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인터뷰]①이황 한국유통법학회장
“유통법, 오프라인 중심 규제에 머물러”
쿠팡 100배 성장했지만, 마트는 경쟁력↓
“쿠팡 갑질, 유통규제의 비대칭성 때문”
“심야영업 제한 등 유통규제 다 없애야”
“유통법, 오프라인 중심 규제에 머물러”
쿠팡 100배 성장했지만, 마트는 경쟁력↓
“쿠팡 갑질, 유통규제의 비대칭성 때문”
“심야영업 제한 등 유통규제 다 없애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오는 17일 시행 14년을 맞는 유통산업발전법이 플랫폼 시장 확대 등 급변하는 유통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낡은 규제’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함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는 쿠팡 사태를 계기로 현행 유통 규제의 구조적 한계와 향후 개편 방향을 모색하고자 경쟁법 및 유통법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를 만나 해법을 물었다.
“지금의 쿠팡 사태는 특정 기업의 일탈이라기보다, 시대에 맞지 않는 유통 규제가 장기간 누적되며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에 가깝습니다. 오프라인만 묶어둔 규제가 경쟁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그 틈에서 플랫폼의 힘이 과도하게 커졌습니다.”
이황(61) 한국유통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최근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 신법학관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촉발된 각종 ‘갑질’ 논란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잇따른 조사 움직임을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한국 유통 규제 체계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점검해야 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의 쿠팡 사태는 특정 기업의 일탈이라기보다, 시대에 맞지 않는 유통 규제가 장기간 누적되며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에 가깝습니다. 오프라인만 묶어둔 규제가 경쟁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그 틈에서 플랫폼의 힘이 과도하게 커졌습니다.”
이황(61) 한국유통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최근 이데일리와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 신법학관 집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
이황(61) 한국유통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최근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 신법학관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촉발된 각종 ‘갑질’ 논란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잇따른 조사 움직임을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한국 유통 규제 체계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점검해야 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학회장은 “유통산업발전법과 대규모유통업법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만을 겨냥한 규제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경쟁 여건이 왜곡됐고, 그 결과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쏠림이 가속화됐다”며 “결국 지금의 쿠팡은 시장이 자연스럽게 만든 존재라기보다 정책적 환경이 만들어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37회 출신인 이 학회장은 공정위에서 신유형거래팀장까지 근무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2008년부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과거 한국경쟁법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경쟁법 분야의 대표적 학자로 꼽힌다.
이 학회장은 유통규제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규제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유통산업발전법과 대규모유통업법상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심야영업 제한 등의 유통규제가 도입된 것은 당시 대형마트가 우후죽순 생기며 인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수요를 흡수한다는 문제의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유통산업 구조와 경쟁 관계, 소비자 구매 관행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학회장은 “소비자들은 마트나 전통시장을 두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기본값으로 선택한다”며 “그럼에도 관련 유통법은 오프라인 중심의 규제 틀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실제 온라인 유통시장의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매출은 2023년 89조 50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주요 유통업체 전체 매출액(177조 4000억원)의 절반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온라인 쇼핑시장 1위 업체인 쿠팡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 매출 4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전체 백화점과 대형마트 판매액을 웃돌았다.
쿠팡의 성장 속도는 유통 규제의 역사와도 맞물린다. 유통규제가 본격화한 2013년 당시 쿠팡의 연 매출은 약 430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불과 10년 만에 매출 규모는 10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학회장은 “온라인 플랫폼의 혁신과 경쟁력도 분명 중요한 요인이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손발을 묶어온 규제 환경 역시 이 같은 성장을 가능하게 한 배경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황 유통법학회장과의 일문일답.
-대형마트 규제가 본격화한 지 14년이 됐다. 현행 유통규제의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유통산업발전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은 오프라인 사업자의 출점, 영업시간, 휴업일 등을 세세하게 제한하지만, 동일한 소비자의 수요를 흡수하는 온라인 플랫폼에는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규제의 적용 범위가 한쪽에만 집중되면 시장의 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만 규제하는 ‘비대칭’이 문제라는 취지인가.
“그렇다. 오프라인에만 과도한 산업 규제가 오래 적용되면서 효율성과 경쟁력이 약해졌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새로운 소비자 선호나 온라인 플랫폼 등장에 맞춰 창의적인 영업전략을 세우고 경쟁해야 하는데, 그게 막히면서 산업 경쟁력이 약화한 측면이 있다.”
-쿠팡의 갑질 논란도 규제 비대칭성의 결과로 볼 수 있나.
“공정거래법이 말하는 힘은 시장지배력과 거래상 지위 우월인데,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시장지배력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인데, 오프라인 규제로 시장 수요가 온라인으로 쏠린 과정에서 쿠팡이 급성장했고 이러한 플랫폼업체의 납품업체에 대한 압박 여력이 세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현행 규제가 계속된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게 되나.
“우리나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업체의 경쟁력 약화는 외국 유통업체의 진입 장벽을 낮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C커머스)가 들어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아마존이 온라인 유통 강자이지만, 월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 체인이 여전히 견제 기능을 하고 있다. 한국은 오프라인 시장의 경쟁력이 크게 뒤처졌고, 가장 큰 원인이 오프라인에 집중된 정부 규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어떻게 보나.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경쟁을 주창하고 촉진하는 기관이다. 그런 점에서 현행 유통 규제가 초래한 산업 경쟁력 약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비합리적인 규제 비대칭을 경쟁정책 차원에서 문제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쟁 관계가 이미 형성됐거나 사실상 동일한 시장에서 작동하는 사업자들에 대해 규제가 한쪽에만 과도하게 적용되는 구조라면, 공정위로서는 이를 그대로 두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공정위가 유통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배경도 같은 맥락인가.
“공정위는 그동안 심야영업 제한이나 의무휴업 같은 규제가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규제의 목적이 전통시장 보호라도 규제 수단이 과거의 시장 구조에 머물러 경쟁 여건을 일방적으로 훼손한다면 오히려 소비자 후생에도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법·제도적 과제는 무엇인가.
“심야영업 금지 등의 규제는 업역 간 비대칭·불공평 문제가 생긴다. 기본적으로 다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쿠팡이 문제가 됐다고 해서 온라인도 새벽배송을 막아버린다면 이는 유통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다 죽이는 것’과 같다. 새벽배송의 소비자 편의를 이제 와서 없앨 수는 없다.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 방향으로 가되 심야영업 종사자 보상, 건강권 문제는 업체가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본다.”
-개별기업을 제재하는 방식만으론 해결이 어렵다는 취지로도 들린다.
“시장 상황을 정확히 보고 그에 맞는 규제를 해야 한다. 쿠팡 사태에서 소비자·납품업체가 ‘탈팡(쿠팡 탈퇴)하자’고 해도 갈 데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규제를 완화해 경쟁 업체가 성장하는 등) 다른 탈출구를 제공하면 쿠팡도 갑질 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 대체 공급선, 경쟁 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쿠팡 사태를 바라보는 정책 당국이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중요한 것은 특정 기업을 향한 분노나 여론이 아니라, 경제 발전과 산업 혁신, 소비자 후생이라는 본질적인 목표다. 쿠팡 사태에서 드러난 플랫폼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차분히 짚고, 경쟁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장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이황 유통법학회장은…
△1964년 서울 출생 △고려대 법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법무박사·법학석사 △행시 37회 △공정거래위원회 신유형거래팀장 △ 대법원 재판연구관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장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한국경쟁법학회 회장 △한국유통법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