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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은 나의 기회"…이통사 출혈 마케팅 악순환

연합뉴스 박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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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은 나의 기회"…이통사 출혈 마케팅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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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 과열 '대목'에 마케팅비 집중…혜택은 소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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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이동통신사들이 해킹 사태에 따른 위약금 면제 기간을 전후해 가입자 유치 경쟁에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제 살 깎아 먹기' 출혈 경쟁을 반복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고객과 통신사가 이득을 보지만, 장기적으로는 요금 인상 압력과 주주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SKT, KT 위약금 면제 기간 '최대 수혜'…최대 2천억 투입 추산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는 KT의 위약금 면제 기간이었던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약 2주간 총 28만 명의 가입자를 타사로부터 유치하며 시장에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KT로부터 약 20만명, LGU+로부터 4만8천명, 알뜰폰(MVNO) 시장에서 2만6천명을 끌어왔다.

이 과정에서 SKT는 신규 기기 번호이동 가입자 1인당 60만~70만 원, 유심 변경 번호이동에는 35만~40만 원의 파격적인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 기간 평균 판매장려금을 55만 원으로 가정할 때 SKT가 집행한 비용만 최소 1천500억 원 이상, 공통지원금까지 합치면 총 2천억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평소 대비 2배가 넘는 규모다.

LGU+ 역시 이 기간 SKT와 유사한 수준의 공격적인 보조금을 투입하며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난투극'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KT 해킹 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SKT의 해킹 사태 당시 KT도 번호이동 고객에게 인당 최대 115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산됐다.

집행 규모는 SKT 이탈이 KT보다 훨씬 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상대 회사가 흔들릴 때마다 거액의 자금을 투입해 고객을 뺏어오는 행태가 관행처럼 굳어진 셈이다.

S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보호 공시 현황 분석보고서' 기준 연간 정보보호 투자액이 652억 원 수준이다. 이번 2주간 가입자 유치에 쓴 비용이 연간 보안 투자액의 2∼3배에 해당하는 셈이다.


LGU+ 또한 해킹 의혹 관련 서버 은폐 및 허위 자료 제출 정황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이통 3사 모두 보안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모두 자성보다는 '가입자 뺏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단통법 오늘 폐지…이통사 '보조금 전쟁' 현실화되나[연합뉴스 자료사진]

단통법 오늘 폐지…이통사 '보조금 전쟁'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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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체리피커'와 제조사만 웃고…절대다수 소비자·주주는 피해

규제기관이 정한 번호이동 과열 기준(일일 2만 7천 건)을 2배가량 웃도는 '대목'에서 이득을 보는 주체는 극히 제한적이다.

먼저 높은 보조금과 파격 혜택을 노리고 통신사를 옮긴 가입자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약 5천700만명 가운데 1%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혜택이 충성도가 낮은 소수 고객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마케팅 전쟁을 지켜보며 단말기 판매량을 늘린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등 제조업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피해는 절대다수의 일반 소비자와 주주에게 돌아간다.

이통사들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고가 요금제 유도를 강화하거나, 소비자가 알아채기 어려운 부가서비스 가입을 강요하는 등 마진율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과도한 비용 지출은 주주 배당 재원 감소로 이어져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보조금 경쟁이 소비자에게 이득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비용은 요금이나 서비스 구조를 통해 시장 전체에 전가된다"며 "보안 투자와 서비스 품질 개선보다 마케팅에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구조가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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