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인공지능(AI) 시대에 게임은 AI 기술과 함께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AI가 게임에 가져온 것이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AI가 개발자와 지원 인력을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하며, 전세계적으로 IT 기업의 몸집 줄이기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규 채용의 문이 크게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AI가 만들어낸 작업물을 두고 "과연 어디까지 '창작'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가"로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때로 AI의 무분별한 학습으로 인해 콘텐츠에 표절 출력물이 등장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등장한다.
AI로 늘어난 능률, 그만큼 줄어든 일자리
인공지능(AI) 시대에 게임은 AI 기술과 함께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AI가 게임에 가져온 것이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AI가 개발자와 지원 인력을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하며, 전세계적으로 IT 기업의 몸집 줄이기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규 채용의 문이 크게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AI가 만들어낸 작업물을 두고 "과연 어디까지 '창작'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가"로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때로 AI의 무분별한 학습으로 인해 콘텐츠에 표절 출력물이 등장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등장한다.
AI로 늘어난 능률, 그만큼 줄어든 일자리
지난해 7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체 인력의 4%에 해당하는 약 9100명의 직원을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해고 대상에는 제니맥스 액티비전 블리자드 레어 레이븐 소프트웨어 디 이니셔티브 등 MS 산하 게임 개발 자회사들의 직원이 다수 포함돼 업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그 중에서도 '캔디 크러쉬' 시리즈를 개발한 킹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외신에 따르면, 킹 직원들은 몇 달간 AI 툴을 개발 및 훈련해 왔지만 해고 통보를 받았으며, 이들이 직접 개발한 AI 툴이 빈 자리 약 200개를 대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는 레벨 디자이너부터 카피라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군에서 실행됐다.
스퀘어에닉스는 2027년 말까지 QA 작업의 70%를 생성형 AI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직후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일렉트로닉 아츠(EA) 역시 최근 2년간 1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한 이후, 운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직원들은 이 같은 AI 도입 움직임에 반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크래프톤이 지난해 AI 퍼스트 기업으로의 전환을 발표하고, 구조적인 전환 과정에서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눈길을 모았다.
글로벌 게임업계는 엔데믹 이후 불어난 몸집을 줄이기 위해 최근 몇 년간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세계적으로 약 1만 5000명에 달하는 게임 개발자들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또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개발자들의 41%가 해고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빈 자리를 AI가 메우며 기술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기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더해 일부 글로벌 게임업체의 경우 단순 게임 개발에 그치지 않고 모든 업무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도록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이 같은 변화 과정에서 도구를 잘 다루지 못하는 인원은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중이다.
특히 해고 뿐만 아니라 채용의 문도 크게 좁아진 것이 업계를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알도라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산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약 31만 8000명으로 3년 전 대비 약 9%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가 사라진 후에도 AI가 이를 대체해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서 구직자들에게는 어려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AI, 창작과 모방의 경계선은 어디에
지난 2023년 글로벌 최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된 게임의 유통을 거부하며 업계에 큰 화두를 던졌다. 밸브는 스팀 플랫폼에 유통되는 작품은 에셋 생성에 사용된 데이터 등 모든 지적재산권에 대한 소유권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문제 의식을 확실히 했다.
밸브는 이듬해 생성형 AI 게임의 유통을 허가하기는 했으나, 개발업체들이 게임의 개발 단계와 실행 시에 AI가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또 실시간 생성 AI 콘텐츠가 포함된 불법 콘텐츠를 신고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했다.
생성형 AI가 데이터 학습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타인의 저작물을 습득한 이후 이를 활용하며 저작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기존 저작물의 서사와 구조, 스타일 등을 학습해 유사한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이 "과연 창작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 어디까지가 저작권의 경계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일부 게임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저작물만 AI에 학습시켜 개발에 활용하지만, 이는 결국 AI의 핵심인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는 단점을 드러낸다.
게임 출시 후 마케팅 측면에서도 AI가 활용되며, 저작권 및 초상권과 관련한 논란은 인게임 콘텐츠 뿐만 아니라 아웃게임에서도 번지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퍼스트 디센던트'의 UGC 광고 캠페인에서, 실제 스트리머를 기반으로 AI가 제작한 영상을 제대로 검수하지 못해 초상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AI를 넘어, 인간이 창작의 주체가 돼야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개발자들 중 30%가 생성형 AI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는 이전 연도에 비해 12%p 증가한 것이다. 그에 비해 긍정적인 응답을 한 비율은 13%로 크게 낮았다. 또 개발자들의 51%가 생성형 AI 기술의 윤리적인 문제에 우려를 표했다.
조사에 응답한 한 개발자는 "당신이 어떻게 표현하든, 생성형 AI는 실제 개발자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것이며 품질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개발자는 "개발자에게 (AI가)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소스 코드를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성형 AI는 게임 개발에서 과거에 비할 데 없는 빠른 속도와 능률, 그리고 가성비를 가져왔다. 하지만 작품을 다듬거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킬 수 있으며, 결국 게임의 최종 품질에는 인간의 테스트와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최근에는 개발자들이 AI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다면 창의성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AI는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를 종합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보물 창고이지만, 결국 인간의 독창적인 생각과 창의성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일러스트나 시나리오 등 핵심 영역에서 인간의 창의성은 절대적이다.
이에 생성형 AI에 반대하는 개발자들은 결국 기계가 창작 과정을 좌우하게 될 경우 획일적이면서도 단순한 게임이 늘어날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단순 반복 및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과 일부 폴리싱 작업 등에 AI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결국 창작의 주체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히트작 '발더스 게이트3'를 개발한 라리안 스튜디오의 마이클 도우스 디렉터는 "게임에 필요한 것은 수학적으로 계산된 플레이 루프가 아니라 사람들이 몰입하고 싶어하는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AI는 업계의 가장 큰 문제인 리더십과 비전을 해결해 줄 수 없다"며 AI에 비판적인 견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 AI가 게임을 감정 없는 디지털 콘텐츠로 만든다며, 장인정신의 긴요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AI는 게임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도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며, 산업의 혁신이 아닌 현실이 됐다. 하지만 정작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게임 개발에 있어 AI의 활용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인간이 게임 개발에 있어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AI 활용이라는 수단에 함몰돼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목적마저 잊어서는 안될 것이란 점이다. 예컨대 AI의 한계와 부작용을 분명히 인식하는 선에서 사용하고, 인간이 창작의 주체로 서 나서야 게임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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