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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삭발 이어 단식까지…제주대 교수·학생은 왜 한겨울 거리로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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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삭발 이어 단식까지…제주대 교수·학생은 왜 한겨울 거리로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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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제주대 미래융합대학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가 15일 제주시 아라1동 제주대학교 정문 앞에서 사흘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보미 기자

김상미 제주대 미래융합대학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가 15일 제주시 아라1동 제주대학교 정문 앞에서 사흘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보미 기자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2026년 2월28일자로 계약이 종료된다’는 공문을 받았어요. 우리 단과대학을 없애려는 수순인 거죠. 너무 화가 나니까 굶어도 배가 안 고파요.”



지난 15일 오전 9시 제주시 아라일동 제주대학교 정문 앞. 해발 270m 중산간 지역의 한기에 얼어버린 천막 농성장에서 사흘째 아침을 맞은 김상미 미래융합대학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는 한뎃잠도, 단식도 “아직은 견딜 만하다”고 했다.



김 교수와 재학생, 졸업생이 함께하는 이번 단식 농성은 ‘미래융합대학’(미래대학)의 구조조정에 대한 항의로 시작됐다. 성인학습자를 위한 4년제 단과대학인 미래대학은 2017년 교육부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라이프) 덕분에 첫발을 내디뎠다. 첫해에만 국립대인 제주대는 3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단과대학에 신설된 실버케어복지·관광융복합·건강뷰티향장·부동산관리학과 등 4개 학과에 채용된 8명의 ‘기금교수’(외부 기금으로 보수를 받는 교수) 인건비 일부도 매년 지원금에서 나왔다.



김상미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와 재학생 1명, 졸업생 1명이 단식 농성 중인 천막에는 동료 교수와 학생·동문의 연대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서보미 기자

김상미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와 재학생 1명, 졸업생 1명이 단식 농성 중인 천막에는 동료 교수와 학생·동문의 연대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서보미 기자


그로부터 8년 만인 지난해 5월, 교육부의 이 사업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로 흡수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 정부로부터 대학 지원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제주도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다시 설계했는데, 이때 미래대학 기금교수의 인건비 등이 사업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는 기금교수 인건비의 전부를 제주대가 자체 예산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루아침에 신분이 불안해진 김 교수와 부동산관리학과 ㄱ교수는 당시 미래대학의 정상화를 촉구하며 삭발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대학본부는 결국 기금교수 8명의 계약을 종료하고, 계약교수 6명을 공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실제 현재 일부 학과는 기금교수보다 적은 급여를 조건으로 계약교수의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보복 인사’ 논란이 커졌다. 공교롭게도 강경 투쟁했던 김 교수와 ㄱ교수가 속한 2개 학과에서 교수가 1명씩 줄어드는 탓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삭발식을 한 뒤 총장이 구두로 기금교수의 신분 유지 등을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후 대학본부가) 교수가 삭발한 학과만 정원을 줄이면서 명확한 근거는 대고 있지 않으니, 우린 ‘부당 인사행정’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학본부는 “사업이 만료됨에 따라, 기금교수 운영세칙에 의거해 계약이 만료됨을 사전 통보했다”며 “(보복 채용)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자격이 되는 누구에게나 지원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개 채용으로 선발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제주대 보건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생들이 지난 12일 제주시 연동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습권과 연구권을 보장하라고 대학본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실버케어복지학과 기금교수의 계약이 종료되면, 대학원생의 논문 지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보미 기자

제주대 보건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생들이 지난 12일 제주시 연동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습권과 연구권을 보장하라고 대학본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실버케어복지학과 기금교수의 계약이 종료되면, 대학원생의 논문 지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보미 기자


문제는 대학본부의 이런 결정으로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수 8명의 몫을 6명이 나눠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비전임교원이라도 계약교수는 기금교수와 달리 강의를 주당 최대 9시간(기금교수는 12시간)만 할 수 있고, 대학원생의 논문 지도도 할 수 없다.



단식 중인 실버케어복지학과 강연화씨는 “원래 청소하는 일을 했었는데, 대학에서 공부한 뒤에는 작가도, 강사도 됐다”며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성인학습자에게는 강의만 하는 계약교수가 아니라, 4년간 멘토가 돼 줄 지금의 교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20일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부당 면직 등을 규탄하는 시위를 할 예정이다. 대학본부는 “추후 필요한 강의 인력은 학내 전임교원의 겸임 발령을 통해 미래대학 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고자 한다”며 “비전임교원도 공동으로 논문지도를 할 수 있게 학사 운영 규정도 개정 중”이라고 밝혔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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