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31>
2026년 설비투자 560억$ “전망치 넘어”
AI 매출 성장률 40%→60% 대폭 상향
젠슨 황, 라인 넘어 부지 입도선매 나서
2026년 설비투자 560억$ “전망치 넘어”
AI 매출 성장률 40%→60% 대폭 상향
젠슨 황, 라인 넘어 부지 입도선매 나서
TSMC가 반도체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전(錢)의 전쟁’을 선포하며 인공지능(AI) 버블론을 일축시켰다. 올 한 해에만 최대 560억 달러(약 82조 3200억 원)를 쏟아붓겠다는 설비투자(Capex) 계획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고객들의 지갑이 두둑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투자 확대를 둔 시장의 의구심을 일축시켰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춤하는 사이 압도적인 자본과 기술로 선두 지위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TSMC는 15일 실적발표에서 올 1분기 매출 전망(가이던스)으로 346억~358억 달러(약 50조 8600억~52조 6200억 원)를 제시했다. 시장 예상치인 332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더 놀라운 것은 수익성이다. TSMC는 1분기 영업이익률이 54~5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에서 꿈의 숫자로 불리는 마진율 50% 벽을 가볍게 넘어서며 사실상 적수가 없음을 증명한 것이다.
TSMC “빅테크 지갑 봤더니 두둑”
AI 실적 성장률 40%서 60% ‘업’
AI 실적 성장률 40%서 60% ‘업’
TSMC의 자신감은 빅테크인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초거대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강력한 수요에서 나온다. 통상 1분기는 IT 업계 비수기로 통한다. 그러나 AI 수요가 끊이지 않는 최근 3년 TSMC에게 계절성 수요는 이미 사라졌다. 엔비디아와 애플, AMD 등 빅테크들이 칩을 달라고 아우성치면서다.
웨이저자 회장의 발언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실적발표에서 설비투자 급증 우려에 대해 “고객(빅테크)들이 AI로 실제 돈을 벌고 있는지 재무제표를 직접 확인했다”며 “그들은 정말 부자(Rich)더라”고 말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큰손들의 자금력과 집행 의지를 직접 확인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TSMC는 이를 근거로 향후 5년(2024~2029년)간 AI 매출 연평균 성장률(CAGR) 전망치를 기존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60% 수준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전체 매출 성장률 목표치도 2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높여 잡았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확실한 주문 신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배짱이다.
━
‘돌다리도 두들겨 투자’ TSMC
전년 대비 30% 증가 560억불
전년 대비 30% 증가 560억불
특히 주목할 대목은 TSMC의 투자 태도 변화다. TSMC는 반도체 업계 내에서도 투자를 가장 보수적으로 집행하기로 유명하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다. 그런 TSMC가 2026년 설비투자액을 520억~560억 달러(약 76조 4000억~82조 3200억 원)로 제시하며 전년 대비 30% 이상 늘렸다.
시장에서는 “보수적인 TSMC가 이 정도 가이던스를 냈다는 건, 실제 물밑 수요는 훨씬 더 폭발적이라는 방증”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투자 메모를 통해 “TSMC가 2~3년 뒤 공급을 겨냥해 500억 달러 이상을 베팅한다는 것은 AI 사이클이 정점(피크) 논쟁이 아니라 물리적 용량 부족 단계에 있다는 고백”이라고 분석했다.
━
엔비디아 젠슨 황도 다급히 제안
“라인 말고 공장 부지 전체 사겠다”
“라인 말고 공장 부지 전체 사겠다”
TSMC의 콧대가 높아진 배경에는 철저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의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 계정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최근 TSMC에 파격적인 제안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생산 라인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공장을 지을 ‘땅’ 자체를 예약하겠다고 나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궈밍치에 따르면 젠슨 황은 대만 타이난의 팹18(Fab18) 인근 P10, P11 부지 비용을 직접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TSMC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파운드리 고객사는 라인 등 할당된 생산량을 두고 협상한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아예 공장 부지를 통째로 선점해 경쟁사들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려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풀이된다.
━
나노 수율 경쟁력과 삼성의 고민
투자액 5배 차이...벌어지는 틈
투자액 5배 차이...벌어지는 틈
TSMC의 독주는 추격자 삼성전자에게는 높은 벽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TSMC가 제시한 올 설비투자액 최대 560억 달러는 오롯이 파운드리에만 투입되는 금액이다. 반면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삼성전자의 올해 파운드리 분야 실제 투자액은 10조~15조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TSMC가 삼성전자보다 파운드리에 5배 넘는 돈을 쏟아붓는 셈이다.
격차는 초미세 공정 단위인 ‘㎚(나노미터·10억 분의 1m)’ 경쟁력에서 벌어지고 있다. TSMC는 3나노에 이어 2나노공정에서도 수율 70~90%를 달성하며 안정적인 양산 궤도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이번 가이던스는 시스템 반도체 제조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의 격차가 확대된 것을 보여준다”며 “현재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 삼성전자에도 일부 수혜가 돌아가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지적했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궁금한 사항이나 건설적인 논의, 제안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제 메일 gap@sedaily.com로 연락주시면 성심성의껏 후속 취재해 다음 시리즈에 반영하겠습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