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소송 17건 가속도…추가 소송 확대 예고
프랜차이즈 업계 “관행 뿌리째 뒤흔드는 결정”
‘로열티 중심’ 개편 주목…“재정비 기회 삼아야”
프랜차이즈 업계 “관행 뿌리째 뒤흔드는 결정”
‘로열티 중심’ 개편 주목…“재정비 기회 삼아야”
서울 시내 한 피자헛 매장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사전 합의 없는 차액가맹금을 가맹점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다. 차액가맹금을 문제삼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유사 소송은 이미 17건으로, 추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줄폐업’ 우려가 고개를 든 가운데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수익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 “사전 합의 없는 차액가맹금 부당이익”
16일 업계에 따르면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점주들에게 원·부자재를 공급하면서 얻는 일종의 유통마진이다. 업체에 따라 ‘물류 마진’, ‘물대(물류 대금)’ 등으로도 불린다. 브랜드 노하우 등에 대한 사용료에 해당하는 ‘로열티’와 다른 개념이다. 미국 등 해외 프랜차이즈 산업은 로열티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반면,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는 수익의 대부분이 차액가맹금에서 나온다.
대법원은 전날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지난 2016~2022년 지급한 차액가맹금을 반환하라며 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사전 합의 없는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이라고 본 서울고등법원의 2024년 9월 2심을 인정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한국피자헛은 소송을 제기한 점주들에게 약 215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에서도 법원은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피자헛은 2심 판결의 여파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다음 주 법원 회생계획안 제출을 시작으로 매각 절차를 밟게 된다. 한국피자헛은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이번 사안의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회사는 회생절차 및 관계 법령, 법원의 감독 아래 판결의 취지와 내용을 성실히 반영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15일 서울의 한 박람회를 찾은 예비창업자들이 상담 받는 모습. [연합] |
유사 소송 17건+α 전망…“줄폐업 사태 우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업계의 오랜 관행이자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을 뿌리째 뒤흔드는 결정”이라며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명했다.
협회는 “상인이 유통 과정에서 제품·서비스 제공의 대가를 수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수십만의 가맹점사업자들 또한 수 십여년 간 이어진 관행에 명시적·묵시적으로 동의해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세·중소 브랜드가 대다수인 업계 특성상 유사 소송이 확산될 경우 줄폐업 사태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했다.
수위 높은 비판의 배경에는 한국피자헛 2심 판결 이후 줄이어 제기된 유사 소송이 있다.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를 대리한 법무법인 YK에 따르면 현재 차액가맹금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은 총 17건에 달한다. BHC, 교촌치킨, BBQ, 배스킨라빈스 등 16개 브랜드가 대상이다. YK는 현재 도미노피자, 파파존스, BBQ(2차), 배스킨라빈스(2차)에 대한 단체소송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관련 재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소송에 참여하는 가맹점주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자헛 사건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브랜드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익 구조 재정비 기회 삼아야”
이번 판결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가 차액가맹금 대신 로열티 중심의 수익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미국 등과 달리 내수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 특성상 차액가맹금 중심의 수익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유행에 따라 생기고, 가맹점을 늘리면서 성장한다”며 “브랜드 파워가 없는 초기부터 로열티를 받겠다고 하면 가맹점주들에겐 진입 장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열티와 차액가맹금을 동시에 받은 한국피자헛의 수익 구조가 이례적이란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대부분 로열티를 받지 않고, 차액가맹금을 사전 고지·합의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 2023년 말 개정된 가맹사업법에 따른 것이다. 현행법상 2024년 7월부터 가맹본부가 지정한 필수품목과 공급가격 산정 방식 등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필수품목 관련 거래 조건을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는 시행령 개정도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관련 재판에서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특성이 감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용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편적인 현상만 보고 차액가맹금을 불법 수익으로 본다면 국내 가맹본부의 존속은 어렵다”며 “이번 판결을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수익 구조를 재정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