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왼쪽)이 지난해 4월 10일 워싱턴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미 국무부의 향후 5년간 외교 전략이 담긴 ‘전략 계획(2026~2030)’이 15일(현지시각) 공개됐다. 이 문서는 각 행정부처가 4년마다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문서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 노선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담겨 있다. 국무부는 문서에서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을 단순한 안보 분담이 아닌 미국 제조업 재건을 위한 재원 조달 경로로 명시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외교 노선을 노골화했다.
‘2026-2030 회계연도 국무부 전략 계획’을 보면, 국무부는 동맹국의 증액 국방비를 미국 제조업 부활의 종잣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문서는 “친미 국가 블록이 미국의 기술 스택과 국방 시스템을 구매함으로써, 이들이 미국의 재산업화에 자금을 조달(finance)하고 21세기 내내 미국의 경제적, 기술적 리더십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방위비 증액’의 종착지가 ‘미국산 무기 대량 구매’이며, 이것이 미국 내 공장을 돌리는 자본으로 쓰인다는 순환 구조를 명문화한 셈이다. 향후 방산·인공지능·에너지 분야에서 구매 압박이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의 역할도 재정의됐다. 문서는 ‘상업 외교(Commercial Diplomacy)’를 국무부 경제 전략의 중심축으로 규정했다. 해외 공관들에 더 이상 정치·안보 외교에만 머무르지 말고, 미국 기업의 해외 수주를 직접 지원하는 조직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무부는 전 세계 해외 공관에 “미국 기업들이 외국 정부의 계약과 입찰을 따낼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으며, 무기 체계, 인공지능, 에너지 분야를 콕 집어 명시했다. “중국 기업의 입찰 참여를 차단하거나 대체하는 데 적극 개입하라”는 주문도 담겼다.
국가 안보 전략 발표 당시 가장 논란이 됐던 ‘서반구 정책’도 한층 강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Donald)과 미국의 고립주의 외교 노선인 ‘몬로 독트린’을 결합한 ‘돈로 독트린’이라는 용어가 공식 용어로 격상됐다. 서반구에서 중국·러시아 등 역외 세력의 군사·경제·기술적 영향력 자체를 적대 행위로 간주하며, 항만·에너지·통신·금융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외국 지배를 되돌리겠다고 못 박았다. 특히 파나마운하 같은 전략 요충지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를 직접 거론하며, 필요할 경우 미국의 경제·외교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미국인의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려는 시도도 주권 침해로 규정했다. 문서는 이런 시도에 가담하는 외국 정부는 물론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단체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문서는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비자 및 금융 제재를 포함한 모든 적절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국무부는 ‘빅테크 규제’를 주도한 유럽연합(EU)의 전 고위직 등 5명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문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 등 동맹국의 중요 인프라에서 “중국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제거를 지원하겠다”고도 명시했다. 국무부는 원조를 “자선이 아닌 통치술(statecraft)의 도구”로 정의하며,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국가에만 선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확고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