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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지원책, '대학 진학'서 '성장 유도'로 전환하자 [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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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지원책, '대학 진학'서 '성장 유도'로 전환하자 [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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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편집자주] 나침반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안내하는 도구입니다. 방향은 제시하지만, 특정 경로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이 칼럼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와 나아갈 길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쉬었음 청년' 증가 사태

'그냥 쉬었음 청년' 문제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15~29세)은 2022년 39만 명에서 2025년 2월 50만4천 명으로 급증했다. '쉬었음'은 실업처럼 구직활동을 하는 상태가 아니라 아예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경우를 뜻한다. 2024년 청년 고용률이 46.1%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에서 멀어진 청년층이 빠르게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에서 멀어질수록 직무 역량은 약화하고, 자신감과 사회적 관계망도 축소된다. 그 결과 노동시장으로의 복귀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개인 차원에서는 우울과 무기력, 삶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고, 사회 차원에서는 출산율 하락, 성장 잠재력 약화, 계층 간 격차 확대, 복지비용 증가라는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밝은 점' 찾기 전략

이 현상의 원인으로는 일자리 미스매치, 탈진과 불안 같은 심리적 요인, 반복된 실패로 인한 구직 체념 등이 거론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양질의 일자리 확충,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중소기업 노동환경 개선, 고용서비스 강화, 심리 회복 지원 등이 제시돼 왔다. 모두 타당하고 필요한 해법이다. 그러나 노사관계, 산업구조, 규제, 재정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렵다. 이처럼 '옳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대안을 흔히 '지당한(True But Useless, TBU) 전략'이라 부른다.

지당한 전략의 한계를 넘기 위한 현실적 접근 가운데 하나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쉬었음' 상태를 벗어나 취업과 사회 진출에 성공한 사례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확산할 수 있는 전략을 도출하고 정책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밝은 점 찾기 전략'을 적극 시도할 필요가 있다. 구조 개편이나 대규모 재정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성장 유도 지원책'으로 전환

보다 근본적으로는 청년 지원 정책의 설계 자체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청년 지원책은 '대학 진학 유도'에 더 집중돼 왔다. 2024년 국가장학금 규모는 4조 7000억 원을 넘어섰다. 반면 고교 졸업 직후 취업이나 다른 경로를 선택한 청년은 이와 비슷한 수준의 공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 이는 '대학에 가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을 강화한다.


이 구조 속에서 대학은 생존을 위해 대학 수학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학생까지 받아들이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일부 대학에서는 학과 폐지를 막기 위해 교수들이 학생 대신 시험 답안을 작성해 준 사건까지 발생했다.

대학 재학 기간 취업에 필요한 역량과 의욕을 충분히 기르지 못한 채 졸업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대졸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를 기피한다. 그 결과 대기업과 공공부문에는 구직자가 몰리고,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구인난과 구직난의 공존'이 고착되고 있다. 이 악순환을 완화하려면 청년 지원의 중심을 '대학 진학 유도'에서 '성장 유도'로 전환해야 한다.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청년 지원 사업 안내문.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청년 지원 사업 안내문.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청년 역량계좌'로 재설계

핵심 대안은 국가장학금을 '대학 장학금'이 아니라 '청년 역량계좌'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지원금은 대학 등록금뿐 아니라 자격 취득, 숙련 과정, 도제·인턴십 등 다양한 성장 경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취업을 선택한 청년에게는 일정 기간 '근로·학습 연계'를 조건으로 장학금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역량계좌의 잔액은 일정 연령까지 이월·적립이 가능하게 해, 언제든 재진학이나 전환 학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제도는 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2022) 분석에 따르면 대학 미진학률은 저소득층(1분위) 35%, 고소득층(4분위) 15%로 큰 격차를 보인다. 4년제 대학 진학률 역시 각각 41%와 68%로 차이가 크다. '대학 진학'에 과도하게 유리한 지원 구조는 결과적으로 계층 격차를 확대한다.

꼼꼼한 제도 설계

물론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교한 설계가 필수적이다. 기업의 형식적 훈련 제공이나 지원금만 받고 단기 취업을 반복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인증–성과 평가–환수'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정책 집행 예산뿐 아니라 정책의 성공을 관리할 전담 인력과 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초·중·고 단계에서 진로·직업 상담 역량을 대폭 강화해 청년들이 보다 현실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4년제 대학 진학생에 대해서는 입학 초기 수학 능력을 진단하고, 미달 학생을 위한 준비 과정을 의무화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렇게 할 때 대학 재학 시간을 역량과 의욕 성장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는 4년제 대학생의 비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진학 자체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더 많은 청년이 자신의 역량과 꿈에 맞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이제는 대학과 직장, 학습의 기쁨과 숙련에 대한 보상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청년 지원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

☞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가인재경영연구원 교육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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