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 트윈스 문보경, 홍창기가 지난헤 11월27일 경기도 곤지암 리조트에서 ‘통합우승 BBQ 파티 in 곤지암’ 행사를 하고 있다. 엘지 트윈스 제공 |
발단은 팀 마무리 김서현의 ‘공약’이었다. 주장 채은성과 함께 한화 이글스 대표 선수로 2025 KBO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서현은 “대전은 빵과 칼국수가 유명한 밀가루의 도시다. 3강에 들면 팬분들을 초청해 칼국수를 만들어 대접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화는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했다.
공약은 공약.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주석, 심우준, 김서현 등 한화 선수들은 16일 오전부터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인근의 한 칼국수 가게에서 팬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 총 432명의 팬들을 맞이하는데, 온라인 사전 예매 창이 열리자마자 매진이 됐다. 세계야구클래식(WBC) 사이판 캠프에 참가한 국가대표 6명(류현진·최재훈·노시환·문동주·문현빈·정우주)과 팀 전지훈련지인 호주로 미리 출국한 채은성, 주현상, 김태연, 조동욱 등을 제외한 1~2군 선수 18명이 칼국수 행사에 참여한다.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기획한 칼국수 대접 행사. 한화 이글스 제공 |
한화 선수들에 앞서 송성문 등 47명의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은 지난해 12월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 일일 카페를 했다. 연간 회원 및 사전 선발된 팬 400여 명이 초청됐고, 선수들은 직접 음료를 주문 받고 서빙을 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키움은 원래 오프 시즌에 자선 일일호프를 했었는데, 2022년부터는 자선카페로 바꾸어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식음료 판매, 애장품 경매 등을 통해 이날 벌어들인 수익은 전부 기부됐다.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이 팬들에게 음료를 서빙하는 모습. 키움 히어로즈 제공 |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 고기를 굽고 음식을 날랐다. 3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강식당’ 행사다. 올해는 지난 10일 대구 수성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진행했고, 강민호를 비롯해 최형우, 이재현, 김영웅 등 국가대표 차출 선수(구자욱·원태인)를 제외한 다수의 선수가 참여해 400여 명의 팬을 응대했다. FA계약으로 10년 만에 삼성으로 돌아온 최형우에게는 팬들에게 복귀 인사를 할 수 있는 자리도 됐다. 이날 애장품 경매 등을 통해 4000만원을 모았고, 전액 달성복지재단에 기부됐다.
3년째 ‘강식당’ 자선행사를 열고 있는 강민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
자발적으로 ‘강식당’을 계획한 강민호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라이온즈파크 특성상 동선이 안 겹쳐서 시즌 때 팬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면서 “팬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원정지 호텔까지 찾아오는 모습을 보고 이를 야구장 밖에서나마 해소해주고 싶어서 강식당을 처음 열게 됐다. 선수들도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통합우승을 한 엘지(LG) 트윈스 선수들도 겨울동안 팬들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홍창기, 문보경, 구본혁 등 13명의 선수들은 곤지암 리조트에서 팬들과 BBQ 파티를 했다. 박해민과 홍창기는 잠실야구장 인근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 ‘신아원'과 ‘임마누엘집'을 방문해 OLED TV 한 대씩을 직접 설치해주기도 했다. BBQ 파티와 엘지 가전 제품 설치 모두 우승 공약이었다. 박해민은 “팬들과 약속한 공약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엘지(LG) 트윈스 박해민, 홍창기가 장애인 거주시설에 TV를 설치해주고 있는 모습. 엘지 트윈스 제공 |
KBO리그 흥행 속에서 선수들이 기획하고 직접 참여하는 방식의 팬 서비스는 더 이상 이벤트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비단 칼국수 한 그릇, 커피 한 잔, 고기 한 점일지 몰라도 이를 통한 경험의 온도는 생각보다 꽤 높다. 얼굴을 맞대어 시공간을 공유한 경험은 선수와 팬 모두에게 강력한 연결 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예전과 비교하면 선수와 팬 사이의 벽이 많이 허물어진 것 같다. 선수들도 지금의 야구 인기에 어떻게든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많다”면서 “내년에도 계속 행사를 이어갈 것 같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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