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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빨래 시대 끝났다... 보스처럼 일하고 자유를 누려라”

조선비즈 류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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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빨래 시대 끝났다... 보스처럼 일하고 자유를 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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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 월스트리트저널의 모든 여론을 분석해서 엔비디아 투자 메모를 써줘. 3년 뒤 두 배가 될지 판단해서 3페이지 슬라이드도 만들어. 한국어와 영어 둘 다 말이야. 내일 저녁 7시 웨스틴 호텔 식사 예약을 위해 케빈에게 전화해줘.”

웬 상(Wen Sang) 젠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인공지능이 가져올 일의 미래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류현정 기자

웬 상(Wen Sang) 젠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인공지능이 가져올 일의 미래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류현정 기자



백문이 불여일견.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젠스파크(Genspark, 법인명 MainFunc Inc.)의 웬 상(Wen Sang) 공동 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인터뷰 현장에서 자신의 맞춤형 에이전트를 실행시켰다. 그의 에이전트는 영어로 착착 대답하다가, 케빈에게는 한국어로 전화했다. 케빈이 한국 사람이었던 것이다.

2023년 차세대 AI 검색 엔진 개발사로 출발한 젠스파크는 지난해 초 에이전트 개발사로 회사의 전략을 과감히 바꿨다. 사용자들이 정보 검색을 넘어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코드를 실행하는 등 결과물을 원했기 때문.

젠스파크는 2025년 4월 ‘슈퍼 에이전트’라는 개인용 에이전트 제품을 선보였고 5개월 만에 연환산 매출 5000만달러를 만들었다. 그해 11월 2억7500만달러(약 38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하며 실리콘밸리 에이전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기업 가치 12억 5천만 달러).

상 COO는 “인간이 ‘잡무(busy work)’에 시달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하며 “모두가 보스처럼 일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젠스파크는 기업용 에이전트 제품인 ‘올인원 워크스페이스(All-in-one Workspace)’도 출시했다. 다음은 한국 AI서밋서울앤엑스포에 참석한 그와의 일문일답.

─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한 달 만에 박사 학위 논문을 쓸 수 있나.

“불가능할 게 뭔가. 물론 논문에는 검증이라는 영역이 있지만, 집필 과정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가령, 젠스파크는 박사 후보생에게 수십 명의 ‘연구 보조원 팀(A fleet of assistants)’을 붙여줄 수 있다.


문헌 100개를 읽고 30단어로 핵심(TLDR)을 추리는 보조원, 정량 분석 모델을 돌리는 보조원, 대학 요구 양식에 맞춰 논문을 작성하는 보조원 말이다. 심지어 팟캐스트 기능을 통해 구두 발표 연습까지 도와준다. AI가 수천 통의 전화를 돌려 설문조사도 해줄 수 있다.

인간은 그 결과물을 검토하고 ‘이 부분은 좀 더 간결하게’, ‘저 부분은 분석을 더 깊게’라고 지시하는 ‘보스’가 되는 거다.”

─ AI가 논문을 써준다면, 박사 학위 소지자를 박사라고 부를 수 있나.

“비유를 해보자. 예전엔 다 손빨래를 했다. 지금 세탁기를 쓴다고 빨래 실력이 줄었다고 한탄하나? 과거에는 꼼꼼하게 문헌을 찾고 정리했느냐가 연구자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척도였다. 이제 그런 ‘낮은 수준의 노동’은 AI 몫이다. 지식 자체는 민주화되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앞으로 박사 후보자의 능력은 ‘비판적 사고’와 ‘독창성’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젠스파크(Genspark, 법인명 MainFunc Inc.)의 웬 상(Wen Sang)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한국 젠스파크 커뮤니티 행사에 참여,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류현정 기자

젠스파크(Genspark, 법인명 MainFunc Inc.)의 웬 상(Wen Sang)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한국 젠스파크 커뮤니티 행사에 참여,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류현정 기자



─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어떤 사례가 있나.

“미국 텍사스 달라스의 1인 컨설턴트 스콧이 일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그는 식당 대출을 돕는 분인데, 예전엔 유동 인구 세는 사람을 고용하고 분석가를 쓰느라 몇 주 동안 수천 달러씩 썼다.

지금은 젠스파크에 월 25달러만 내고 하루 이틀 만에 끝낸다. 젠스파크가 지역 조사, 재무 분석, 은행용 슬라이드까지 다 만들어주니까. 그는 이제 같은 시간에 10명의 고객을 더 만난다. 모든 지식 노동자가 JP모건의 CEO처럼 군단(fleet)을 거느리고 일하게 되는 거다.”

─ 업무 방식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 자체가 바뀔 수도 있겠다.

“지금 우리는 ‘진짜 변화’의 아주 초기 단계에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은 거대한 물결의 아주 작은 단면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AI 네이티브(AI-native)’ 경제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우버(Uber)를 생각해 보라.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깔리기 전엔 ‘남의 차를 버튼 하나로 부른다’는 건 불가능한 상상이었다. 하지만 인프라가 갖춰지자, 우리는 그 편리함을 당연하게 누리게 됐다. AI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기업이나 솔로프리너(1인 기업)의 경계를 넘어, 지금은 가늠(fathom)조차 하기 어려운 새로운 협업 구조와 조직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 산업혁명과는 어떻게 다를까.

“과거 문명이 공장과 대규모 조직 중심이었다면, 앞으로 마주할 문명은 전력(electricity), 에너지(power), 그리고 토큰(token)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 이 새로운 동력을 바탕으로 인류는 태양계를 넘나드는 로켓을 만들고 알파폴드(AlphaFold) 같은 기술로 모든 질병을 정복하며 물질을 자유자재로 조작해 무엇이든 제조하는 수준의 능력을 갖추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뉠 수도 있을 것이다. 첫째는 과학자 그룹. 이들은 과학과 기술의 최전선을 끊임없이 밀어붙이며 인류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사람들이다. 둘째는 예술가 그룹. 인간만이 가진 창의성과 감성으로 표현의 한계를 넓히는 이들이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우리가 더 이상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선택권과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면 된다. 자유, 자유 말이다.”

2025년 11월 20일 젠스파크는 기업용 에이전트 제품인 '올인원 워크스페이스(All-in-one Workspace)'도 출시하고 이를 소개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 젠스파크

2025년 11월 20일 젠스파크는 기업용 에이전트 제품인 '올인원 워크스페이스(All-in-one Workspace)'도 출시하고 이를 소개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 젠스파크



─ 빅테크 기업들도 AI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스타트업인 젠스파크만의 무기는.

“두 가지가 다르다. 첫째, ‘에이전트 혼합(Mixture of Agents)’ 아키텍처다. 우리는 독립 기업이다. 코딩은 앤트로픽으로, 이미지는 구글로, 단순 작업은 오픈소스 모델로 처리해 최적의 결과물을 낸다.

둘째, ‘지능’이 아닌 ‘결과’에 집중한다. 오픈AI의 벤치마크는 체스 그랜드마스터를 이기는 ‘지능’을 지향하지만, 우리는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신뢰성, 사용성, 정확성을 우선한다.

우리는 올림피아드 수학 문제를 푸는 대신 좋은 이메일을 쓰고 투자 메모를 만들고 고객을 설득하는 일을 하는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다. 젠스파크는 바로 ‘현실의 일’을 대신 해주는 팔과 다리이다.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니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우리는 연구 회사가 아니라 실제 수익을 내는 ‘제품 회사’다."

─ 젠스파크는 언어 모델(LLM)의 고질적인 문제인 환각(hallucination)은 어떻게 줄이나.

“한 언어 모델이 결과물을 내놓으면, 성격이 다른 여러 모델이 이를 교차 검증(cross-validation)한다. ‘에이전트 혼합(mixture of agents)’ 구조가 환각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여기에 우리의 ‘평가 벤치마크’가 작동한다. 결과물이 좋으면 높은 점수를, 나쁘면 낮은 점수를 주는 피드백 알고리즘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엔진이나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을 설계했던 창업자들의 노하우들이 녹아 있다.”

─ AI 버블론도 거세다.

“버블은 ‘인식’과 ‘현실’의 간극이 너무 클 때 발생한다.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제 결과물이 없다면 버블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음성 에이전트가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고, 실시간으로 투자 분석 보고서를 뽑아내는 것은 환상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는 매주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같은 일의 속도 역시 AI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만드는 코드의 80% 이상이 AI와 함께 만들었다.

나는 AI 버블이라기보다 ‘기술 사이클의 병목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했듯, 인프라(칩)는 확보했지만 이를 가동할 전력과 데이터센터가 부족한 상태이다. 이런 불일치는 경제 사이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병목이 해결될 때마다 AI가 우리 삶에 닿는 면적은 30%, 50%씩 더 넓어질 것이다."

─ 한국에서 사업 계획은.

“AI 도입에 대한 열기만 놓고 보면 서울이 실리콘밸리보다 훨씬 뜨겁다. 콘퍼런스에서 만난 실무자들, 고객들, 그리고 지금 당신이 던지는 질문의 수준만 봐도 한국이 이 기술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지 느껴진다.

LG가 젠스파크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다수의 한국 대기업과 파트너십도 논의 중이다. 조만간 서울에 거점을 마련하고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류현정 기자 (dreamsho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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