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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통신망?…이란과 베네수엘라 사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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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통신망?…이란과 베네수엘라 사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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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개발한 2세대 위성 'V2 미니'를 탑재한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AP/뉴시스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개발한 2세대 위성 'V2 미니'를 탑재한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AP/뉴시스


인터넷이 끊겨도 메시지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이어진 통신 차단 사태 속에서, 기존 인프라 밖에서 작동하는 위성 인터넷과 블루투스 기반 메신저가 ‘우회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란에서는 대규모 시위와 함께 정부가 이동통신과 유선 인터넷을 반복적으로 차단하자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가 일부 지역에서 외부와의 연결 수단으로 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장비 반입과 사용이 제한적이지만, 언론·시민단체·기술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접속 창구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베네수엘라에서도 정국 불안과 대규모 정전, 통신 장애가 겹친 시기 스타링크가 비상시 접속 수단으로 활용되며 흔들리는 국가 통신망을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해 10월  제공한 사진에서 군인들이 카렌주 미야와디 마을 KK 파크에서 온라인 사기 범죄 단속을 벌여 압수한 스타링크 수신기 장비를 진열해 보여주고 있다. AP/뉴시스

미얀마 군부가 지난해 10월 제공한 사진에서 군인들이 카렌주 미야와디 마을 KK 파크에서 온라인 사기 범죄 단속을 벌여 압수한 스타링크 수신기 장비를 진열해 보여주고 있다. AP/뉴시스


다만 위성망이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얀마와 동남아 일부 국경 지역에서는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스타링크 장비가 전자사기·불법 온라인 도박 등에 악용된 사례가 보고됐다. 국가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민주화 운동이나 언론 활동에는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범죄 조직이 통신 차단이나 단속을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상에서는 블루투스 메시(mesh) 기반 메신저가 통신 공백을 메우는 보조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잭 도시 전 트위터 공동 창업자가 참여해 개발한 비트챗은 블루투스 저전력 메시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이나 셀룰러망 없이도 주변 단말기를 거쳐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단말기 하나하나가 중계 노드가 되기 때문에 특정 서버나 회선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브라이어는 보안성과 검열 회피 기능을 강화한 P2P 메신저로, 중앙 서버와 계정 기반 인증 체계 없이 단말기끼리 직접 메시지를 동기화하도록 설계됐다. 인터넷이 차단된 상황에서는 블루투스와 Wi-Fi를 이용해 주변 기기와 연결하고, 제한적으로나마 접속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암호화된 경로를 통해 더 먼 사용자와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상용 메신저에 비해 속도와 편의성은 떨어지지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스타링크와 비트챗, 브라이어의 공통점으로 연결의 지속성을 우선한 설계를 지목한다. 스타링크가 국가 통신망과 분리된 위성 백본으로 외부 인터넷 접속을 유지한다면, 비트챗과 브라이어 같은 메시·P2P 메신저는 시위 현장과 도시 내부에서 단거리·근거리 정보를 수평적으로 전파하는 내부망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두 층이 함께 작동할 경우 통신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시위 정보 공유, 사실 확인, 구조 요청, 외부 제보 등 기본적인 정보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사례는 통신망이 단순한 기술 인프라를 넘어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자원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인터넷 접속 제한과 셧다운을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편, 시민과 언론, 시민단체는 위성망과 메시 네트워크, 암호화 메신저를 조합해 이를 우회하려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통신이 어떤 내용이 유통되는가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누가 연결을 끊고, 누가 연결을 복원할 수 있는가는 통제 권한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통신망 구조와 규제를 둘러싼 논의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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