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업체에 컨설팅 맡겨
주로 진로 적성 검사 위주
“사교육 팽창 이미 진행 중”
주로 진로 적성 검사 위주
“사교육 팽창 이미 진행 중”
지난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국가교육위원회 앞에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회원들이 고교학점제 행정예고안 개선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전국 412개 고교에서 예산 17억원가량을 들여 사교육 업체에 고교학점제 컨설팅 업무를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 업체들은 주로 ‘과목 선택 안내’ ‘학업계획서 작성’ ‘진로 로드맵 설계’ 등의 업무를 맡았다. 올해 3월부터 고교 2학년이 배우는 고교학점제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이수 기준이 되고, 공통과목은 출석률과 학업 성취율이 모두 반영된다.
15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학교 내 사교육 컨설팅 업체 활용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국 412개 고교에서 고교학점제 컨설팅을 사설업체에 맡긴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기간 공개된 수치(193개교)보다 2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들어간 예산만 17억3500만원이었다.
지역별로 격차가 컸다. 경기도는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133개 학교가 고교학점제 사교육 컨설팅을 이용했다. 고교학점제 컨설팅을 이용한 학교는 경기도 내 고교 495곳 중 26.9%에 달했다. 부산(57곳)과 충남(32곳), 경북(26곳)의 고교에서도 사교육 컨설팅 의존도가 높았다. 반면 서울과 광주는 각각 17곳, 5곳에 그쳤다.
학교별로 컨설팅에 들어간 비용은 수십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학교마다 20배 넘게 차이가 났다. 울산 A고교는 진로검사와 학과 이해, 과목 선택, 자기주도학습 컨설팅에 1650만원 가량을 지출했다. 경북 포항의 B고교는 고교학점제 안내·진로 탐색, 교과목 박람회에 1897만원을 썼고, 또 다른 경북의 C고교도 진로 희망 계열별 학과 소개와 2022 개정 교육과정 과목 안내에만 1865만원을 냈다.
사교육 업체의 고교학점제 컨설팅은 주로 진로 적성 검사가 많았다. 단순 고교학점제 안내나 과목선택 안내, 시간표 작성처럼 기존에 학교에서 소화해온 내용도 다수 담겼다. 학생 정서 지원까지 맡긴 학교도 있었다. 대형 업체만이 아니라 업력 3년 미만, 홈페이지를 개설하지 않은 영세 사교육업체도 포함됐다.
실제 학생들 사이에선 지난해 시행 첫해를 맞아 혼란이 많은 고교학점에 대해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지난해 11월 3개 교원단체가 전국 고교생 16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선 10명 중 7명(70.13%)이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라 과목·진로 선택을 위해선 학원·컨설팅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공교육을 사교육 시장에 외주화하는 현상은 올해에도 이어질 수 있다. 교육부는 이날 열린 국교위 전체회의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수강신청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를 9개에서 전국 17개 시도로 늘려나가겠다”고 했지만, 국교위 비상임위원인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사교육 팽창이 예상되고 이미 진행 중”이라고 했다. 진 의원은 “고교학점제가 공교육의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교육당국이 공교육 시스템 내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국교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고교학점제 학점 이수 기준을 완화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공통과목 학점 이수 기준은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반영하고,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반영하는 학점 이수 기준을 설정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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