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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엿듣고 단어 익히는 개들…귀엽고 똑똑해, 18개월 유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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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엿듣고 단어 익히는 개들…귀엽고 똑똑해, 18개월 유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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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능력이 뛰어난 일부 개들은 다른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새로운 단어를 배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학습 능력이 뛰어난 일부 개들은 다른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새로운 단어를 배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학습 능력이 뛰어난 일부 개들은 다른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새로운 단어를 배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18개월 된 인간 유아 수준의 언어 능력으로, 개도 다양한 사회적 인지를 통해 의사소통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8일(현지시각) 샤니 드로르 오스트리아 비엔나 수의과대 박사후연구원과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대 연구진은 최근 연구에서 선천적 단어 학습 능력을 갖춘 개들이 보호자의 대화를 엿듣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물의 명칭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개의 이런 능력이 대화 속에서 관련 단어를 식별하는 것에서부터 사람의 시선, 몸짓, 목소리를 활용하는 능력까지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지난 20여년 동안 과학자들은 수십~수백 개의 장난감 이름을 익히고, 이를 몇 년간 기억하는 ‘천재 개’들의 사례를 확인해왔다. 2019년 사망한 보더콜리 견종 개 ‘체이서’는 사물 1022개의 이름을 구별할 줄 알았고, 요크셔테리어 ‘비키 나나’와 보더콜리 ‘리코’도 자신의 장난감 이름을 각각 42개, 59개까지 외웠다. 다만 이 같은 ‘라벨 학습(Label learning) 능력’을 지닌 개는 일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개가 ‘앉아’나 ‘기다려’ 같은 단순한 명령은 이해하지만, 특정 사물의 이름을 익히는 것은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천재 개’의 엿듣기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개에게 새 장난감을 소개하는 3단계 실험 절차를 구성했다. 샤니 드로르/사이언스 제공

연구진은 ‘천재 개’의 엿듣기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개에게 새 장난감을 소개하는 3단계 실험 절차를 구성했다. 샤니 드로르/사이언스 제공


연구진은 인간의 언어가 우리에게만 유효하지만, 일부 소통 방식은 다른 종과 공유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비인간 동물이 우연히 들은 대화 안에서 사물과 명칭을 연결지을 수 있다면, 이는 제3자의 상호작용을 관찰해 배우는 인간 유아의 인지와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엿들은 말로부터 사물의 명칭을 학습한 유사 사례는 보노보와 아프리카 회색앵무에서 기록된 바 있다.



연구진은 ‘천재 개’의 엿듣기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개에게 새 장난감을 소개하는 3단계 실험 절차를 구성했다. 총 10마리의 개에게 각각 새 장난감 2개를 소개하는 방식인데, 1단계에서는 1분 동안 개에게 장난감의 이름을 알려준다. ‘엿듣기 상황’을 가정해, 보호자가 개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은 채 다른 가족 구성원과 대화하며 장난감의 이름을 언급한다. 2단계에서는 보호자가 장난감 이름은 말하지 않으면서 3분간 놀아준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최대 20분 동안 개가 장난감을 혼자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놔뒀다. 각 장난감(A, B)은 동일한 절차를 거쳐 하루 2회씩 4일간 소개됐다. 결과적으로 각 장난감 이름이 노출된 시간은 실험 기간을 통틀어 8분 정도였다.



1단계에서는 ‘엿듣기 상황’을 가정해, 보호자가 개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은 채 다른 가족 구성원과 대화하며 장난감의 이름을 언급했다. 샤니 드로르/사이언스 제공

1단계에서는 ‘엿듣기 상황’을 가정해, 보호자가 개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은 채 다른 가족 구성원과 대화하며 장난감의 이름을 언급했다. 샤니 드로르/사이언스 제공


개들은 장난감 이름을 제대로 익힐 수 있었을까. 며칠 뒤 개와 보호자들은 학습 결과를 시험했다. 새 장난감 2개와 익숙한 장난감 9개를 다른 방 안에 둔 뒤 이름을 말해 특정 장난감을 가져오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개들은 평균 83% 확률로 새 장난감을 제대로 가져왔다. 이는 보호자가 직접 장난감의 이름을 알려줬을 때(92%)와 비슷한 성공률이었다. 실험 2주 뒤에 진행한 테스트에서도 개들은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이름을 구별해 학습 내용을 장기적으로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라벨 학습 능력이 없는 일반 개들에게 ‘엿듣기 상황’을 실험했을 때는 성공률이 우연 수준(5%)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사회인지 능력이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드로르 박사는 “천재 개들이 이러한 학습 능력을 어떻게 발달시켰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면서도 “언어를 갖추지 않은 종에서 이런 사회인지 과정이 관찰되는 것은 이 능력이 언어보다 앞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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