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이홍석의 시선고정]아쉬움 남긴 ‘서해구’… 인천 서구의 신설 행정구 명칭 재조명

헤럴드경제 이홍석
원문보기

[이홍석의 시선고정]아쉬움 남긴 ‘서해구’… 인천 서구의 신설 행정구 명칭 재조명

서울맑음 / -3.9 °
서해를 접한 도시로 상징성은 있지만, 역사성·정체성 측면은 외면
역사적 의미 담긴 ‘연희구’, 미래 브랜드파워 ‘청라구’가 설득력 있어
아직도 시민사회에서는 ‘서해구’ 놓고 논쟁
19일 관련 법률 발의 위한 주민 공청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 지 주목
인천시 서구

인천시 서구



며칠 전 새해 인사차 인천 출신 언론 선배들과 만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인천시 행정개편에 따른 신설 행정구 명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인천시 중구와 동구는 ‘영종구’와 ‘제물포구’로 통합되고 서구가 ‘서해구’와 ‘검단구’로 나누어진다.

이에 따라 인천광역시는 2026년 7월 1일부터 2군·8구에서 2군·9구 체제로 행정개편이 단행된다.

그런데 한 언론 선배는 이들 신설 행정구 가운데 서구(西區)의 새로운 이름인 ‘서해구(西海區)’ 명칭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서해를 접한 도시라는 상징성을 내세운 것도 좋지만, 이 또한 방위(方位)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 이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외면한 행정구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연희구’ 또는 ‘청라구’가 서구지역의 역사성과 고유성 또는 미래의 브랜드 파워를 담아 낸 이름이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인천 서구의 행정구 명칭 변경을 둘러싸고 ‘서해구’가 과연 합당한가를 두고 일부 시민사회에서는 아직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해구’ 명칭이 과연 서구를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지역 안팎에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상징성은 크지만, 역사성과 고유성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서해구’는 인천이 서해를 끼고 있는 해양도시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이름이다. 대외 인지도와 이미지 측면에서는 장점이 분명하다.


서해구, 인천만의 공간 아니다… 경기·충남·전북을 포괄하는 광역적 자연 개념

하지만 서해는 인천만의 공간이 아니다. 경기·충남·전북을 포괄하는 광역적 자연 개념으로, 특정 지역의 역사와 주민의 삶을 담기에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구’라는 기존 명칭에 있다. 서구는 1988년 행정구역 개편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방위 개념에 기반한 전형적인 행정편의적 명칭이다.

이 때문에 ‘서구에는 역사적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이름에는 역사성이 부족하지만, 그 땅에는 분명한 시간이 쌓여 있다.


연희·가좌·석남 일대는 인천 개항 이후 염전과 농경지, 군사시설, 공업지대, 주거지로 변모하며 인천 근현대사의 중요한 축을 형성해 왔다.

서구는 결코 ‘역사 없는 공간’이 아니라, 이름만 역사를 담지 못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연희구’가 보다 합당한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연희는 조선 후기부터 사용돼 온 실제 지명으로, 현재도 서구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서구청과 주요 행정·교육시설이 위치한 지역의 역사성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화려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지역의 형성과 변화를 가장 오래 지켜본 이름이라는 점에서 정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 원주민과 구도심의 기억을 계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청라 등 신도시 주민에게는 특정 지역 중심의 명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한계도 존재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이 탄생하면서 현재 청라국제도시가 조성됐다. 이를 앞세운 ‘청라구’ 역시 대안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특정 신도시 중심의 명칭이 구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명칭 변경이 또 다른 지역 갈등의 불씨가 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에서다.

반대로 제3연륙교 이름을 놓고 중구지역과 서구지역이 장기간 논쟁속에 ‘청라하늘대교’로 최종 결정됐다. 이 또한 서구지역 주민들은 ‘청라’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청라’는 인천시 서구에 있던 작은 섬이었다. 1970년대 도시 확장 과정에서 매립됐다.

현재의 청라국제도시 서쪽 노을공원 주변으로 야트막한 산이 있는데 이 산 주변 지역이 옛 청라도다.

‘푸른 댕댕이덩굴이’라는 뜻의 ‘청라(菁蘿)’라는 이름은 서곶(현재의 서구청 인근)에서 이 섬을 바라보면 댕댕이넝쿨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행정구 명칭, 단순한 간판이 아냐

행정구 명칭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다. 한 도시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공식 선언이다.

상징성과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주민의 기억과 지역의 연속성을 외면한 이름은 오래가기 어렵다.

‘서해구’가 크고 넓은 이름이라면, ‘연희구’는 작지만 깊은 이름이다. ‘청라구’ 또한 지금은 신도시 의미의 상징이 크지만, 앞서 말한 대로 그 나름대로 역사와 의미가 있다.

신도시 의미를 앞세워 글로벌 도시를 향한 ‘미래 브랜드파워’라는 설득력도 다시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서해구 명칭은 이미 지난해 주민 여론조사를 걸쳐 최종 결정된 신설 행정구 이름인데 이제와서 서해구를 재조명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것으로 본다.

오는 19일 ‘인천광역시 서구 명칭 변경에 관한 법률’ 발의를 위한 공청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서구 주최로 열리는 이날 공청회는 ‘서해구’ 명칭 변경 법률 제정을 위한 국회의원 법률 발의를 남겨둔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국회의원(인천 서구갑)과 같은당 이용우 국회의원(인천 서구을)으로부터 입법 발의를 위해 지역 주민들의 정확한 의사를 반영한 객관적인 입법 보조자료가 필요해 주민 의견조사 등을 추가로 실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구는 이번 주민 공청회를 통해 ‘서해구’ 명칭에 대한 의미와 상징성 등을 되짚어 볼 예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해구 명칭을 다시한번 되짚어 보자는 의미에서 지금까지 설명을 하게 된 것이다.

최초 여론조사에서 서해구 보다 청라구 선호

서해구는 지난해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했다.

서구는 지난해 2~3월 주민 2000명을 대상으로 구 명칭 선호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민들은 청라구(36.3%, 725명), 서해구(35.2%, 704명), 서곶구(21.6%), 경명구(7.0%) 순으로 선호했다.

이후 지난해 7~8월 최종 구 명칭 선호도 여론조사(2000명)에서는 청라구(41.55%, 831명) 보다 서해구(58.45%, 1169명)를 선호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서해구’로 최종 결정됐다.

여론조사에서도 나와 있듯이 ‘청라구’가 오히려 선호도면에서 제일 높았다.

그러나 1,2순위 청라구와 서해구를 놓고 벌인 결과 서해구로 결정된 것이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과라고 본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명칭 논의를 단순한 이미지 경쟁이 아니라, 서구가 어떤 정체성을 지닌 공간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 연구자는 “행정구 명칭은 보기 좋은 이름보다 주민의 시간과 기억을 담아야 한다”며 “서해구는 상징은 크지만 뿌리가 약하고 연희구는 화려하지 않아도 지역의 역사적 연속성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구 명칭 변경이 오는 19일 주민 공천회에서 어떤 결론에 이를지 주목된다.

단순한 이름 바꾸기를 넘어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고유성이 담겨 있는지, 과거와 미래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고 있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