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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HBM 장비 업계, 일본 반도체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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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HBM 장비 업계, 일본 반도체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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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대건 기자]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4월 홋카이도 연구개발 센터 가동을 앞두고 대규모 장비 발주를 준비하는 가운데 한국 후공정 기업의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전공정 장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나 2.5D 패키징용 후공정 장비 생태계가 취약한 만큼, 한국 장비 기업들에게 일본 시장 진출의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오는 4월 홋카이도에서 가동을 앞두고 본격적인 장비 발주에 나설 전망이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4월 홋카이도 치토세 공장에서 2nm 반도체 시범 생산을 시작했고, 7월에는 첫 프로토타입 웨이퍼를 공개했다. 장비 반입은 이미 순차적으로 진행됐지만, 오는 4월 후공정 연구개발(R&D) 센터인 'RCS(Rapidus Chiplet Solutions)' 본격 가동을 위해서는 추가 장비 발주와 최종 셋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라피더스는 2022년 설립된 일본 8개 기업 컨소시엄으로, 2027년까지 2나노미터(nm)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4월 시작하는 2026 회계연도에 맞춰 확정한 2나노(nm) 칩 개발과 첨단 패키징 기술 고도화에 약 800억엔 규모 반도체 예산 집행이 2~3월에 이뤄지는 만큼, 이 시기가 장비 업체들에게 구매주문(PO)이 집중되는 골든타임이 될 전망이다.

라피더스가 구축 중인 RCS는 칩렛 기반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의 핵심 거점이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누적 3조엔(약 27조원) 이상을 지원하며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추진 중이다. 홋카이도 치토세 공장 인근 세이코엡손 공장 부지에 들어서는 이 센터는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실리콘 인터포저, 하이브리드 본딩 등 차세대 후공정 기술을 연구한다. 4월 가동 목표를 맞추려면 통상적인 장비 리드타임을 고려할 때 2월까지 최종 구매주문(PO)과 장비 설치 계획이 확정되어야 한다.

일본은 도쿄일렉트론(TEL) 등 전공정 장비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후공정 장비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에 따르면, 일본은 2.5D/3D 패키징용 핵심 장비를 BESI, ASMPT 등 외국 기업에 의존해왔다. 라피더스가 목표로 하는 2nm 칩의 칩렛 구조 구현에 필수적인 TSV(실리콘 관통 전극) 본딩 장비나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분야에서 일본 자체 기술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진: 트렌드포스]

[사진: 트렌드포스]


◆HBM 양산 경험 앞세워 일본 시장 진입 가능성 ↑


속도를 내고 있는 라피더스 입장에서는 검증된 장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츠요시 코이케 라피더스 최고경영자(CEO)는 "제품 사이클이 단축되는 상황에서 기업 간 협력을 통한 개발 시간 단축이 핵심"이라며 "일본의 첨단 로직 반도체 기술은 10~20년 뒤처져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기 위해서는 이미 검증된 장비 도입이 필수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HBM 양산을 통해 쌓은 수율과 신뢰성 데이터는 라피더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국 장비 기업들은 이미 HBM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대표적으로 한미반도체가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SK하이닉스에 552억원 규모의 TC본더(열압착장비)를 공급했고, 최근에도 96억5000만원 규모의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세미텍도 SK하이닉스와 805억원 규모의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HBM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단독 벤더에서 멀티 벤더 체제로 전환하고 있어 한국 장비사들의 글로벌 영업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라피더스가 시범 생산한 2나노 반도체 웨이퍼 [사진: 뎀파-디지털]

라피더스가 시범 생산한 2나노 반도체 웨이퍼 [사진: 뎀파-디지털]


한일 양국은 첨단 산업 협력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3일 정상회담에서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실무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는 지난 60년의 한일관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새로운 6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라며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양국 정부 차원의 협력 기조는 라피더스와 한국 장비 기업 간 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산 장비 사용에 있어 일본 업계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한국 업계에는 다행인 점이다.

현재 라피더스는 IBM과 2nm급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기술 개발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독일 프라운호퍼, 싱가포르 ASTAR IME와도 첨단 패키징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장비 기업들도 충분히 일본이 추진하는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에 참여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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