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서 환율이 올랐다는 얘기가 너무 많아져서 당황스럽구요.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고환율 상황과 관련해 M2(광의의 통화량) 증가가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이 돈을 풀어 환율이 올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진 | 뉴시스] |
이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M2가 늘어난 추세를 스탑(정지)시켰고, 내 임기 중에 M2는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데이터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해서 그동안 가만히 있었는데 이게 차차 번져서 아예 한은이 돈을 많이 풀어서 환율이 올라갔다는 얘기가 너무 많아졌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M2 비율을 근거로 유동성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그 나라의 금융구조가 은행 중심이냐 자본시장 중심이냐 같은 여러 구조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그것 자체를 놓고 유동성이 많다고 얘기하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한 이론"이라며 "이걸 계속 얘기하면 감정이 너무 올라온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초 환율 상승의 성격이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여러가지 시장 안정화 정책을 실시한 결과 연말에 환율이 1430원대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갔는데, 1470원 선까지 올라간 것의 4분의 3 정도는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 베네수엘라 등 지정학적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달러 흐름과 무관하게 원화 약세가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달러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나머지 4분의 1 정도는 계속해서 우리만의 요인으로 올라간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의 달러 매입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높았던 수준보다 유사하거나 더 큰 속도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주식이 더 올라가거나 환율이 절하된다는 기대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다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특정 집단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환율로 인해 물가가 올라갈 수 있고 수입 가격이 올라가면 서민들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며 "내 투자수익률만 오르면 되지 라고 미시적으로는 맞는 행동을 하지만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거시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M2 증가율이 하락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 한국은행 제공 영상] |
최근 고환율 현상을 두고는 "지금 달러는 풍부하지만 환율이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해서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팔지 않고 어딘가 놔뒀다가 달러를 빌려만 주고 싶어한다"며 "성장률 격차가 난다, 금리격차가 난다 등 여러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달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달러가 있는데 안 팔고 빌려만 주려고 하는 그런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수급 쏠림이나 환율 절하 기대를 바꿔줄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통화량 증가가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기자간담회 이후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직접 그래프와 자료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박 부총재보는 "GDP 대비 M2 비율이 그동안 쭉 상승해오다가 2022년 4분기에 정점을 찍고 이후에는 소폭 하락 내지는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M2 자체의 증가율을 봐도 "일각의 주장과는 다르게 2022년부터 빠르게 하락했다"며 "최근 같은 경우는 M2 증가율은 계속 떨어졌는데 원·달러 환율은 계속 상승추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 총재는 "(GDP 대비 M2가) 미국의 2배라서 이렇다? 지난 10년 동안도 이랬는데 그 때까지는 아무 일 없다가 오늘 이 순간에만 환율이 이렇게 변화할까"라고 반문하면서 "그런 얘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팩트에 맞는지 한번 물어봐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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