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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P 데스크 칼럼] 푸틴의 '관계 회복' 신호, 한국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아주경제 서혜승 AJP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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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P 데스크 칼럼] 푸틴의 '관계 회복' 신호, 한국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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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과의 관계 회복을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속히 냉각된 한·러 관계를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발언이다. 다만 이 메시지를 곧바로 ‘화해 제스처’로 받아들이기에는 지정학적 현실이 지나치게 복잡하다.

푸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주러시아 대사 신임장 제정식 연설에서 “과거 한국과 러시아는 실용적 접근을 유지하며 무역과 비즈니스에서 정말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관계 회복을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타스와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전했다. 동시에 그는 “안타깝게도 양국 관계에서 긍정적 자산이 많이 고갈됐다”고도 평가했다.

이 발언의 핵심 키워드는 ‘실용’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단어가 지난해보다 훨씬 전면에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2023년 말과 2024년 중반, 푸틴 대통령은 한국과의 관계에 보다 직접적인 조건을 달았다. “관계 정상화는 한국에 달려 있다”거나,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거론하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과의 군사협력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던 시기였다.

이번 발언은 결이 다르다. 경고도, 조건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언급도 없다. 대신 “긍정적 자산이 고갈됐다”는 표현과 함께 과거의 ‘실용적 협력’을 소환했다. 이는 러시아가 한국을 특정 사안의 ‘행위자’라기보다, 서방 제재 국면 속에서도 관리해야 할 중견 파트너로 다시 위치시키려는 신호에 가깝다.

배경은 비교적 명확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서방과의 대립이 구조화됐고, 그 공백을 북한과의 군사 밀착으로 메우고 있다. 그러나 이 선택은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외교적 공간을 넓히기보다는 오히려 좁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북한군 파병과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은 한·미·일 공조를 더욱 단단히 묶었고, 한국과의 관계 회복 전망을 되레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이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러시아가 아시아에서 모든 선택지를 북한 하나에만 걸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의 반영이다. 이날 연설에서 그는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 가능성도 동시에 언급했다. 메시지는 일관된다. 러시아는 고립을 관리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한국의 선택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외교의 키워드는 ‘실용’이다. 미국과는 안보·경제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복원했고, 일본과도 관계 정상화의 실익을 분명히 하려는 접근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실용 외교는 모호한 중립과 동의어가 아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했고, 이는 국제 규범과 국제법을 중시하는 국가로서의 선택이었다. 동시에 한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고, 인도적 지원과 비살상 군사 장비에 선을 그어왔다. 이 ‘절제된 공조’가 한국 외교의 현실적 균형점이었다.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해온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주요 국제 통신사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 점”을 언급하며 관계 회복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한국의 ‘편 가르기 이탈’이 아니라, 지금의 신중한 태도 유지에 가깝다.

하지만 북한 변수는 이 균형을 위협한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제도화하고, 실제로 전장에 북한 병력이 투입되는 상황은 한국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은 실용 외교라는 이름으로 모호해질 수 없다. 북·러 군사 밀착에 대한 분명한 문제 제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기본적 공조는 한국 외교의 하한선이다.

결국 한국의 답은 ‘관계 회복’이 아니라 ‘관리’다. 원칙은 분명히 하되, 대화의 문은 닫지 않는다. 러시아가 던진 ‘실용’의 언어를 그대로 받아칠 필요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할 이유도 없다. 한국은 이미 선택을 해왔다. 국제 질서와 안보 원칙 위에서, 국익에 필요한 만큼만 소통하는 방식이다.


푸틴의 발언은 러시아의 필요에서 나온 신호다. 그것이 곧 한국의 선택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 외교가 지켜야 할 기준은 상대의 언어가 아니라 우리의 원칙이다. 국제 질서와 안보 규범을 훼손하는 행동에는 분명히 선을 긋고, 동시에 대화의 창은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그것이 중견국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외교다.

실용 외교란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유연함이 아니라, 계산된 절제와 일관된 원칙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관계의 복원이 아니라, 냉정하고 단단한 관리 능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주러시아 한국대사 이석배 대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오른쪽부터)이 1월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대궁전 알렉산드르 홀에서 열린 외국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TASS/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주러시아 한국대사 이석배 대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오른쪽부터)이 1월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대궁전 알렉산드르 홀에서 열린 외국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TASS/연합뉴스



서혜승 AJP 편집국장 ellenshs@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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