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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로용 ATV가 마을길을 달린다"…농촌 고령자 사고 반복

우먼컨슈머 임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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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로용 ATV가 마을길을 달린다"…농촌 고령자 사고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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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이동·운반 수단으로 널리 쓰이는 비도로용 사륜오토바이(ATV)가 안전장치·표시기준 부재와 이용자 안전수칙 미준수로 '사고를 부르는 일상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고령 운전자 비중이 큰 상황에서 비도로용 ATV가 도로를 오가는 관행까지 겹치며 전복·사망 위험이 구조적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 판매 ATV 16종의 안전성과 농촌지역 ATV 사용자 16명의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안전장치와 경고 표시가 미흡한 '비도로용' ATV로 도로를 주행하는 등 안전관리가 전반적으로 취약했다고 밝혔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ATV 사고 중 고령 운전자 비율은 2022년 69.2%(184건)에서 2023년 75.2%(197건), 2024년 75.7%(171건)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특히 ATV는 무게 중심이 높고 지형 영향이 커 타이어 공기압, 적재량, 탑승 인원에 따라 전복 위험이 급증할 수 있다. 최근 3년(2022~2024년) '차량 전복' 관련 사고율과 사망률은 ATV가 15.4%, 29.5%로 이륜차(3.0%, 9.1%), 승용차(0.1%, 1.0%)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전복이 곧 중대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문제는 위험이 확인돼도 제도는 비어 있다는 데 있다. 미국과 호주 등은 ATV를 소비재로 분류해 전복 안정성 기준과 표시기준을 마련하고, 전복 시 운전자가 깔리지 않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탑승자 보호장치(OPD)' 설치 등 보호체계를 운영한다.


호주는 2021년 10월 이후 OPD 장착을 의무화했다. 반면 국내에는 이 같은 안전성능·표시기준이 없어 사용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소비자원의 진단이다.

소비자원이 미국(ANSI·SVIA 1-2023)과 호주(ACCC 강제 표준) 기준을 준용해 16종의 안전요소를 확인한 결과, 조사대상 16대 모두 OPD가 없었다.

또한 '전복 위험성 경고', '권장 타이어 공기압', '적정 탑승 인원' 등 핵심 안전 표시사항도 미흡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용 실태조사에서도 '도로 주행'이 이미 일상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ATV로 도로를 주행하려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제작증이 부여된 '도로용 ATV'를 구매해 지자체 사용신고 및 전용 번호판 부착을 해야 한다. 그러나 조사 대상 이용자 중 62.5%(10명)는 마을 내 이동 등 도로 주행이 필요한 구간에 ATV를 사용하고 있었고, 18.8%(3명)는 읍·면 소재지 이동에도 이용한다고 답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신고·보호장구·정비 등 기본 안전장치가 동시에 무너져 있다는 점이다. 이용자 93.7%(15명)는 사용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으며, 미신고 이유로는 "농지나 마을 안에서만 이동"이 대부분(86.6%, 13명)이었다.

안전모 등 보호장구를 "항상 착용한다"는 응답은 18.8%(3명)에 그쳤다. 실제 점검에서도 조사대상 ATV의 25.0%(4대)는 후미등이 작동하지 않았고, 12.5%(2대)는 방향지시등이 없거나 고장 나는 등 안전관리가 소홀한 사례가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1월 경남도청·전남도청·충남도청과 함께 'ATV 이용 안전수칙' 포스터를 제작해 농촌지역에 확산하며 예방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소비자원은 전복사고에 대비해 안전모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회전 시 감속 운행할 것 비도로용 ATV로 도로를 주행하지 말 것 도로용 ATV 이용 시 사용신고 후 주행하고 타이어 공기압·브레이크 등을 수시 점검할 것을 당부하며 예방 활동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농촌 고령자 이동권을 지키려면 "그냥 타던 대로"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OPD 등 보호장치와 표시기준 마련, 비도로용 ATV의 도로 주행 관행 개선, 사용신고·안전장구 착용·등화장치 점검 같은 기본 수칙의 생활화가 동시에 작동하지 않으면, '매년 반복되는 사고'는 구조적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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