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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반도체·차 빼면 한국 수출 경쟁력 뒷걸음질”

헤럴드경제 김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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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반도체·차 빼면 한국 수출 경쟁력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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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품목별 수출 경쟁력 평가’ 자료
철강·기계 수출경쟁력 전반적 저하돼
화공품, 中자급률 상승에 경쟁력 약화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부 학생이 반도체 회로 기판 생산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헤럴드DB]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부 학생이 반도체 회로 기판 생산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약 1030조원)를 돌파하며 외형적 성장을 이뤘지만 주력 품목 중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실질 경쟁력은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 품목별 수출 경쟁력 평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통상환경 악화에도 수출이 사상 최초로 7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비IT 품목의 수출은 수년간 정체돼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 점유율도 하락 추세라 수출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한은은 엄밀한 의미의 수출 경쟁력은 공급 요인을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공급 요인은 수요 여건이 주어져 있을 때 같은 품목(품목 경쟁력)과 시장(시장 경쟁력)에서 다른 나라 대비 우리 수출의 상대적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에 비해 수요 요인은 수출 품목과 국가 구성에 따른 영향으로 글로벌 수요, 수입국 경기 등 단기간에 통제하기 어려운 외생적 여건을 반영한다.

한은이 공급 요인을 중심으로 품목별 수출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철강·기계는 글로벌 수요 둔화에 더해 품목 경쟁력과 시장 경쟁력이 동시에 약화하며 수출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의 공급 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가 동남아시아 등 주요 수출 지역의 시장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철강·기계 수출 중 동남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4.4%에서 지난 2024년 18.3%로 3.9%포인트 상승했다.

화공품은 고부가가치 전환 노력에 힘입어 장기적으로는 품목 경쟁력이 일부 개선됐지만, 최근 중국 시장 내 자급률 상승과 경쟁 심화로 시장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 지난 2024년 중국의 삼원계(NCM) 배터리 양극재 출하량은 3.2% 줄었는데, 같은 기간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한 양극재 소재 물량은 40.9% 감소했다.

석유제품은 정제 설비 고도화 등으로 최근 품목 경쟁력이 회복되면서 수출 성과가 다소 개선됐지만, 시장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악화되면서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22년 이후에는 주요 수출시장에서의 수요가 호전된 데다 품목 경쟁력도 크게 향상되면서 점유율이 반등했다.


이와 달리 자동차·반도체는 품목 경쟁력 강화가 수출 점유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자동차는 브랜드 고급화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통해 품질 우위를 확보했고, 반도체 역시 고부가 메모리 분야에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며 AI(인공지능) 호황에 따른 수요 확대 국면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다.

다만 자동차는 경쟁 업체가 주요 수출시장에 현지 공장을 확대하면서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있고, 반도체는 최근 들어 중국이 범용 저사양 메모리 부문부터 추격을 가속화함에 따라 향후에 시장 경쟁력이 약해질 조짐도 일부 관찰되고 있다.

한은은 이런 분석을 토대로 우리 수출의 성과를 중장기적으로 높이려면 품목별 경쟁력의 방향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차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강과 화공품 등 경쟁력 약화 품목은 현재 추진 중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술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에 집중해야 하며, 반도체와 자동차 등 강점 품목은 연구개발 지원 강화와 기술 보안을 통해 기술 우위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찬일 한은 국제무역팀 과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응해 FTA(자유무역협정) 등 무역 협정 네트워크를 확충함으로써 통상 비용을 낮춰 우리 기업의 시장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