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테크42 언론사 이미지

AI 제국의 다음 실험실은 ‘뇌’… 오픈AI, 샘 알트만 개인 스타트업에 대규모 베팅

테크42 김광우 기자
원문보기

AI 제국의 다음 실험실은 ‘뇌’… 오픈AI, 샘 알트만 개인 스타트업에 대규모 베팅

서울맑음 / -3.9 °
  • 침습 없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내건 ‘머지 랩스’, 8억5000만달러 가치로 출범
  • 뉴럴링크와 정면 대결 속 이해충돌 논란도 재점화
오픈AI(OpenAI)가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만이 공동 창업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스타트업 ‘머지 랩스(Merge Labs)’에 투자하며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AI)을 직접 연결하는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생성형 AI 경쟁을 넘어 인간 생물학과 AI의 결합이라는, 실리콘밸리의 가장 급진적인 비전이 본격적인 자본 실험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Tech42

ⓒTech42


머지 랩스는 최근 비공개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스텔스 모드에서 공식 출범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시드 라운드는 총 2억5000만달러(약 3조4000억원) 규모로, 기업가치는 약 8억5000만달러(약 1조1500억원)로 평가됐다. 이 가운데 오픈AI가 단일 투자자로는 가장 큰 금액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지 랩스는 스스로를 “생물학적 지능과 인공지능을 연결해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연구소”로 규정한다. 회사는 인간의 경험이 수십억 개의 뉴런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뉴런과 대규모로 인터페이스할 수 있다면 손상된 능력의 회복부터 건강한 뇌 상태 유지, 나아가 인간과 AI의 협업 능력 확장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기술적 접근 방식도 기존 BCI 스타트업과 다르다. 머지 랩스는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침습적 방식 대신, 분자(molecules)를 활용해 뉴런과 연결하고 초음파와 같은 심부 도달 신호를 통해 정보를 송수신하는 ‘비침습적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연구 시간이 필요하지만, 성공할 경우 수술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기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투자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와의 경쟁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뉴럴링크는 이미 침습적 수술을 통해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중증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기기를 제어하는 임상 사례를 공개해 왔다. 뉴럴링크는 2025년 6월 기업가치 90억달러로 6억5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반면 머지 랩스는 의료 보조를 넘어 인간 능력 증강이라는 보다 장기적·확장적 목표를 전면에 내세운다.

오픈AI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BCI는 소통·학습·기술과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프런티어”라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AI가 뇌공학·신경과학·디바이스 엔지니어링 연구개발을 가속하는 동시에, 잡음이 많고 제한적인 신호에서도 개인의 의도를 해석하고 적응하는 AI 운영체계가 BCI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업계는 이번 거래의 ‘순환 구조’를 지적한다. 머지 랩스가 성공할수록 오픈AI의 소프트웨어 활용처는 넓어지고, 이는 다시 오픈AI의 가치와 영향력을 키우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오픈AI CEO가 개인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가치가 오픈AI의 자원과 협업을 통해 상승한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머지 랩스 공동 창업진에는 올트먼 외에도 알렉스 블라니아(CEO)와 산드로 허빅(제품·엔지니어링 총괄)이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올트먼이 후원한 또 다른 기업 ‘툴스 포 휴머니티(Tools for Humanity)’의 핵심 인물들이다. 이 밖에 이식형 신경기술 스타트업 포레스트 뉴로테크의 공동 창업자 타이슨 아플라로·섬너 노먼,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연구자인 미하일 샤피로도 공동 창업 멤버로 참여했다. 회사 측은 공동 창업자들이 모두 이사회 멤버를 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픈AI는 화면 없는 AI 하드웨어를 만들기 위해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스타트업 ‘io’를 지난해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이어버드 형태의 기기가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픈AI 스타트업 펀드를 통한 투자 역시 레드퀸 바이오, 레인 AI, 하비 등 올트먼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기업들로 확대돼 왔다.

알트만은 이미 2017년부터 인간과 기계의 ‘머지(merge)’를 인류의 생존 시나리오로 언급해 왔다. 그는 초지능 AI를 인간과 잠재적으로 충돌하는 ‘다른 종’에 비유하며, 인간이 AI와 결합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머지 랩스에 대한 이번 투자는 그 철학이 더 이상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제 자본과 기술로 구현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오픈AI와 머지 랩스는 향후 연구 협력과 기술 로드맵에 대해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AI 패권 경쟁이 이제 인간의 뇌라는 마지막 인터페이스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광우 기자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