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 임주희 기자][!{EXPERTIMG}!]
벌써 2026년이다.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이 성공적으로 채굴된 이래 17년이 지나고 있다. 앞서 2008년 10월, 일단의 사이퍼 펑크들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을 내세워 그때까지 제시됐던 혁신적 기술을 종합해 사람들이 직접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화폐 시스템(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 될 '비트코인'을 제안하는 백서를 내놨다. 이후 수많은 변화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디지털자산을 새로운 '재산권의 대상물'로 인식하게 되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정책과 규제 표준의 '동기화'(synchronization) 정도가 높아지고 규제가 시장의 언어가 되면서 이제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은 그 '야생의 시대'를 끝내고 전 세계적으로 적용될 '표준'의 시대라는 국면으로 진입하는 상황이다.
벌써 2026년이다.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이 성공적으로 채굴된 이래 17년이 지나고 있다. 앞서 2008년 10월, 일단의 사이퍼 펑크들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을 내세워 그때까지 제시됐던 혁신적 기술을 종합해 사람들이 직접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화폐 시스템(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 될 '비트코인'을 제안하는 백서를 내놨다. 이후 수많은 변화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디지털자산을 새로운 '재산권의 대상물'로 인식하게 되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정책과 규제 표준의 '동기화'(synchronization) 정도가 높아지고 규제가 시장의 언어가 되면서 이제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은 그 '야생의 시대'를 끝내고 전 세계적으로 적용될 '표준'의 시대라는 국면으로 진입하는 상황이다.
시계바늘을 잠시 2023년 10월로 돌려 보자. 당시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암호자산에 국경을 초월해 효과적이고 유연하며 조정된 규제 이행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었다. IMF(국제통화기금)와 FSB(금융안정위원회)가 공동 작성한 '크립토 정책 로드맵' 채택이 그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로드맵에서 그린 청사진은 현실이 되고 있다. 2026년은 그러한 글로벌 합의가 각국의 구체적인 법률로 완성되면서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이라는 거대한 '판'을 바꾸는 원년이 될 것이다.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입법의 시간'
디지털자산이 촉발한 글로벌 시장의 질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라는 두 축에 의해 명확히 재편되는 상황이다. 물론, 디지털자산에 관계되는 기본적인 법제와 투자자 보호 등의 정책적인 고려를 반영한 규칙과 제도는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두바이, 영국 등에서도 차근차근 법제화되었다.
유럽연합은 '통합'을 택했다. 오는 2026년 7월 1일이면, 그간의 적용 유예를 끝낸 암호자산시장에 관한 법률 MiCA가 본격 시행된다. 이로써 27개 EU 회원국은 토큰 발행부터 유통, 공시, 시장에 이르기까지 단일 규칙하에 묶이게 되고, 거대한 '디지털 단일 시장'이 탄생하게 되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승인받은 디지털자산 사업자는 별도의 절차 없이 독일, 이탈리아 등 유로존 전역에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미국에서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과 기술 부문에서 경쟁력과 주도권을 선점하고 '혁신을 위한 명확성'을 확보한다는 경로를 택했다.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의 디지털자산시장 워킹그룹(PWG)은 디지털자산 시장을 분석하고 여러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가히 교과서급의 포괄적 내용과 방향성이 담겼다.
그에 앞서, 7월 18일에는 달러-표시 안전자산을 담보로 하는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방침을 담은 '지니어스 법'(GENIUS Act)이 제정됐다. 이 법에는 미국 내에서 외국의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되려면 그 나라도 미국법에 상응하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조문까지 포함됐다.
또한,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의 명확성을 부여하게 될 법안(CLARITY Act)도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겨졌다. 올해 초, 미국 상원에서는 이를 수정한 법안의 초안이 다시 제안됐고 본격적 논의를 앞두고 있다. 미국의 여러 연방 기관은 적극적으로 PWG 보고서에서 권고한 사항의 이행에 나서고 있고,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디지털자산 관련 규칙들의 현대화를 비롯해 '크립토 프로젝트'(Project Crypto)를 추진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재산권 대상물로서 사람들이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 디지털자산들이 민사, 상사 관계에서 법적 안정성을 기반으로 취급되어야 할 방법을 두고 표준 원칙이 권고되었고, 기본 법제 정비를 마친 나라도 있다. 미국은 통일상법전(UCC) 2022년 개정판에서, 개인키를 통해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을 '통제할 수 있는 전자적 기록'(CERs, Controllable Electronic Records)이라는 법적 개념으로 반영했고, 이 2022년 UCC 개정판은 2026년 1월 현재, 델라웨어와 뉴욕주를 비롯한 33개가 넘는 주에서 채택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국제사법통일연구소가 2023년 5월 '디지털자산과 국제 사법에 관한 제원칙'(UNIDROIT Principles on Digital Assets and Private Law)을 제안했다. 두바이와 영국은 디지털자산을 그 '소유자의 배타적 재산물'로 취급해야 한다고 천명하는 민사·상사법적 기틀을 마련했다. 두바이의 '2024 Digital Asset Law'; 영국의 'Property (Digital Assets etc) Act 2025'이 그것이다.
또 한편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은 'CARF'라는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입했다. 디지털자산 활동 주체들이 국제적으로 암호자산 거래를 통해 얻는 수익에 대한 과세 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자는 협약이다. 해외 금융자산 정보를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자산 부문의 조세 정보도 투명하게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의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점은 2027년으로 유예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2026년은 납세자나 과세 정보를 제공하게 될 사업자나 과세 당국 모두가 준비 태세를 갖추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토큰화가 촉발할 기관 참여 시대
비유적이긴 하지만, '디파이(DeFi)는 죽었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를 전통 금융시장과 별개로 취급하는 관행이 끝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자본시장 활동이 블록체인상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혁명으로 상품과 서비스 구매 방식이 바뀌었던 것처럼, 디지털자산이 온-체인 금융으로 전환해 가는 자본시장의 인프라 역할을 하면서 차세대 기술 레이어로 자리 잡게 되고, 전 세계 시장이 이를 매개로 지급과 결제까지 하게 되는 상황을 전망하는 표현이다. 마치,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일상적인 금융 거래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깊이 생각하지 않게 되는 상황처럼 말이다.
2026년을 전망한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은 대안이 될 가치 저장 수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규제 명확성이 개선되면서 기관 참여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실물자산(RWA)과 연계된 토큰화도 유동성이 늘고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변곡점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았다. 스테이블코인들은 고성능, 저비용, 확장성을 중심으로 하는 차세대 인프라로서 주류 금융에서도 채택이 늘어나면서 결제와 정산, 국경간 송금 등 실물경제와 연결된 영역에서 역할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법적 기반을 토대로 앞당겨질 핀터넷 시대
앞서 보았던 글로벌 주도국(G20)의 거시적 정책 합의와 GENIUS, MiCA 등의 구체적 입법과 시행, 그리고 미국, 두바이, 영국에서 마련된 것처럼 디지털 '코드'로 표시되는 디지털자산에 대해 '배타적 재산권'을 확립해 주는 기본법적 토대가 결합하면서, '디지털 금융'이라는 새로운 금융 고속도로가 열리고 있다.
BIS(국제결제은행)는 2023년말, 향후 10년 안에 이른바 '핀터넷'(Finternet)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과 기업이 금융의 중심에 서게 되는 '핀터넷' 시대가 될 것으로 본 것인데, 스위스 금융연구소(FIND)는 그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핵심 동력은 AI, 디지털자산, 디지털 신뢰(디지털 신원 증명), 양자-내성을 갖춘 암호화 기법(PQC)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네 가지 핵심 동력은 인간의 경제 활동이 고도의 데이터 분석력과 접근성을 갖춘 기계 장치들과 통합되게 하고, 여러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금융의 인터넷',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았다.
잘 알듯이, AI-에이전트는 그 주인공이 될 잠재력이 있다. 단순한 비서가 아니라, 스스로 데이터에 접근하고, 금융상품을 비교 분석하고, 자산을 운용하는 경제 주체 역할까지 하게 되는 AI-에이전트 금융 시대를 가져올 것이다. 이때, 법정화폐를 담보로 안정성이 보강된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지갑에 담겨 이들 AI-에이전트의 활동을 매개하는 필수적 수단이 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지급의 단위를 기존의 화폐 단위보다 더 적은 단위로 쪼갤 수 있고, 실시간 즉시 결제(소위 'atomic settlement')까지 구현하면서 초소액 결제(마이크로 페이먼트)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코인베이스(Coinbase)가 x-402라는 인터넷 고유의 지급 상태를 확인하는 프로토콜을 찾아내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와 협업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은 규제(규칙과 제도)가 더욱 명확해지면, 단순한 코인이 아니라 미래 경제의 혈맥, 기본 인프라로 진화해 갈 것이다. 이미 규제 관할 경계를 연결하는, 멀티-체인 기반의 스테이블코인들도 등장한 상황이다(SG-Forge의 USDCV/EURCV 등).
우리나라도 '정중동'을 끝낼 때
전 세계가 G20 로드맵을 이행하고 표준을 맞춰가는 등 규제의 보폭이 동조화되는 형국이다. 이미 '금지' 단계를 넘어 '제도화'와 '혁신적 산업의 육성' 경쟁에 돌입했다. 전통적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활동하던 글로벌 IB들이 이미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디지털 금융'이라는 새로운 고속도로 개척에 나선 지 오래고, 그 새로운 영역에서 혁신적 실험을 완성하며 주도권을 꿰차고 있다.
우리나라를 보자. 한편으로는 제자리걸음하듯 오랜 '정중동' 상태를 이어오곤 있지만, 당국에서는 디지털자산에 대한 회계처리 지침 명확화, 단계적인 법인계좌 허용, 나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포함된 디지털자산 기본법안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글로벌 정합성에 부합하는 명확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는 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글로벌 흐름과 동떨어진 어떤 인위적인 규제 장치가 혁신적 사업가들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뒤흔들거나,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과 디지털 금융 수준을 '외딴섬'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불확실성이라는 안개는 걷혀가고 있다. 국제적인 합의, 표준, 법제화, 그리고 AI-에이전트와 핀터넷 환경이 결합하는 디지털 금융은 이미 정해진 미래다. '속도전'이다. '규칙과 제도'를 선점한 자가 미래를 지배하게 되는 상황이다. '눈치 게임'만 할 때는 아니다. 우리도 명확한 규칙과 제도 위에서 디지털 금융 강국으로 도약할 것인지, 아니면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만 갈 것인지, 그 냉엄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 바로 2026년 지금이다.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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