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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덴마크 젠맙처럼 기술 수출 넘어 자체 개발 승부”

조선비즈 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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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덴마크 젠맙처럼 기술 수출 넘어 자체 개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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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4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현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4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현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2026년은 에이비엘바이오에 ‘기술 수출과 임상’이 동시에 중요한 해입니다.”

14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기술 수출을 넘어 자체 신약 개발 역량을 키워 임상 2상 단계의 자산을 여럿 보유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흐름이 변곡점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더 이상 미국 내부에서만 혁신을 찾기 어려워진 빅파마들이 본격적으로 시선을 ‘동양(East)으로 돌리고 있으며, 한국 바이오 기업에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약물이 혈뇌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그랩바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지난해 연이은 대형 기술 수출에 힘입어 코스닥 시가총액 규모 10위 클럽에 진입했다.

이 회사는 작년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최대 20억 6300만 파운드(약 4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이어 미국 일라이 릴리(Eli Lilly)와는 최대 26억 200만 달러(약 3조 80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이 대표는 “이번 현장에서 서양(West)과 동양(East)의 만남이 정말 중요해졌다는 걸 체감했다”면서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을 대거 도입했는데, 중국 다음의 기회는 ‘코리아(한국)’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 “임상 2상까지 키운다” 美 법인 신설 전략은

이 대표가 이번 행사 기간 발표를 챙겨 본 기업은 덴마크 바이오회사 젠맙(Genmab)이다. 이 회사는 미국 대형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에 이중항체를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해 상업화에 성공했고, 사용료(로열티)를 받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이 없는 게 고민이었고, 네덜란드 바이오 회사 메러스(Merus)를 인수해 직접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이 대표는 “젠맙도 처음부터 파이프라인이 많았던 회사는 아니다”라며 “기술로 시작해서 기술 이전을 하고, 그 수익을 다시 임상에 재투자해 지금은 ‘기술 회사’가 아니라 ‘임상·커머셜을 아는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라이선스 아웃→로열티→자체 파이프라인 구축→상업화(커머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 것이다. 이 대표는 “젠맙을 보고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지난해 11월 미국 법인 네옥바이오(Neok Bio)를 공식 출범한 것도 이런 판단이 깔린 전략이었다. 네옥바이오는 이중항체 ADC(항체-약물 접합체)의 글로벌 임상 개발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100% 자회사로,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해 ABL206, ABL209 등 주요 항체약물접합체(ADC)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1400억 원 유상증자를 진행해 오버행 논란과 주가 하락 부담도 있었지만, 임상을 늘리려면 돈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이전은 돈은 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며 “그래서 아예 미국에 회사를 하나 더 만들어 임상 2상까지 직접 끌고 가고, 인수합병(M&A)이나 개발 물질 매각 같은 더 큰 엑시트를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사가 네옥바이오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네옥바이오 엑시트에 따른 수익은 결국 에이비엘바이오로 돌아온다”며 “유한양행 모델과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의 꽃은 임상”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임상 2상까지 간 자산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BBB 셔틀은 빅파마에 필수… ABL001 임상 순항”

이 대표는 “BBB 셔틀(운반체) 기술은 이미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필수(must-have)’가 됐다”고 말했다. BBB는 외부 물질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보호막으로, 이를 통과시키는 기술은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개발의 핵심이다.

실제 노바티스, 로슈, 제넨텍, 애브비, J&J, 사노피, GSK, 일라이 릴리 모두 에이비엘바이오를 비롯해 BBB 셔틀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도입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이 대표는 siRNA(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치료 기술)와의 결합 가능성도 강조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뇌와 신경세포에서도 발현되는 성장인자 수용체 IGF-1R 배달 경로를 활용해 siRNA를 뇌·신경까지 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siRNA는 그냥 두면 간으로 간다. 근육이나 뉴런(신경세포)으로 가려면 셔틀이 필수”라며 “ IGF-1R의 셔틀 구조를 바꿔 siRNA 전달이 훨씬 잘되도록 했고, 동물실험에서는 뉴런에 녹다운(knockdown)이 된 새로운 모달리티(약물 전달 방식)”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 기간 에이비엘바이오의 글로벌 파트너사인 콤파스 테라퓨틱스(Compass Therapeutics) 발표 현장에 이 대표도 있었다.

이 대표는 “이번 발표에서 콤파스 테라퓨틱스의 핵심 파이프라인이 담도암 2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VEGF/PD-1 이중항체 ‘ABL001’이라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며 “임상 데이터는 기존과 같지만, 회사는 올해 3월 말 전체 생존(OS)과 무진행 생존(PFS) 탑라인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원래는 콤파스가 작년 말에 핵심 평가지표(톱라인) 데이터를 내려고 했는데, 80% 컷오프 시점에서도 환자들이 생존해 아직 블라인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콤파스가 단독으로 상업화하겠다고 했고, 지난주에 최고사업책임자(CCO)도 선임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ABL001이 성공적으로 가능성을 보여주면, 에이비엘바이오는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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