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ITD, 32명 사망 철도공사 사고 다음날 또 크레인 붕괴로 2명 숨져
작년 96명 숨진 방콕 빌딩 붕괴도 같은 회사…총리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작년 96명 숨진 방콕 빌딩 붕괴도 같은 회사…총리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태국 방콕 인근 고가도로 건설 현장 크레인 무너져 2명 사망 |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태국 고속철도 공사장 열차 참사로 32명이 숨진 가운데 문제의 공사업체가 지난해 30층 빌딩 붕괴로 96명의 사망을 초래한 건설회사로 나타났다.
게다가 관련 업체가 맡은 다른 공사장에서 참사 하루 만인 15일(현지시간) 비슷한 크레인 붕괴 사고가 재차 벌어져 2명이 숨지자 이 기업에 대한 태국 정부의 자세와 국민 여론이 험악해지고 있다.
AP·AFP·블룸버그 통신과 현지 매체 네이션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방콕 인근 사뭇사콘주의 고가도로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이 도로로 추락, 민간인 차량 2대를 덮쳐 2명이 숨졌다고 피팟 랏차낏쁘라깐 태국 교통부 장관이 밝혔다.
사고 현장에서는 크레인 등 구조물 추가 붕괴 가능성이 적지 않아 구조대원이 현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안전 평가팀만 투입된 상태라고 현장 구조대원이 AP에 전했다.
이에 따라 붕괴 잔해에 갇힌 사람이 더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장소에서는 태국 대형 건설회사 '이탈리안-태국 개발'(ITD)이 방콕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주요 간선도로인 라마 2세 고속도로를 확장하는 공사 중이었다.
이 회사는 전날 열차 참사가 발생한 고속철도 공사 시공사이기도 해 이틀 연속 크레인 붕괴로 다수 사망자를 초래하는 기록을 만들었다.
피팟 장관은 "(이번에도) 이탈리안-태국(개발)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면서 "사고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였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32명 사망' 태국 열차 사고 현장 |
앞서 전날 오전 9시 30분께 태국 중부 나콘라차시마주 시키오 지역의 고속철도 고가철로 공사장에서 크레인이 붕괴, 공사장 아래의 기존 철로로 떨어지면서 방콕에서 동부 우본라차타니주로 향하던 열차의 2개 객차를 덮쳤다.
구조 당국은 전날 밤까지 수색을 벌인 결과 사망자 32명, 부상자 66명을 비롯한 모든 승객·승무원의 소재가 확인됐다면서 수색을 종료했다.
아누퐁 숙솜닛 나콘라차시마주 주지사는 "현장 구석구석을 철저히 수색한 결과 매몰되거나 실종된 사람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잔해를 제거하고 선로를 복구해 국민들이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태국국영철도(SRT)에 현장을 인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피팟 장관은 SRT에 열차 사고 원인과 책임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시공사인 ITD와 설계·감독을 맡은 중국 국영기업 중국국가철도그룹(CR) 계열사를 포함한 모든 관련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또 건설 계약서에 '열차 운행 중에는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는데도 공사가 계속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SRT 관계자는 조사위원회를 구성, 향후 15일 안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사고 책임자들을 가려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잣대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제의 공사 시공은 ITD가, 설계·건설 감독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국가철도그룹(CR) 계열사가 각각 맡았다면서 조사가 끝날 때까지 공사를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SRT는 이번 참사에 따른 철도 측 재산피해를 1억 밧(약 47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우선 시공사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특히 ITD는 지난해 3월 28일 미얀마 강진 당시 방콕에서 무너져 건설 노동자 등 96명의 사망을 초래한 30층 높이 감사원 신청사 건물 공사도 담당했다는 점에서 현지에서는 ITD에 분노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당시 지진 진앙에서 1천㎞ 이상 떨어진 방콕 시내에서 붕괴한 건물이 이 빌딩뿐이었던 데다가 중국 기업의 저질 강철 등 부실 자재가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바 있다.
태국 당국은 빌딩 설계·시공에 결함이 있었다고 보고 ITD의 대표와 설계 담당자·기술자 등 총 22명을 업무상 과실·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아직 재판이 열리기 전이다.
앞서 미얀마 강진 약 2주 전인 지난해 3월 15일에도 방콕 남서부의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건설 중이던 콘크리트 들보가 무너져 최소 5명이 숨졌는데 이 공사도 ITD가 맡았다.
게다가 2024년 8월 ITD가 공사하던 나콘라차시마주 고속철도 구간 현장에서도 터널이 무너져 작업자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날 사고가 난 라마 2세 고속도로를 매일 이용한다는 수라차이 웡호(61)는 AFP에 "태국에서는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제 정부가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도 전날 ITD를 겨냥해 "이런 사고가 매우 잦다"면서 당국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누틴 총리는 "이전 사고에도 연루된 업체가 이번 사고에도 관련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사고를 반복해서 일으키는 건설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SRT가 희생자 유족에게 보상금 8만 밧(약 3천700만원)을 제시한 데 대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희생자 유족뿐 아니라 정부에도 모욕적인 처사"라면서 수백만 밧의 보상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작년 붕괴한 방콕 30층 빌딩 공사에 중국 거대 국영기업 중국철로총공사(CREC)가 ITD와 합작으로 참여한 데 이어 전날 열차 사고가 벌어진 고속철도 공사에 중국 기업이 관여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문제의 고속철은 중국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인프라 사업의 일환으로서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라오스를 거쳐 방콕까지 연결하게 된다.
한편 전날 열차 사고 사망자 가운데 30대 후반 한국인 남성 A씨가 태국인 아내와 함께 숨진 것으로 파악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씨는 최근 방콕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뒤 아내의 연고지인 태국 동부 시사껫주로 돌아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 건물 붕괴 현장 |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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