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치매 조기 치료·약제 접근성 확보 관건
의료계 "대체 약물·단일 임상평가 한계…실제데이터 등 고려해야"
한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뉴스1 김민지 기자 |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정부가 20여년간 임상 현장에서 사용돼 온 치매 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을 임상재평가 대상으로 삼으면서 정책 우선순위가 환자 치료보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있다는 우려가 의료계에서 나온다. 치매 인구와 사회적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 아래 검증된 치료제를 '재정 절감' 시각으로만 접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초고령사회 '치매 100만' 시대…치매 비용 부담
16일 업계에 따르면 초고령 사회는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사회다. 우리나라는 2045년 고령 인구 비율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 수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2023년 약 100만 명에서 2050년에는 226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전 단계로 분류되는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는 298만 명에 이른다. 2033년에는 400만 명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MCI 환자의 10~15%가 해마다 치매로 전환된다는 점을 고려해 치매 진행을 늦추기 위한 예방적 개입과 조기 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비용을 1733만 원으로 추산했다. 국가 전체 치매 비용은 2050년 106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치매 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각 사 제공)/뉴스1 |
대체제 없는 20년 치매 치료제 임상재평가…치료 접근성↓
정부가 치매 대응의 한 축인 치료 접근성마저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는 의료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콜린에 대해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상재평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 판단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지적한다. 현실적으로 콜린알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이 없다고 평가한다.
'니세르골린'은 혈관성 MCI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처방되며, 임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엽 제제' 역시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의약품 형태로 판매되고 있으나, 치매나 인지장애 관련 적응증을 모두 보유하지 않아 대체 약제로 한계가 있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은행엽 제제는 혈액순환 개선제의 성격이 강해 콜린 제제를 대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콜린알포는 지난 20여년간 국내외에서 축적된 수많은 연구와 실제 임상 경험을 통해 뇌 위축 억제와 인지 저하 지연 효과가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세계신경과학회(WCN 2025)에서 발표된 이탈리아 카메리노대 연구에서는 콜린 투여군에서 해마와 편도체, 대뇌피질의 위축 속도가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인지 기능과 일상생활 수행능력도 더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2022년 분당서울대병원 연구가 MCI 환자에서 콜린 복용 후 기억력과 주의력 저하가 완만하게 진행되는 양상을 보고했다. 지난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매 전환 위험이 약 10%, 혈관성 치매 전환 위험이 약 17%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치매·MCI, 특수성 고려 필요…실제처방데이터 등 활용해야
정부는 단일·단기 임상시험 결과를 중심으로 약효를 판단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 지점을 우려하고 있다.
치매와 MCI는 병인이 복합적이고 환자별 양상이 크게 달라 단일 임상시험만으로 약효를 판정하기 어려운 질환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환자의 대부분은 알츠하이머 병리와 혈관성 변화가 뒤섞인 혼합형으로 나타난다. 뇌 영상 소견과 실제 기능 저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인지 기능과 일상생활 능력을 평가하는 기존 검사 역시 수개월 단위의 미세한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평가자의 해석이나 보호자의 주관이 일부 반영될 수 있다.
치매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임에도 고령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으로 임상시험은 대부분 18개월 수준에서 종료돼 충분한 장기 관찰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치매 약효 평가에서 단일 무작위 대조임상(RCT)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진료 현장의 경과를 반영하는 장기 코호트 연구와 리얼월드데이터(RWD), 수십 년간 축적된 임상 경험을 함께 종합해야 치료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치매는 단일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 질환"이라면서 "최근 국내외 연구에서 확인된 콜린 제제의 뇌 위축 억제와 인지 보호 효과는 바로 이런 다층적 평가 틀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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