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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잘나가는데 환율 너 무슨 일이야[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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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잘나가는데 환율 너 무슨 일이야[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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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사실들) : ‘5000피’ 뒤쫓는 ‘1500원’
선(맥락들) : 금리? 유동성? 해외투자?
면(관점들) : 환율은 체온계일 뿐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10거래일 연속 상승을 거듭하며 4797.55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문재원 기자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10거래일 연속 상승을 거듭하며 4797.55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문재원 기자


코스피가 한계를 비웃으며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꿈의 지수’라 불리던 3000을 뚫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5000을 눈앞에 두고 있죠. 주요국 증시 상승률 중 압도적 1위입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기도 어렵습니다. 코스피와 경쟁하듯 가파르게 오르는 환율 때문입니다.

최근의 환율 상승은 걱정거리를 넘어 좀 ‘이상한’ 일이기도 합니다. 코스피가 오른다는 건 어쨌든 한국 경제가 잘나간다는 뜻이잖아요. 그렇다면 원화도 가치가 오르고 환율은 낮아져야 정상일 텐데, 정작 환율은 위험한 수준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하시지만, 복잡한 경제 용어에 머리가 아프죠. 오늘 점선면은 그런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코스피·환율 동반 상승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분석, ‘경제 초보’도 알기 쉽게 정리해드릴게요.

점(사실들): ‘5000피’ 뒤쫓는 ‘1500원’


코스피는 어제(15일) 4797.55를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번에도 사상 최고치입니다. 코스피 지수는 종가(장 마감) 기준 4624.79(12일)→4692.64(13일)→4723.10(14일)으로 매일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치솟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같은 날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1469.7원을 기록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이례적 구두개입(당국자의 말로 시장에 신호를 던지는 것)으로 전날보다는 조금 내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1468.4원(12일)→1473.7원(13일)→1477.5원(14일)으로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불법 외환거래를 막고 시장에 달러를 푸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 유의미한 반전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거시적인 자본 유출입을 관리하는 추가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선(맥락들): 금리? 유동성? 해외투자?


코스피가 오르는 이유는 뚜렷합니다.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건 인공지능(AI) 열풍의 수혜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입니다. 최근에는 각국의 국방비 강화와 미국 원전 규제 완화 등으로 이른바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 관련주가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펼친 여러 정책(세제 혜택 강화, 주주 이익 보호 등)도 영향을 미쳤고요.

문제는 환율입니다. 주가는 물론이고, 지난해 11월 수출 흑자도 122억4000만달러(약 17조8000억원)로 전월보다 2배는 늘었습니다. 경제가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왜 원화 가치는 낮아질(환율이 높아질)까요?

많은 이들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를 언급합니다. 금리는 한마디로 ‘돈의 가치’입니다. 돈을 빌려주고 대가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뜻하는 지표니까요. 지금 미국 기준금리는 3.75%로 한국(2.50%)보다 높습니다. 단순히 금리만 보면 달러가 원화보다 더 가치 있는 화폐인 겁니다. 지금은 정부의 확장 재정으로 원화가 시중에 많이(유동성↑) 풀려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환율은 금리 차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국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부터 쭉 2.50%인데 미국은 그동안 9월(4.50%→4.25%)과 10월(4.25%→4.00%), 12월(4.00%→3.75%)에 연달아 금리를 내렸거든요. 겉보기엔 금리 차이(돈의 가치 차이)가 줄었으니까 환율이 꺾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금리 차이가 좁혀지든 말든 한국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해외투자는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액은 2018년 191조9390억원에서 지난해 8월 771조3090억원으로, 서학개미(개인)의 해외투자액은 2018년 39조9250억원에서 지난해 11월 306조2370억원으로 증가했어요. 원화로 달러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면 당연히 환율도 오르겠죠.

게다가 한·미 관세협상으로 한국은 미국에 최소 10년 동안 2000억달러(약 294조3400억원)의 현금을 투자해야 합니다. 돈은 앞으로 더 빠져나갑니다. 투자 심리도 환율 상승에 베팅했습니다.


면(관점들): 환율은 체온계일 뿐


그럼 결국 국장을 떠나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문제일까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지금 기관·개인의 해외투자금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치고 빠지는 돈이 아니라, 연금처럼 장기 투자의 성격을 지닌 자금”이라고 봅니다. 지금 한국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그러니까 ‘매력 없는 투자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현실의 환율은 금리보다 성장률, 더 정확히는 성장에 대한 확신을 반영한다”며 “결국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마다 해외 자산을 더 사들이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을 경제 성장이 기대되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야 합니다. 환율은 ‘경제의 체온계’로 불립니다. 체온계의 숫자를 내리려면 체온계를 만질 게 아니라 환자(국가 경제)가 건강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병을 이겨내는 것은 기초체력이고,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려면 경제 주체 모두가 고루 단단해지도록 양극화를 해소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코스피·환율 동반 상승은 큰 위험 요인을 안고 있습니다. 코스피의 무서운 성장도 반도체와 조방원 등 일부 대형주에 쏠렸을 뿐, 나머지는 고만고만하거나 하락하는 ‘K자 양극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고환율은 생활물가를 끌어올리고 내수 기업의 목을 조르며 양극화를 부추깁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은 이미 잘나가는 반도체·자본시장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뚜렷한 양극화 해소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향신문 신년 인터뷰에서 “소득·부의 양극화가 성장 동력을 훼손하고 유대의식을 갉아먹으며 재생산 역량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줄까 우려된다”며 “양극화는 나설 수 있는 주체가 정부밖에 없다. 2026년이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열이 펄펄 끓는 채로 달리면 언젠가 엎어집니다. 건강해야 더 오래, 더 멀리 뜁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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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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