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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세대는 트로피 안아보길”…차범근의 ‘미운 감정’ 속 40년의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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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세대는 트로피 안아보길”…차범근의 ‘미운 감정’ 속 40년의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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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한 소감’ 질문에 “미운 감정 든다” 답변
“2002년 아들 세대 4위… 손자 세대는 꼭 들길”
2002 우승 브라질 시우바는 ‘입맞춤’ 세리머니
16일 미디어 간담회…17일에 일반인에게도 공개
대한민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FIFA 월드컵 트로피 투어 by 코카-콜라’ 미디어 간담회에서 월드컵 트로피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FIFA 월드컵 트로피 투어 by 코카-콜라’ 미디어 간담회에서 월드컵 트로피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눈앞의 황금빛 트로피를 바라보며 묘한 고백을 남겼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FIFA 월드컵 트로피 투어 by 코카-콜라’ 미디어 간담회에서 월드컵 우승 진품 트로피를 마주한 소감을 묻는 배성재 아나운서의 질문에 차 전 감독은 짧지만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미운 감정이 듭니다.”

차 전 감독의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평생을 축구에 헌신하며 한국 축구의 기틀을 닦았지만, 선수로서도 감독으로서도 끝내 품어보지 못한 ‘세계 정점’에 대한 깊은 아쉬움과 애정이 교차하는 고백이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선수 출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 감독,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해설위원까지. 그는 수십 년간 월드컵 무대 중심에 서 있었지만 무게 6.175㎏의 이 트로피는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다. 불과 30㎝도 안 되는 거리에서 광채를 내뿜고 있었으나, 손을 뻗어 만지는 것조차 금지된 존재이기에 그가 느낀 미움은 곧 지독한 갈증의 다른 표현인 셈이었다.

차 전 감독이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없었던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엄격한 보안 수칙 때문이다. 18K로 제작돼 한국금거래소 기준 국내 시세로 단순 환산했을 때 그 가치만 10억여원으로 추산되고, 상징적 가치까지 포함하면 업계가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보는 이 진품 트로피는 오직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나 국가 원수만이 직접 만질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현장의 대비는 극명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 브라질의 2002 한일월드컵 우승 멤버 지우베르투 시우바는 여유롭게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월드컵이라는 무대가 가진 냉혹하면서도 숭고한 권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번 행사는 차 전 감독에게 더욱 남다른 감회를 선사했다. 그가 선수로 출전했던 1986년 월드컵 개최지 멕시코가 다가오는 ‘북중미 월드컵’ 주무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예선 경기가 모두 멕시코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트로피를 향한 그의 미운 감정 안에는 후배들이 자신은 가보지 못한 그 너머의 길을 가주길 바라는 간절한 응원도 섞여 있는 듯 보였다. 이를 강조하듯 차 전 감독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시작으로 1986년은 저희 세대가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며 “그 다음 2002년에는 우리 아들 세대가 4위에 올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우리 손자 시대에는 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안아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져본다”고 덧붙였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코카-콜라는 오랜 시간 한국 축구 발전에 누구보다 진심을 갖고 응원해온 브랜드로 오늘과 같이 뜻깊은 자리에서 한국 축구의 역사를 함께 써온 레전드들과 오리지널 FIFA 월드컵 트로피를 맞이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양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를 통해 코카-콜라와 함께 FIFA 월드컵 트로피가 전하는 금빛 기운을 나누고, 다가오는 FIFA 월드컵 2026을 향한 응원의 마음을 전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150여일간의 30개 FIFA 회원국 순회 중 한국을 찾은 이 오리지널 트로피는 17일 같은 장소에서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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