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내 대한이과학회장(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
나이가 들며 텔레비전을 비롯한 전자기기 소리를 나도 모르게 키우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잘 못 알아들어 되묻는 빈도가 높아진다. 바로 ‘노인성 난청’ 때문이다. 흔히 ‘귀가 어두워진다’고 표현하는 이 질환은 노화를 체감하는 큰 계기가 된다. 우리나라 65살 이상 고령층 200만 명 이상이 이를 겪고 있다. 10명 중 4명꼴이다.
노화로 귀가 어두워지더라도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채로 지내는 건 어쩔 수 없거나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고령층 중 보청기 등 청각보조기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그만큼 노인성 난청에 대한 청각 교정 치료 인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보청기 등 청각보조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흔히 노인성 난청으로 ‘모든 소리’가 잘 안 들릴 것이라고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박시내 대한이과학회장(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환자분들이 잘 안 들리는 것도 문제지만 정확하게 듣지 못한다고 호소한다”며 “작은 소리를 놓치고 사람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기 어려워지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흔히 ‘귀가 어두워졌다’ ‘가는귀를 먹었다’고 말하는 증상이다.
지난해 9월9일 귀의날을 맞아 대한이과학회가 개최한 대국민 귀건강 심포지엄 기념사진 모습. 당시 학회는 노인성 난청 환자에 대한 보청기 급여 확대 등 귀건강 관련 의학정보를 공유하고 보건정책을 제언했다. 대한이과학회 제공 |
이는 노인성 난청이 노화로 인해 귓속 달팽이관의 유모세포와 청신경, 뇌의 청각 중추 등에서 신경세포가 손상된 감각신경성 난청이기 때문이다. 달팽이관의 유모세포는 고음 영역(4000㎐ 이상의 음역대)의 소리를 받아들이는 세포부터 쉽게 손상되기에 청력도 이 부분부터 손실된다. 사람의 말소리 중에선 ㅅ, ㅊ, ㅋ, ㅌ 등 고음역대 속하는 자음이 잘 안 들리고 말소리가 웅웅거리거나 뭉개져서 들린다. 반면, 모든 음역대의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경우는 소음 노출이나 부상 등으로 외이도나 고막, 중이 등 소리를 전달하는 기관 자체에 문제가 생긴 ‘전음성 난청’이 흔하다.
따라서 노인성 난청 환자에게 무조건 큰 소리로 얘기한다고 해서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큰 소리는 잘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로선 ‘시끄럽다’며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청력 교정 치료에서도 섬세한 과정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보청기도 무조건 소리를 키운다고 잘 들리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보청기를 착용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환자별 청력의 정도, 난청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보청기 종류도 달라질 뿐 아니라 음역대 주파수별로 소리를 제대로 증폭·조정하고 내 말소리는 울리지 않도록 맞춤 처방 후 적어도 수개월~연 단위로 청력이 교정되는 상황을 추적 검사해 보청기를 적절히 조절하는 청각재활치료를 할 때 살아 있는 청각세포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와 중증 난청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보청기를 착용하는 시기도 중요하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이 보청기 비용을 지원하는 기준은 보통 사람들이 대화하는 정도인 60데시벨(㏈) 이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장애 등급’에서지만, 너무 늦다는 지적이다. 나랏돈으로 보청기 구입을 지원했어도, 정작 사용하지 않기 쉽다. 이땐 이미 청력 교정이 어려워져 환자들의 만족도나 순응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중증 난청 상태에선 사회적 단절과 치매 위험도도 크게 높아진다.
따라서 적어도 40㏈ 이상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중등도 난청 수준까지 보청기 치료 지원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게 대한이과학회가 10년 가까이 권고 중인 사안이다. 고령층이 속삭이는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기 시작하며 대화 중 말을 알아듣는 능력이 정상 수준에서 70~80%까지 떨어진 시기다. 박 교수는 “노인 보청기 지원 정책은 사회·경제 활동이 가능한 고령층의 사회적 단절과 치매를 예방해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는 동시에 평생을 사회에 기여한 고령층에 대한 예우이자 삶의 질을 보장하는 중요한 복지”라고 강조한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