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 활성화 모색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님근, 오기형, 이강일 의원과 경제개혁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
더불어민주당이 주주대표소송 등 민사적 책임 추궁을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2월부터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증거 개시·신청 제도) 도입을 본격 논의하기로 했다. 또 대만이 자본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소액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만든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와 같은 공적 소송지원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디스커버리제도는 소송 당사자들이 재판 전에 상대방이 가진 증거자료를 강제로 제공받는 법적 절차로, 주요 증거가 기업 내부에 있어 원고(소수주주)가 확보하기 어려운 ‘증거 편재’ 문제를 완화할 수 있어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이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법령이나 정관을 위배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는데도 회사가 해당 이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때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 활성화 모색 간담회’에서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발제에서 “소수주주 입장에서 주주대표소송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엄격한 제소요건, 배상금의 회사 귀속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장애는 청구원인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피고의 답변 책임과 증거수집 절차의 강화를 위해 디스커버리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의 용역보고서에 담긴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개정안에는 당사자의 협력의무 및 진실의무 명문화, 소장 및 답변서 제출의무의 실질화와 재판장의 심사권 확대, 변론준비절차의 강화, 질문서 제도 도입, 문서제출 명령제도 개선, 증언녹취제도 도입제도 개선 방안이 담겨 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발제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이뤄진 주주대표소송의 선고 건수가 상장사 기준 21건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한 이유는 지분요건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일본은 주주대표소송이 단독주주권(1주)”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지분요건은 상장사 주주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하거나 0.01% 이상을 6개월간 계속 보유해야 한다. 그는 또 “법원이 이사의 선관의무와 충실의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있다”며 “충실의무가 문제되는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충돌 사건에서는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미국과 같이 완전한 공정성 법리를 적용하고, 입증책임도 이사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영판단원칙은 이사가 자신의 권한 범위 내에서 충분한 정보를 수집·검토한 뒤,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고 내린 경영상 결정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개인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용우 전 의원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주대표소송의 성패를 가르는 입증의 난제를 해결하려면 국가 차원의 증거 확보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증권 관련 민사소송 시장은 정당한 권리 구제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전형적인 시장실패 양상이어서 공적 소송지원 기구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대만이 설립한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는 2003년 설립 이후 2023년 말까지 20년간 300건의 집단소송을 제기해 18만5천명 이상의 피해자를 대리했고, 확정된 배상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1조4천억원에 달한다”며 “대표소송 분야에서도 112건을 제기해 약 754억원의 회사 손해를 회복했고, 198건의 이사 해임 및 자발적 사임을 이끌어내는 등 괄목할만한 운영성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은 경제형벌 및 민사책임 합리화 차원에서 과도한 형사처벌 대신 민사 중심의 책임 추궁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지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부터 쉽지 않고, 증거 확보도 어려우며, 소송 한건에 몇년씩 걸리는 등 소비자, 소액주주, 중소기업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며 “중소기업 기술탈취, 특허, 실용신안, 하도급법 등에 제한적으로 도입된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를 주주 피해 사건에도 확대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증거녹취제도, 독일식 전문가 사실조사제 등을 포함한 한국형 디스커버리제 도입 논의를 2월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상법 개정 이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반한 사안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보다 과감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게 중요하고, 경영자들도 이를 미리 예방하고 투자자들과 소통해야 한다”며 “디스커버리제도 도입을 위해 대법원과 법무부, 국회가 공개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형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 신설 구상에 대해 “논의가 가능하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정준호 의원 등이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 도입을 위한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민주당의 김남근, 오기형, 이강일 의원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공동주최했다.
글·사진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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