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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최근 자본시장에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소액주주 지분 공개매수 바람이 거세다. 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겠다”며 당근을 제시하지만, 소액주주들은 “미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헐값에 쫓겨날 수 없다”며 맞서는 형국이다. 단순히 현재 주가에 얼마를 더 얹어주느냐의 문제를 넘어, 자회사의 잠재적 성장성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에코마케팅 인수에 나선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오는 21일까지 에코마케팅 보통주 1749만 7530주(지분 56.39%)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에코마케팅은 스포츠 의류 브랜드 ‘안다르’의 모회사다.
베인캐피탈이 제시한 주당 매수가격은 1만6000원으로, 이는 공개매수 개시 직전 거래일 종가(1만700원) 대비 49.53%의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이다.
수치상으로는 파격적인 제안이다. 실제로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공개매수 개시 후 5거래일 만에 전체 대상 물량의 약 49%(860만 주)가 시장에서 소화됐다. 주가가 공개매수가에 근접하게 유지되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개인들의 매도 물량을 기관이 받아내는 전형적인 공개매수 성공 패턴이 나타나는 듯했다.
하지만 수면 아래의 기류는 다르다. 높은 할증률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주들은 지난 7일 5.34%의 지분을 결집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에코마케팅의 핵심 자회사인 ‘안다르’의 가치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소액 주주들은 이번 공개매수가 에코마케팅의 ‘알맹이’인 안다르의 성장 과실을 사모펀드가 독식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의심한다. 안다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2132억 원, 영업이익 251억 원을 기록하며 에코마케팅 전체 매출의 66.4%를 책임지는 핵심 캐시카우로 성장했다.
주주들은 “현재 주가는 안다르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며 “향후 안다르를 상장(IPO)하거나 매각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할 막대한 차익은 온전히 베인캐피탈의 몫이 된다”고 주장한다.
대주주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이 별도 계약으로 거래된다는 점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개매수신고서에 따르면 김철웅 대표 등 기존 대주주는 에코마케팅 지분 매각 외에도, 개인적으로 보유하던 안다르 등의 지분을 베인캐피탈 측에 별도 계약을 통해 약 139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베인캐피탈이 향후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다르만 별도로 매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본다.
프리미엄을 제시하고도 ‘헐값 논란’에 발목이 잡힌 건 에코마케팅뿐만이 아니다. 앞서 이마트는 신세계푸드 공개매수에 20%의 할증을 붙였으나 PBR(주가순자산비율) 0.59배 수준이라는 저평가 논란 속에 응모율이 저조했다. 한앤코의 SK디앤디 지분율은 두 차례 공개매수 후에도 78%대에 머물러 상장폐지 요건(95%)을 밑도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각사가 추후 ‘포괄적 주식교환’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전량 이전받아 소유 구조를 완전히 일원화하는 제도다. 모회사가 자회사 주주들에게 자사 신주를 발행해 교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모회사가 비상장 특수목적법인(SPC)일 경우, 인수 대상 주식의 가치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급하는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채택할 것이란 관측 또한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소액주주의 반발을 이해하면서도 과도한 헐값 프레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가 자체가 이미 기업의 적정 가치(Fair Value)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상당 부분 가산해놓은 가격”이라며 “충분한 근거 없는 비판은 시장의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한 가격이라도 대주주는 양도차익에 대해 막대한 세금을 내지만, 소액주주는 장내 매도 시 비과세 혜택을 누린다”면서 “세후 수익률 측면에서 따져보면 소액주주에게 사실상 더 높은 이익을 보장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