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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 아닌 '국회의원 바라기' 구의원…공천만 되면 당선 '프리패스'

뉴스1 강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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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 아닌 '국회의원 바라기' 구의원…공천만 되면 당선 '프리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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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회, '구'사세]②정당공천제서 지역구 국회의원 영향력 '막강'

2022년 지방선거, 지역구 기초의원 294명 '무투표 당선'



[편집자주] "현금 2000만 원을 직접 전달하였습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전달했다가 되돌려 받은 전 구의원의 탄원서에 등장하는 말입니다. 지역 주민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1991년 부활한 기초의원, 어쩌다 매관매직의 장으로 전락했을까요. 구의원, 그들이 사는 세상과 실태 그리고 해결책을 네 편의 기사를 통해 짚어봅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리는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날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제명 등 징계를 논의한다. 2026.1.1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리는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날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제명 등 징계를 논의한다. 2026.1.1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총선 전후 구의원으로부터 지역구 의회 공천 헌금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가 반환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헌금 게이트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인 비위 차원이 아닌 국내 정치 현실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수면 위로 떠오른 '공천 헌금'의 배경 중 하나로는 정당 공천권이 당 지도부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집중된 '하향식 공천' 구조가 꼽힌다.

특히 지방선거 기초의원 공천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당협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사실상 공천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권이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 데에는 선거 제도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2인 선거구 비중이 높은 기초의원 선거 구조가 공천 권한을 비대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정당이 표 분산을 막기 위해 당선 확률을 엄격히 계산, 전략적으로 후보를 공천함에 따라 '무투표 당선' 사례가 계속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경쟁자가 없어 투표 없이 당선된 '무투표 당선자' 지역구 기초의원은 294명에 달했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이처럼 공천이 높은 확률로 당선을 보장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공천에 매달리는 상황이 빚어지고, 공천관리위원회 등의 권한에도 힘이 실리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문제가 기초의원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강선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다.


또 이 의혹은 강 의원이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은 김 의원에게 자신의 보좌진이 김 시의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의 녹취가 공개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문제가 비단 특정 정당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안산시의원 2명에게 수천만 원을 제공받고 자영업자에게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던 박순자 전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000만 원이 확정됐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박 전 위원은 당시 국민의힘 안산시 단원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지방의원 공천권을 가지고 있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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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종속되기 쉬운 구조에 놓인 구의원들이 구민보다 공천권자인 국회의원의 눈치를 먼저 보게 되면서 일종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의원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지역 정치인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김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지희 동작구의원은 김 의원이 2020년 총선 전후 지역구 의회 공천을 대가로 전직 동작구의원 A, B 씨로부터 각각 1000만 원과 2000만 원을 건네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혹에 '전달책'으로서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조진희 전 동작구의회 부의장은 자신의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김 의원의 배우자에게 사적으로 사용하게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내고 지방선거에서의 정당 공천 과정에 대해 △중앙당의 영향력이 강한 한국의 정당 현실에서 정당 공천은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 △공천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거지는 정치자금 비리 문제 △지역연고적 정당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정당 공천제의 실시는 지역 분할 구도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현역 국회의원과 해당 지역의 구·시의원들이 같은 조직을 함께 운영하다 보니, (현재 상황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다 보면 당연히 국회의원들의 공천 관련 발언권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 자기 공천에 영향력을 갖고, 목줄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니 돈을 주거나 갑을 관계처럼 행동하는 일도 생기는 것"이라며 "현재 구조하에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 기초의원의 경우 정당 공천을 아예 배제한다면 이런 문제가 원천적으로 사라지게 되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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