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압박 속 채권 투자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디트로이트 경제 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말 기업과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인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투자 대상에 백악관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재산 공개 보고서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최소 5100만달러(약 700억원대) 규모의 기업채와 지방채를 매입했다. 미국의 재산 공개 제도상 개별 거래 금액은 범위로만 공시돼 실제 투자액은 이보다 클 수 있다.
매입 대상에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 보잉,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 등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관세, 반독점 심사, 에너지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실적과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곳들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순방 과정에서 보잉 항공기를 직접 홍보해왔고, 그의 관세 정책은 GM 등 미국 자동차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넷플릭스 역시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둘러싸고 파라마운트와 경쟁 중으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반독점 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 내 도시와 병원 등이 발행한 지방채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채와 지방채는 연방정부의 재정·금융 정책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자산으로, 대통령의 투자 대상이 될 경우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방준비제도를 향해 기준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해왔고,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채와 지방채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1978년 제정된 연방 윤리법은 대통령에게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의무적으로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관행적으로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자산을 처분하거나 백지 신탁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윤리법 제정 이후 이러한 전통을 따르지 않은 첫 사례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