종사, 주민 등 27명이 숨졌다. 피해 면적은 9만9289ha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산불과 관련한 형벌을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는 대형 산불을 유발한 가해자에 대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형사 책임을 무겁게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부주의로 산불을 일으켜 사망자가 발생하면 과실치사 등 중범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 등 산불 다발 지역에서는 화재 위험을 인식하고도 적절한 관리 조치를 하지 않아 대형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경우 장기간 징역형이나 중대한 형사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있다. 호주 역시 일부 주에서 산불을 유발한 행위를 독립된 중범죄로 규정하고 고의성이 없더라도 다수의 사망자나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면 10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정형을 두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과실로 인한 산불의 경우 적용 법률이 주로 산림보호법에 한정돼 있다. 실화의 법정형 상한도 징역 3년에 그친다.

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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