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계엄 선포 409일만…내란재판 첫 선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재판 7개 남아
계엄 선포 409일만…내란재판 첫 선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재판 7개 남아
채널A 캡쳐 |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8개 재판 가운데 나온 첫 사법부 판단이다. 지난해 7월 19일 내란특검이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해 기소한 지 181일만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는 409일 만이다.
● “尹 납득 어려운 변명에 반성도 안 해” 징역 5년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16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심 선고기일을 열고 “계엄 선포는 국민의 기본권을 다각적으로 침해하므로 예외적인 경우에 행해져야 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채널A 유튜브 캡처 |
백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국무위원 전원의 의견을 더 경청하고 신중을 기했어야 하는데 피고인은 12·3 계엄 관련 특정 국무위원에게만 소집을 통지해서 헌법을 위반했다”며 “통지 받지 못한 위원의 심의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권한 침해를 인정한 것이다.
백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법 질서 수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대통령의 독단을 막기 위한 절차를 경시했으므로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적법한 영장 집행을 방해했는데 이는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경호처를 사실상 사병화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공무집행방해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무력화하고 국가 법 질서를 무력화시키는 중대 범죄”라며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백 부장판사는 “그런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훼손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필요성 있는 점을 보아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 필요하다”며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의 절반에 해당하는 형량의 이유로는 윤 전 대통령이 초범인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들었다.
● 법원, 공수처 ‘내란죄 수사권’ 인정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5.09.26 사진공동취재단 |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3일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같은 해 7월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 의해 구속기소 됐다.
재판부는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 “피고인은 탄핵소추 의결로 권한이 정지돼 대통령으로서 직무 권한을 갖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며 ”경호처 직원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시켰다”고 판단했다.
공수처가 1차 체포 영장 집행에 실패한 뒤 2차 체포 영장 집행에 나선 과정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영장 집행이 위법하다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경호처 부장급 직원들과의 오찬에서 위력 순찰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은 경호처 대테러부장에게 실제로 위력순찰 지시했다. 이에 피고인은 김성훈 등에게 시켜 경호처 공무원들에게 의무에 없는 일 시킨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 부분은 지난해 윤 전 대통령 측과 공수처 측이 법리 다툼을 벌였던 부분이다. 당시 내란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 검찰, 경찰 중 누구에게 내란 수사권이 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날 재판부는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만 규정하고 있고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제한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상 소추와 수사기관의 수사는 분명히 구분되고 공수처는 대통령 직권남용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동안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해왔는데, 적법한 수사임을 확인한 것이다.
● “국무위원 일부만 불러…심의권 침해”
채널A 캡쳐 |
그간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청구해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 이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이 모두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일축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전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회의를 열어 여기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직권남용 등)도 받고 있다.
이 혐의 관련해서 재판부는 “모든 국무위원은 국무회의 구성원으로 국정을 심의할 권한이 있다”며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소집하는 경우 전원에게 소집을 통지해야 하고, 일부 국무위원에게만 소집 통지하면 그 심의권이 침해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 통지 받지 못한 7명의 국무위원 심의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계엄 해제 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서명)한 문서에 의해 계엄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만들고, 이후 이를 폐기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에 대해서는 “계엄 선포문은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고 공문서이므로 공용서류에 해당한다”며 “대통령기록물법 및 공용서류손상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 ‘계엄’이 ‘내란’인지는 판단 안 해
재판부는 계엄이 ‘내란’인지에 대해선 직접적인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다만 계엄이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만은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비상계엄이 ‘메시지 계엄’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무위원 전원에게 소집 통지를 하지 못할 만큼 밀행성과 긴급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 후 작성된 사후 계엄 선포문은 허위공문서로 봤지만 행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비상계엄 해제 후 대통령실 외신 대변인 등에게 “비상계엄은 정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배포하게 한 혐의에 대해 “대통령실 프레스 가이드(PG)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됐다고 해도 국민의 알 권리 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선고는 TV 등으로 생중계됐다. 법원이 방송사의 중계방송 신청을 허가하면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 생중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 내달 19일에는 내란 우두머리 사건 선고
법조계에서는 이날 선고가 비상계엄 사태 관련 주요 재판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에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계엄 선포의 절차적 하자 여부 등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도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체포 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왔지만 윤 전 대통령에게는 여전히 7개의 재판이 남아있다. ‘평양 무인기 의혹(일반이적 혐의)’ 사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 도피’ 의혹 사건 등이다.
특히 다음 달 19일에는 자신에게 사형이 구형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의 1심 선고가 이뤄진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김예슬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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