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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LG전자가 9년 만에 ‘초슬림 TV’ 들고 나온 까닭

조선비즈 정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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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LG전자가 9년 만에 ‘초슬림 TV’ 들고 나온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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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9㎜대 두께의 프리미엄 TV를 올 상반기에 출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적용해 ‘연필 한 자루’ 정도로 얇으면서도, 4K(3840×2160) 화질과 165㎐ 주사율의 영상을 지원합니다. 영상을 무선으로 받을 수 있어 TV 주변을 간결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LG전자가 이런 ‘초슬림 TV’ 컨셉트를 강조하고 나선 건 9년 만입니다.

LG전자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2026년형 TV 신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내세운 제품은 단연 무선 TV ‘LG 올레드 에보(evo) W6’입니다. W는 월페이퍼란 제품 특징을 나타내고, 숫자 6은 2026년형 제품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화면 크기는 77인치와 83인치로 구성됩니다.

LG전자는 CES 2026에서 고객사나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 부스 ‘더 프리뷰’를 마련했는데, 이 제품을 입구에 배치했습니다. CES 2026 주 전시관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마련한 전시관 입구에도 이 제품 38대를 천장에 매단 조형물을 설치했습니다.

LG전자가 초슬림이 특징인 월페이퍼 TV를 신제품 중 ‘핵심’으로 꼽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에도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W’를 선보이며 얇은 두께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패널 두께는 65인치가 2.6㎜, 77인치는 4.2㎜에 불과했죠. 벽걸이 거치대를 포함해도 4~6㎜ 수준인 셈입니다.

공개 당시 ‘벽에 그림을 한 장 건 듯’한 느낌을 줘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LG전자는 이 제품 이후로 9년간 ‘초슬림 TV’ 컨셉트 제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출고가 기준 65인치가 1400만원, 77인치는 3300만원으로 매우 높게 책정돼 판매량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주목도에 비해 성과가 크지 않았다는 건데, LG전자는 왜 다시 월페이퍼 TV를 들고 나왔을까요.

◇ “TV에 붙은 ‘블랙 몬스터’ 오명 지운다”

백선필 LG전자 MS사업본부 디스플레이 CX담당(상무)은 CES 2026 더 프리뷰 부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9년 만에 다시 초슬림 TV를 선보인 이유에 대해 “개발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거실 중앙을 차지하는 TV 화면이 커지면서 ‘블랙 몬스터’라는 얘기가 나왔고, 프리미엄 제품이라면 이런 디자인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그간 화면 자체를 없애는 롤러블·투명 OLED TV를 선보여 왔고, TV 주변에 지저분한 연결 선들을 없애고자 무선 전송 기술도 꾸준히 고도화했다”고 말했습니다. 올레드 에보 W6 역시 ‘초고화질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LG전자의 사업적 맥락에서 보면 “공백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는 설명입니다.


LG전자의 OLED TV 변천사를 보면 ‘블랙 몬스터’란 오명을 떼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017년 초슬림 TV인 W(월페이퍼)를 시작으로, 2020년 화면 자체를 숨길 수 있는 R(롤러블) 제품을 내놨고, 2023년에는 주변 연결 선이 필요 없는 M(무선) TV를 선보였습니다. 2024년에는 무선 전송 기술과 투명 화면을 합친 ‘T’ 라인도 공개했습니다. 9년 만에 W로 복귀한 건 그간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며 쌓은 기술적 노하우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형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LG전자는 올해 W 라인 TV를 공개하며 이 제품의 장점이 단순히 두께에만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두께만 보면 2017년 제품이 더 얇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시엔 이런 얇은 두께가 적용된 부품이 ‘패널’에 한정됐습니다. 스피커 등 부가장치를 별도로 설치해야 했고, TV 송수신기도 선으로 연결해야 하는 구조라 간결한 인테리어 구현이 어려웠던 겁니다.

올해 신제품은 스피커를 비롯해 파워·메인보드 등 핵심 부품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또 셋톱박스 등 주변 기기를 선으로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제로 커넥트 박스’도 기존 대비 크기를 35% 줄여 디자인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 가격 낮춘 프리미엄 올레드… ‘적자’ TV 사업 구원투수 될까

관건은 가격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접목된 제품이라도 가격대가 높다면 고객 접근성이 떨어져 성과를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백 상무는 77형·83형으로 구성된 ‘올레드 에보 W6’의 가격을 묻는 말에 “초고가는 아닐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LG전자는 자사 OLED TV를 크게 시그니처·에보·일반 순으로 등급을 나누고 있습니다. 시그니처에 가까울수록 기능과 화질이 좋지만, 가격이 높은 구조입니다. 앞서 W·R·M·T 제품은 모두 ‘시그니처’로 나왔는데, 올해 W TV는 ‘에보’로 분류됐습니다. 프리미엄 고객 수요가 분산되지 않도록 CES 2026에서 시그니처 TV 제품을 내놓지 않는 전략적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올레드 에보 W6에 집중해 성과를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LG전자 모델이 CES 2026 프라이빗 부스 ‘더 프리뷰’에 전시된 ‘LG 올레드 에보(evo) W6’ 제품의 두께를 살펴보고 있다./LG전자

LG전자 모델이 CES 2026 프라이빗 부스 ‘더 프리뷰’에 전시된 ‘LG 올레드 에보(evo) W6’ 제품의 두께를 살펴보고 있다./LG전자



LG전자의 TV 사업은 현재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사업본부는 작년 3분기에 영업손실 30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LG전자는 최근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디스플레이 제품 기반 사업은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투입이 늘어 연간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언급했습니다.


LG전자는 작년 4분기에 1094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2016년 4분기 이후 9년 만에 나온 ‘분기 적자’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이 기간 TV 사업 부문에서 2910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합니다.

이는 세계 TV 시장에서 LG전자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의 출하량 기준 세계 TV 시장 점유율은 10.6%로 4위에 그쳤습니다. 삼성전자(17.9%)와 중국 TCL(14.3%)·하이센스(12.4%)에 밀렸습니다.

LG전자는 매출 기준으로는 점유율 15.2%를 차지하며 삼성전자(29.0%)에 이어 2위를 지켰습니다. OLED TV 시장에서 출하량(49.7%)과 매출(45.4%) 기준 모두 1위를 기록한 덕분입니다.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주며 사업적 위기를 맞은 LG전자가 가격대를 낮추면서까지 ‘반전 카드’로 내놓은 프리미엄 OLED TV 신제품이 얼마나 실적 반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두용 기자(jdy2230@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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