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차별상담전화 평지,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재단법인 동천, 공익법단체 두루가 1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법원 삼거리에서 버스정류소 장애인 이동권 차별구제소송 1심 선고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
장애인들이 원활하게 버스정류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준수하게 해달라는 장애인 차별 구제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서울시 등 4곳에 ‘버스정류장 장애인 편의시설을 마련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다른 지자체 4곳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최종진)는 15일 지체장애인 김동림씨·최영은씨·장아무개씨와 시각장애인 곽아무개씨·윤아무개씨가 서울특별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 8명을 상대로 장애인 이동권 차별을 구제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김씨 등은 주거지 등 자주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을 관내로 하는 지자체를 상대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준수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교통행정기관 등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접근하고 이용함에 있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선 안 되고 장애인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이동할 수 있도록 필요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교통행정기관의 장은 특별시장, 광역시장 등 시도지사가 해당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교통약자법 시행령에 따르면, 버스정류장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블록, 유도 및 안내시설이 마련돼야 하고, 버스정류장은 휠체어의 진출입 및 회전 등이 가능해야 한다.
곽씨 등 시각장애인들은 소장에서 버스정류장에 점자블록이 없어 정류장을 찾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고, 점자노선도 없어 어떤 버스를 탈 수 있는지 확인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씨 등 지체장애인들은 버스정류장 진입로가 울퉁불퉁해 전동휠체어로 접근이 어렵고, 버스정류장 공간이 협소해 전동휠체어 회전 등 이동 과정의 동선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소장에서 제기했다. 이에 곽씨 등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블록과 점자안내판 등 버스정류장 유도 안내시설 설치를, 김씨 등 지체장애인들은 전동휠체어의 진출입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시각장애인인 곽씨에 대해 서울특별시와 서울특별시 종로구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준수하도록 버스정류장을 정비하라고 판결했다. 지체장애인인 장씨에게는 광주광역시와 광주광역시 북구가 해당 기준을 충족하도록 버스정류장을 정비하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시각장애인 곽씨의 나머지 청구와 지체장애인 김씨·최씨, 시각장애인 윤씨의 청구는 기각했다.
이날 법원 판결 뒤 서울중앙지법 청사 앞 삼거리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장애인차별상담전화 평지,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각 지자체는 모두를 위한 대중교통 시설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원고 대리인단에 있는 재단법인 동천의 김진영 변호사는 “원고 중 시각장애인이 여러 명인데 재판부는 일부 시각장애인의 청구 내용만 인정하고 다른 시각장애인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 없는 일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고는 직장, 은행, 병원 등 일상에 있어 모든 생활을 제한당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배제한 채로 운영될 때 결국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건 법원의 공정한 판결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법원은 원고들 곁에 서지 않았다. 일부는 인정됐지만 기각 결정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원고들은 버스정류소 편의시설이 마련돼있지 않은 탓에 그동안 겪어야 했던 불편함을 토로했다. 김동림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오늘의 소송을 하기 위해 5년 전 가을 집 근처 버스정류소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모니터링했던 기억이 난다. 정류장의 폭이 좁아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던 곳도 많았고, 애초에 리프트를 내리기 위한 적정 단차가 마련돼있지 않은 정류소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지자체별 재정 자립도나 의지에 따라 이동권의 수준이 결정돼선 안 된다. 단순한 권고를 넘어, 기준 미달시 법적 책임을 묻는 강력한 기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최영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 앉아있을 경우에는 전동휠체어가 크기 때문에 정류장 앞을 지나가거나 안에 머무는 것조차 불편해진다. 이는 일상 이동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며 “버스가 도착해 탑승하려면 저상버스의 휠체어 리프트가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정류장 주변에 인도 단차 등 여러 방해물이 있어 버스 기사님께서 제가 탈 수 있는 위치를 찾느라 차량을 여러 번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기사님과 다른 승객들에게도 부담된다”고 얘기했다.
김 변호사는 “일부 패소한 부분은 항소를 통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판단하겠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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