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7월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된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주검을 수습해 물 밖으로 인양하는 등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지난해 7월 중순 충청·전라권엔 ‘200년 빈도’의 기록적 물 폭탄이 쏟아졌다. 7월17일 충남 서산에 438.9㎜, 광주에 426.4㎜가 내렸는데, 하루에 400㎜ 넘는 비가 시간당 최대 80㎜의 강도로 쏟아진 건 이 지역 역사상 처음이다. 광주에선 이날 2명의 실종자가 발생했고 지하철 상무역과 200곳이 넘는 시내 도로가 물에 잠기고 140개 건물이 침수되는 등 400건이 넘는 피해 신고가 있었다. ‘아열대화’가 부른 극한 기상재난이다.
이런 폭우와 홍수에 대비하려면, 도시의 하수·배수 체계를 늘려가야 한다. 광주의 경우 143㎞에 이르는 도심 주요 하수관의 지름을 2020년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라 800㎜ 이상으로 늘리고 있다. 하지만 800㎜는 시간당 83.9㎜의 비를 수용하는 용량으로, 서울시 등의 방재 목표인 시간당 100㎜에 못 미친다. 이런 조처는 수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지만, 해마다 극심해지는 기후변화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지난해 12월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집중호우가 너무 심해져 기존 재난방어시설로는 부족한 거 같다”고 물었다. 그러자 김 장관은 “(시설들이) 평균 50~100년 빈도로 설계됐는데 200년 빈도로 바꿔야 한다”고 했고, 이 대통령은 “돈이 엄청나게 들 텐데 어디를 우선할지 기준이 있어야 할 거 같다”고 했다. 현재 이 ‘우선순위’가 체계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다.
3800여개에 이르는 전국 하천 대부분은 지방정부가 관리한다. 국가하천의 비중은 1%대에 불과하다. 재난 대비 인프라 개선이 오롯이 각 지방정부의 역량·판단에 달렸지만, 지방정부 입장에서 기후재난 대비는 어쩌다 일이 터지면 관심을 갖는 후순위 업무다. 이 때문에 이를 점차 국가 몫으로 전환해가는 추세다.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고, 지방하천이어도 국가가 개입해 관련 인프라를 개선하는 작업을 한다.
2024년 3월 제정·시행된 ‘도시침수방지법’에 따른 ‘특정도시하천’ 제도가 그런 예다. 인구밀집도, 과거 침수 이력, 배수 시설 노후도 등을 따져 통상적 하천 정비만으로 관리가 어려운 하천에 대심도 빗물터널 같은 대규모 치수 시설을 국비로 설치한다. 현재 기후부에서 82개 도시하천을 특정도시하천으로 선정해 개별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도시하천에 있어선 대통령이 말한 ‘우선순위’가 세워진 셈이다.
2024년 7월2일 오전 대전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서구·유성구 일대 도안신도시를 관통하는 진잠천에 많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
강정은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후재난 대응이나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실현하는 건 지방정부의 일이지만, 지방정부 내에서 경제사업 등에 밀려 우선순위가 낮다. 그래서 특정도시하천제도나 탄소중립도시사업처럼 국가가 나서 지방정부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의 사업이 많아진다”고 했다.
침수 등의 기후재난을 중앙정부가 앞서 예·경보하고, 방재 시설 기준에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체계화하는 등의 작업도 이뤄진다. 정태성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팀장은 “그동안 도시침수는 지방정부에 맡겨놓고 중앙정부 차원에선 예보하는 데가 없었는데 (2023년 ‘도시침수 방지 대책’을 통해) 기후부가 주무부처 구실을 하게 된 것”이라며 “(재난 대응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역시 도시침수에 대비한 관거 기준 상향 같은 ‘방재 기준 지침(가이드라인)’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개선하는 연구를 시행 중이다. 지금은 실제 피해가 발생하는 등 이슈가 터지면 그때그때 개선하는데, 앞으로는 기후변화 상황에 맞춰 체계를 갖고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재난 대응을 국가가 총괄하긴 어려운 만큼,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자체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존 설비로만 대응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 ‘플랜비’를 세워야 한다. 기본적으로 각 지역 특성을 잘 아는 지방정부가 자체 재난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침수가 잦은 하천 하류지역 주변 농경지나 학교 운동장, 공공시설 같은 곳을 비상시 저류시설, 홍수 조절용 댐처럼 쓰게 하는 것 등은 지방정부가 잘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다. 김 교수는 “광역시도 정도면 자체 기상예보관도 둘 만하지만 지금은 부산시가 유일하다. 2023년 오송 참사 때 담당 공무원들은 전화받기도 바쁠 정도로 대응 인력이 부족했다는데, 기후재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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