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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개 파라미터의 벽 넘었다" SKT가 쏘아올린 오픈소스 AI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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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개 파라미터의 벽 넘었다" SKT가 쏘아올린 오픈소스 AI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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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생태계가 매개변수(파라미터) 5000억개 시대를 열며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단순히 모델의 덩치만 키운 것이 아니라 소스를 완전 개방하는 전략을 택해 폐쇄형 모델 위주의 시장 판도를 흔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SK텔레콤이 주도하는 SKT 정예팀은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1단계 관문을 통과하고 2단계 사업에 공식 진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성과는 단순한 기술 과제 수행을 넘어 한국형 초거대 AI의 체급이 한 단계 도약했음을 시사한다.

SKT 정예팀이 선보인 A.X K1(에이닷엑스 케이원)은 국내 최초로 매개변수 5190억개를 넘긴 519B급 초거대 AI 모델이다. 파라미터는 AI의 신경망 연결 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수가 많을수록 더 복잡한 추론과 고차원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그동안 국내 모델들이 효율성을 강조하며 중소형 모델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A.X K1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모델들과 정면 승부를 택했다.

성능 검증에서는 최근 전 세계 AI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중국의 딥시크(DeepSeek)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결과를 보였다. 고난도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AIME25 벤치마크와 코딩 활용도를 측정하는 라이브코드벤치(LiveCodeBench) 영역에서 A.X K1은 딥시크-V3.1 등 글로벌 오픈소스 모델과 대등하거나 일부 우수한 성능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어 특화 모델이라는 한계를 넘어 수학과 코딩이라는 AI 기초 체력 면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국내 기술 평가에서도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한 1단계 벤치마크 평가에서 SKT 정예팀은 10점 만점에 9.2점을 획득했다. 이는 LG AI연구원과 함께 5개 참여 팀 중 공동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수학과 지식뿐만 아니라 장문 이해와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는 신뢰성 및 안전성 평가에서도 고른 득점을 하며 밸런스 잡힌 모델임을 입증했다.

SKT 정예팀의 전략적 한 수는 라이선스 정책에 있다. A.X K1은 아파치 2.0(Apache 2.0) 라이선스로 공개됐다. 이는 누구나 자유롭게 모델을 수정하고 재배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 이를 가져다 상업적으로 이용해 돈을 벌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구글이나 오픈AI가 모델을 독점하며 API 사용료를 받는 폐쇄적 전략을 취하는 것과 대조된다. 성능 좋은 고용량 모델을 무료로 풀어 개발자 생태계를 SKT 중심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이제 시선은 멀티모달(Multi-modal)로 향한다. 텍스트 위주의 1단계를 넘어선 SKT 정예팀은 2단계 평가부터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언어로 변환하는 기술을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논문이나 복잡한 업무 문서를 이미지로 인식해 요약하는 기능이 가능해진다. 올 하반기부터는 음성과 영상 데이터까지 처리 영역을 확장해 눈과 귀가 달린 AI를 구현할 계획이다. 학습 언어 또한 한국어를 넘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5개 국어로 확대해 글로벌 수출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번 성과는 SKT 독자적인 결과물이 아니다.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 등 국내 유망 테크 기업들과 서울대 KAIST 등 학계가 뭉친 원팀(One Team) 체제의 산물이다. 최근에는 KAIST 인공지능대학원 서민준 교수팀과 서울대 수리과학부 서인석 교수팀이 합류하며 연구개발 깊이를 더했다.

개발된 모델은 연구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그룹 내 멤버사를 포함해 한국고등교육재단 등 20여 개 기관이 해당 모델을 실무에 도입할 예정이다. 반도체 공정 효율화나 신소재 발굴 등 산업 현장에서 A.X K1이 실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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