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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줄 돈’ 미리 주고 생색낸 MBK…홈플러스 ‘돌려막기’ 지원 논란

이데일리 허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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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줄 돈’ 미리 주고 생색낸 MBK…홈플러스 ‘돌려막기’ 지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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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증여 2000억 중 절반 대출로 전환
M&A 성사 시 지원 규모 1000억으로 줄어
우선변제권 챙기며 채권단 압박용 카드 활용
이 기사는 2026년01월16일 14시43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10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장의 시선은 분분하다. 매각 성공 시 무상으로 내놓기로 했던 지원금을 대출 형태로 미리 당겨쓰는 것에 불과해 실질적인 자금 확충 효과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단 일각에선 MBK가 우선변제권이 보장되는 DIP 대출의 특성을 활용해 실리는 챙기고, 대외적으로는 ‘회생의 마중물’이라는 명분까지 챙기려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줄 돈 미리 빌려준 것뿐”…결국 조삼모사 지원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이번에 긴급운영자금대출(DIP 대출)로 지원하기로 한 1000억원은 당초 홈플러스 매각 성사 시 지원하기로 약속했던 현금 증여액 2000억원의 절반을 활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M&A가 성사되더라도 MBK가 홈플러스에 지원할 순수 현금 규모는 2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줄어든다.

홈플러스 회생 개시 이후 MBK가 지원 예고한 전체 자금 규모도 5000억원으로 동일하다. 구체적으로 김병주 회장의 소상공인 결제대금 등을 위한 개인 증여(400억원), 지난해 4월 홈플러스가 DIP 금융을 차입할 때 김 회장의 연대 보증(600억원), 홈플러스가 회생신청 전 받은 증권사 대출에 대한 MBK의 연대 보증(2000억원)에 M&A 성사 시 지원할 2000억원을 절반으로 쪼개 이번 DIP 대출로 내어준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전체 지원 규모 숫자는 유지했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무상 증여는 줄고 우선 변제 대출은 늘어난 것”이라며 “새로운 자금 유입 없이 기존에 약속된 파이를 쪼개서 돌려막기한 셈”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지원이 DIP 대출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DIP 대출은 회생 절차에서 일반 채권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권리를 갖는다. MBK 입장에서는 나중에 증여로 사라질 돈을 지금 대출로 넣어 우선 변제 순위를 확보함으로써 오히려 투입 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묘수를 둔 셈이다.

이번 결정은 DIP 대출 참여를 망설이는 채권단에게도 압박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과 산업은행 등도 대출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존 채권단이 DIP 대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급여 미지급 등의 책임을 채권단에 전가하려는 명분 쌓기용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MBK는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는 약 10만명에 이르는 임직원과 가족들, 입점업체와 협력사들의 존속이 직결된 공동체”라며 “저희의 결정이 출발점이 돼, DIP 대출 협의가 빨리 마무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감성적 접근이 그간의 경영 실패와 자금난에 대한 대주주의 책임론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낸다.

채권단 관계자는 “MBK가 먼저 총대를 메는 모양새를 연출하며 ‘대주주도 나서는데 채권단은 뭐 하느냐’는 여론을 형성한 것”이라며 “작년에는 조건없는 무상 증여로 2000억원을 지원한다고 해놓고, DIP 대출로 은근슬쩍 전환하며 대주주로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