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좌완 전설 클레이튼 커쇼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에 오른다. 은퇴 이후 다시 공을 잡은 그의 선택은 '에이스'가 아닌 '헌신'이었다.
MLB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16일(한국시간) "커쇼가 2026 WBC에서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며 그의 대표팀 합류 소식을 전했다. 커쇼는 2023년 WBC 당시 보험 문제로 출전을 포기했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번 대회를 통해 생애 첫 WBC 무대를 밟게 됐다.
커쇼는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그는 "마크 데로사 대표팀 감독에게 난 그저 보험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누군가 잠깐 쉬어야 할 때나, 연투가 필요할 때, 만약 내가 던질 필요가 없더라도 이 팀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위대한 팀의 일부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개인 성과보다 팀을 우선한 발언이었다.
37세의 커쇼는 2006년 LA 다저스의 1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2008년 빅리그 마운드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다저스 마운드를 지키며 통산 455경기(선발 451경기) 223승96패 1홀드 평균자책점 2.53, 3052탈삼진의 성적을 올렸다.
올스타 11회 선정,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3회 수상, 2014년 내셔널리그(NL) MVP라는 대단한 커리어를 남긴 커쇼는 2025시즌을 끝으로 MLB 월드시리즈 3번째 우승 반지와 함께 화려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은퇴 후에는 다저스의 프런트 입단 제의도 마다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데로사 감독의 전화가 그의 마음을 바꿨다.
처음에는 코치직 제안으로 생각했으나 선수로서의 합류 요청이었고, 커쇼는 "10~12일 전부터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상태가 끔찍하지는 않았다"며 복귀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미국 대표팀 투수진에는 폴 스킨스, 타릭 스쿠발, 로건 웹 등 현역 최정상급 투수들이 즐비하다. 이로 인해 커쇼가 선발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그는 "팀이 필요로 하는 어떤 역할이든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불펜, 추격조 등 다양한 역할을 받아들일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미국과 대회 우승을 두고 겨룰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대표팀의 핵심이자 소속팀 다저스의 전 동료 오타니 쇼헤이와의 맞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긴장된다는 듯 솔직한 농담을 남겼다.
커쇼는 "만약 결승전에서 내가 일본을 상대로 던져야 한다면, 그건 팀 운영이 끔찍하게 잘못됐다는 뜻일 것"이라며 웃은 뒤 "오타니를 상대할 투수들은 우리 팀에 충분히 많다.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설의 마지막 무대는 '자기 과시'가 아닌 '팀을 위한 헌신'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은퇴 후에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는 커쇼의 선택은, 2026 WBC를 향한 미국 대표팀의 각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이다.
사진=USA Baseball / 연합뉴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