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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의 할리우드 리포트] ‘시라트’ 지옥과 천국을 잇는 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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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의 할리우드 리포트] ‘시라트’ 지옥과 천국을 잇는 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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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죽인 사막, 끝없는 모래 언덕 위로 테크노 비트가 울려 퍼진다. 스피커가 세워지는 순간, 세상이 깨어난다. 올리베르 라세의 영화 ‘시라트’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아랍어로 ‘길’을 뜻하는 시라트. 그러나 이 영화에서 길은 단순한 물리적 경로가 아니다. 지옥 위에 놓인 가느다란 다리, 지옥과 천국을 잇는 통로다. 추락과 구원이 동시에 가능한, 위태롭고도 필연적인 경계다. 변화와 빛을 품은 이 단어를 사랑한다는 라세 감독의 해석처럼 “지옥은 닫힌 공간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며 이 영화는 그 변화와 변신을 탐구하는 대담한 여정이다.

루이스(세르지 로페스)는 아들 에스테반과 함께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다. 스페인을 떠나 모로코의 사막을 향한다. 지도에도 남지 않은 산맥을 향해 레이브의 심장부로 향하는 트럭 캐러밴에 그들은 몸을 싣는다. 목적지는 없다. 오직 춤과 분노와 자유만이 그들을 이끈다. 트럭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행진하는 장면은 압도적이면서도 기이하게 아름답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로드 트립의 서막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인물들은 내면의 심연으로 떨어진다. 모래폭풍이 장비를 부수고, 뜨거운 열기가 살을 태운다. 실제 불길 속에서 촬영되고 수백 명이 모인 레이브 파티가 재현된다. 그럼에도 카메라는 멈추지 않는다. 라세 감독은 “가장 위험했던 것은 영화 자체였다”고 말한다. 장르의 법칙을 거부하고 계산 없이 그저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 대담함이 화면 전체를 지배한다. 락스 감독에게 이 영화는 15년의 긴 여정 끝에 완성된 세 번째 장편이며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이 여정은 단순한 실종 수색을 넘어선다. 라세 감독은 “모든 인간은 조금씩 부서져 있다”고 말한다. 레이브를 떠도는 인물들을 통해 깨진 인간성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루이스는 딸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공허와 마주하고, 극한에서야 진정한 자신을 발견한다. 이 여정은 감독 자신에게도 치유였다. 산 정상에서 1000명이 춤추는 레이브를 내려다보며 “저 모든 것이 단지 사랑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울고 소리치되, 세상이 끝나도 춤추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감독이 발견한 레이빙의 본질이다.

소리는 육체를 관통한다. 캉딩 레이의 사운드트랙은 부족의 북소리처럼 분노한다. 강렬한 테크노 비트가 시작되지만 점점 추상으로 변형되고 물질의 세계를 벗어난다. 리듬이 사라지고 메아리만 남는다. 미래의 이상향을 암시하는 이 잔향 속에서 사막은 현실이자 환상으로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상적인 자아를 만들어 상처를 숨기지만 레이브는 그 틈을 드러내는 의식이다. ‘시라트’의 강렬함은 캐스팅 방식에서도 기인한다. 라세 감독은 영화계가 아닌 반문화 공동체를 직접 찾아다니며 실제 테크노 공동체 출신의 비전문 배우들을 설득하고 선택했다. 그들의 얼굴에 새겨진 삶의 굴곡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춤추는 장면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다. 땀과 먼지 속에서 그들은 꾸며낸 자아가 아닌, 상처를 드러내는 자신을 해방한다. 경험 없는 레이버들과 베테랑 배우 세르지 로페스의 조합은 영화에 취약성과 순수함이라는 독특한 질감을 부여한다. 관객은 이 진실을 즉각적으로 감지한다.

모로코에서 12년을 산 라세 감독의 이민과 방랑에 대한 깊은 시선은 영화 전반에 스며 있다. 이민자들, 북유럽에서 온 젊은이들, 사라진 딸을 찾는 아버지, 이들 모두가 떠돌고 모두가 연결된다. 영화 ‘시라트’는 공동체의 힘을 말한다.

세상이 거칠어질수록 우리는 마법이 필요하다. ‘시라트’는 그 마법을 소환한다. 지옥을 건너야 천국이 보인다는 오래된 진리를 가장 육체적이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증명한다. 레이브는 파티가 아니다. 세상이 무너져도 춤추는 저항이자 동시에 치유다. 이 영화는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관통하는 진실은 눈부시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문화부 sedailycultu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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