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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세금으로 굳어진 안락함, 미래를 갉아먹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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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세금으로 굳어진 안락함, 미래를 갉아먹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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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 공공부문은 어디까지 커져야 하는가
문화·체육·관광을 담당하는 한 부처 산하에 기관이 59개나 된다는 사실은 숫자 자체만으로도 놀랍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 기관 상당수가 세금으로 운영되고, 정년이 보장되며, 수장의 임명권이 정치 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것이 비단 한 부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중앙부처를 넘어 지방정부까지 포함하면 정부·공공기관·산하 공기업과 공단은 과연 몇 개나 될까. 국민 누구도 그 총량을 명확히 답하기 어렵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구조적 비대화를 말해준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한 공단이 신입사원 60명을 채용했다는 소식은 상징적이다. 창업과 혁신을 지원하라고 만든 조직이 정작 ‘고용 안정의 섬’으로 기능하고 있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세금은 한정돼 있는데 조직은 늘고, 늘어난 조직은 다시 예산과 인력을 요구한다. 이 고리는 한 번 굳어지면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은 “등골이 휜다”는 표현을 쓰게 된다. AI 시대는 노동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는 빠르게 자동화되고, 민간 기업은 생존을 위해 조직을 슬림화한다. 그 결과 불확실한 시장에서 끝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미 지표는 분명하다.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다시 치솟고, 창업에 도전하려는 총량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사회보다 안전한 자리에 몰리는 사회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정책의 시계는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과거의 성장 패러다임, 즉 조직을 만들고 인력을 늘리고 예산을 투입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상 속에서 정책이 설계되고 집행된다. 그러나 AI와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국가는 ‘고용의 종착역’이 아니라 ‘민간 혁신의 촉매’여야 한다. 공공부문이 비대해질수록 민간의 활력은 위축되고, 창업과 모험자본은 줄어든다. 이는 단기적 안정과 맞바꾼 장기적 쇠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비난이 아니라 실사구시형 구조조정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재명식 ‘실용과 현실’의 접근을 원용하더라도 답은 분명하다. 첫째, 기능 중심의 전면 재점검이다. 유사·중복 기능을 수행하는 산하 기관은 과감히 통폐합해야 한다. ‘기관이 있으니 일을 만든다’는 구조를 ‘필요한 일이 있으면 기능으로 설계한다’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둘째, 정원과 채용의 총량 관리다. 신규 채용이 불가피하다면 그만큼 다른 영역에서 자동화·외주·민간 위탁을 통해 감축이 병행돼야 한다. 셋째, 임명 구조의 투명화다. 전문성과 성과를 기준으로 한 공개 경쟁이 원칙이 되지 않으면 공공기관은 정치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학의 전환이다. 공공부문은 ‘안정된 일자리 공급자’가 아니라 ‘공공가치의 수호자’여야 한다. 생명·안전·환경·공정경쟁처럼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민간의 혁신 역량을 믿고 길을 터주는 것이 옳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은 그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며, 증명에 실패하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것이 상식이다. 지금의 선택은 미래 세대에 대한 약속과 직결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 개인을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문제는 구조다. 구조가 사람의 선택과 행동을 규정한다. 무분별한 증원과 기관 난립을 방치한다면 우리는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정체를 선택한 사회가 된다. 반대로 기본 원칙과 상식에 따라 구조를 다듬는다면 국가는 가벼워지고 민간은 살아난다. AI 시대의 국정 운영은 더 많은 조직이 아니라 더 나은 설계를 요구한다. 세금의 무게를 줄이고 도전의 문을 넓히는 것, 그것이 지금 정부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책무다.
[그래픽=노트북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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