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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80만명 식량 하루에 없애는 메뚜기떼, 질소 비료로 잡는다

조선비즈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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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80만명 식량 하루에 없애는 메뚜기떼, 질소 비료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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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케냐 이시오로 카운티에서 관측된 사막 메뚜기 떼./FAO

2020년 3월 케냐 이시오로 카운티에서 관측된 사막 메뚜기 떼./FAO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하기로 한 약속을 파라오가 지키지 않자 메뚜기 떼를 불러 이집트의 모든 식물을 먹어 치우게 했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서 애굽(이집트)에 내린 10가지 재앙 중 여덟 번째이다.

메뚜기 떼의 공포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봄 동아프리가 10국을 휩쓴 메뚜기 떼는 하루에 16만t의 식량을 먹어 치웠다. 80만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세계은행은 그해 작물 피해가 85억달러(12조 495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과학자들이 메뚜기 떼 공포를 잠재울 방안을 찾았다. 미국과 세네갈 과학자들은 작물을 메뚜기 입맛에 맞지 않게 쉽게 바꾸는 방법을 개발했다. 중국 과학자들은 홀로 살던 메뚜기가 떼를 이루지 않도록 호르몬을 조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메뚜기 떼 앞에 나선 과학자 어벤저스들이다.

◇메뚜기 입맛에 맞지 않게 탄수화물 낮춰

아리안 시즈(Arianne Cease)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메뚜기가 농작물을 먹지 못하게 하는 간단한 토양 개선법을 개발해 아프리카 농민들과 같이 효능을 확인했다”고 1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메뚜기 떼 피해를 입은 세네갈 농민들과 협력해 새로운 방제법을 시험했다. 세네갈메뚜기(학명 Oedaleus senegalensis)는 동아프리카를 휩쓴 사막메뚜기(Schistocerca gregaria)보다는 덜 해도 지속적으로 소규모 떼를 지어 농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새 방제법은 간단히 말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것이다. 시즈 교수는 “15년 이상 연구를 통해 영양분이 부족한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이 메뚜기 떼 발생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실험에서 세네갈 농민 100명은 기장 밭 두 곳을 가꿨다. 한 쪽은 질소 비료를 주고, 다른 쪽은 예전처럼 비료를 주지 않았다.


세 차례 실험한 결과 질소 비료를 준 밭에는 메뚜기 수가 이전보다 적었다. 자연 잎 손상이 덜해 수확량이 두 배로 늘었다. 농민들은 질소 비료가 다른 해충을 부르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그런 문제는 없었다. 메뚜기가 비료를 주지 않은 밭에 더 몰리지도 않았다.

메뚜기를 쫓아낸 비결은 단백질이었다. 질소 비료를 준 밭에서 자란 기장은 다른 곳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탄수화물은 적었다. 메뚜기는 이런 식물을 꺼린다. 마라톤 선수가 대회 직전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듯, 메뚜기들도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탄수화물을 집중적으로 섭취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다. 시즈 교수는 “장기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저렴하게 토양에 질소를 공급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질소 비료를 지원해서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의 자금 지원은 지난해 중단됐다.


세네갈 농민들은 비료를 자체 조달할 방법을 찾았다. 논문 공동 교신 저자인 마무르 투레(Mamour Touré) 세네갈 가스통 베르제르대 교수는 “농민들이 과거처럼 수확하고 남은 줄기나 잎을 태우지 않고 퇴비로 만들어 다음 농사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우리 새마을운동이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돕는다는 자조(自助) 정신으로 추진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원이 세네갈메뚜기를 잡고 있다. 메뚜기는 무리를 이뤄 장거리 이동하기 전에 탄수화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질소 비료를 준 밭에선 탄수화물보다 단백질이 늘어 메뚜기 떼가 오지 않았다./미 애리조나 주립대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원이 세네갈메뚜기를 잡고 있다. 메뚜기는 무리를 이뤄 장거리 이동하기 전에 탄수화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질소 비료를 준 밭에선 탄수화물보다 단백질이 늘어 메뚜기 떼가 오지 않았다./미 애리조나 주립대



◇무리 부르는 호르몬 신호 차단 기술도

메뚜기 떼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사막메뚜기는 1㎢ 면적에 대략 8000만 마리가 모여 날아다닌다. 이만한 규모의 사막 메뚜기 떼는 3만5000명이 먹을 농작물을 하루에 먹어 치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20년 동아프리카 메뚜기 떼 창궐 당시 지구 인구의 10분의 1에 식량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막메뚜기는 원래 혼자 살다가 어떤 이유로 무리를 이루면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이동 중에 보이는 동식물을 모두 먹어 치운다. 과학자들은 메뚜기가 떼를 이루는 원인을 찾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과학원 동물연구소의 캉레(Le Kang) 교수 연구진은 2020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사막메뚜기가 무리를 이룰 때 분비하는 페로몬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페로몬은 곤충이 몸 밖으로 분비하는 신호물질이다.

연구진은 무리를 지은 메뚜기들이 분비하는 페로몬 6종을 채집해 실험했다. 그 가운데 4-비닐아니솔(4VA)이라는 페로몬이 홀로 사는 메뚜기들을 무리로 이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4VA는 홀로 사는 메뚜기는 물론, 무리를 이룬 메뚜기도 모두 끌어모으는 효과를 냈다. 이는 암수나 나이도 상관없었다.

캉 교수는 “네댓 마리가 모이면 4VA를 방출하기 시작하고 무리가 커질수록 4VA 농도도 급증한다”고 밝혔다. 큰 목소리로 동료를 불러 모으던 것이 전국 방송을 통해 집합 신호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끈끈이 덫에 4VA를 발라 중국 북부의 메뚜기 번식처에 설치했다. 4VA를 바른 덫에는 다른 덫보다 더 많은 메뚜기가 달라붙었다.

아프리카 케냐 동북부에 모인 사막메뚜기들. 이동 중 만나는 동식물을 모두 먹어치운다./FAO

아프리카 케냐 동북부에 모인 사막메뚜기들. 이동 중 만나는 동식물을 모두 먹어치운다./FAO



◇기후변화 막는 것이 근본 해결책

중국 연구진은 메뚜기가 페로몬을 아예 감지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사막메뚜기의 더듬이에서 4VA를 감지하는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도록 해당 유전자를 잘라냈다. 그러자 메뚜기는 4VA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캉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네이처에 4VA 합성에 핵심적인 효소 두 개를 차단해 메뚜기의 군집 행동을 막았다고 밝혔다.

전 지구적인 식량 위기를 막으려면 메뚜기만 볼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아프리카 정부 간 개발기구(IGAD) 산하 기후예측응용센터(ICPAC) 연구진은 2020년 ‘네이처 기후변화’에 아라비아반도 일대에 내린 비가 만든 사막 호수가 메뚜기가 증식하는 데 최적의 여건을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18년 5월 인도양에서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이 발생해 아라비아반도로 올라왔다. 이로 인해 폭우가 내리면서 사막 호수가 만들어졌다. 같은 해 10월에도 이 지역으로 사이클론이 또 올라오면서 수분을 추가했다. 2019년 말 사이클론은 강력한 바람을 일으켜 사막 메뚜기 떼를 동아프리카로 날려 보냈다.

인간에 의한 온난화가 부른 열은 90%가 바다로 흡수된다. 그 결과 수온이 높아지고 이전보다 사이클론이 잦아졌다. 결국 기후변화가 사막 메뚜기 떼를 불렀다는 말이다. 과거 이집트 파라오가 그랬듯 메뚜기 떼 재앙의 원인은 인간에 있었던 셈이다.

참고 자료

Scientific Report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5-27884-z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110-y

Nature(2020),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0-2610-4

Nature Climate Change(2020), DOI: https://doi.org/10.1038/s41558-020-0835-8

이영완 기자(yw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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