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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쿠팡의 도전과 노동부의 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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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쿠팡의 도전과 노동부의 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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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29일 광주지검 앞에서 쿠팡광주시민모임이 검찰의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고발 불기소 처분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지난해 9월29일 광주지검 앞에서 쿠팡광주시민모임이 검찰의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고발 불기소 처분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노동법 적용이 하나하나 문제가 되고 있다.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퇴직금 지급 여부가 논란이 되더니, 주 15시간 이상 일하며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 지급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이는 씨에프에스가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고치면서 발생한 문제인데, 날마다 일하는 사람이 바뀌는 물류센터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위해 동의가 필요한 ‘노동자 과반수’의 기준을 어떻게 삼아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들은 산업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낡은 노동법’을 문제 삼아 왔다. 하지만 기업이 노동법의 빈틈을 노려 사용자의 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업구조를 만들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실상 상용직처럼 일용직 노동자를 활용하면서도 ‘하루 단위로 근로계약 체결이 반복되기 때문에 퇴직금·주휴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따져볼 문제다.



‘씨에프에스가 줘야 할 돈을 안 줬다’며 노동자가 가장 먼저 찾는 고용노동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법률과 판례 등을 통해 지급 의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판례에도 ‘똑’ 떨어지는 것이 없다면, 노동법이 노동자 보호를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 ‘이익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법률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부가 지난 13일 낸 입장은 아쉽다. 노동부는 씨에프에스 주휴수당 미지급 논란에 대해 “위법한 취업규칙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노동자가 없도록 씨에프에스에 지난해 11월 개선 지도했다”며 “법 위반이 발생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무관용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 노동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근로계약서 별지를 통해 주 5일 근무해야만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씨에프에스가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어떤 조건에서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물론 개별 사건 판단은 사건을 맡은 근로감독관이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행정해석 권한은 노동부 본부에 있다. 게다가 씨에프에스는 전체 기업 가운데 고용 규모가 3위에 이르고 컬리 등 비슷한 방식으로 일용직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어, 전국 노동청에 비슷한 사건이 접수됐거나 접수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노동부가 근로기준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일용직 노동자의 주휴수당 지급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지난 14일 ‘현장 근로감독관과의 대화’에서 한 지방노동청 감독관은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행정·사법조치에 대한 (노동부) 본부 차원의 전문 지원체계 구축을 제안드린다”며 “전문가가 법 적용·처분을 뒷받침해준다면 감독관들이 더 자신 있게 법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했다. 노동부의 적극적인 판단이 감독관과 노동자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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