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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사상’ 에쓰오일 폭발 사고, 고위임원 모두 무죄…“부끄러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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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사상’ 에쓰오일 폭발 사고, 고위임원 모두 무죄…“부끄러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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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5월19일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장에서 폭발·화재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 2022년 5월19일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장에서 폭발·화재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10명의 사상자가 난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장 폭발·화재 사고의 형사 책임을 따지는 법원 선고가 3년8개월 만에 나왔다. 실무 직원만 실형을 선고받았고, 안전보건 총괄책임자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이재욱 판사는 15일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에쓰오일 온산공장의 전 정유생산본부장(현 최고안전책임자)과 전 생산운영본부장(안전보건총괄책임자), 전 정비부문장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생산팀장에게는 금고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공장장과 생산·정비부서 직원 5명에게는 금고 8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본부장 2명과 공장장은 1년6개월, 나머지는 10개월~1년을 구형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5월19일 에쓰오일 온산공장 폭발·화재 사고와 관련해 정비를 마친 설비를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부탄(C4)가스 차단 등 안전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하청업체 ㈜아폴로 소속 노동자 1명이 숨지고 원·하청 노동자 9명이 다쳤다.



이 판사는 판결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순서로 설비를 재가동하면서도 작업 전 안전회의를 하지 않고, 위험성 평가나 안전점검 등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실형을 선고한 생산팀장에 대해 “설비 재가동 직후 조정실을 떠나 관리·감독하지 않은 잘못이 제일 크다”고 지적했다. 공장장에 대해서도 안전조처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등 관리·감독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 판사는 “사고는 정비 작업과 설비 가동 과정에서 개별 작업자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으로 산업안전관리책임자 등의 산업재해 예방 조처가 잘못돼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고위 임원 3명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이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사고 당시 공장에 있지 않았고, 작업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이를 직접적으로 관리·감독할 의무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공장 자체 감사에서 잘못된 작업허가서와 안전절차 미준수 등 위반 사항이 다수 적발됐는데, 재판부는 이를 공장장의 책임을 묻는 근거로 들면서도, 그 상급자인 본부장들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수백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에서 일부가 업무절차나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는 어느 정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안이지 경영자 등의 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공장에서 적발된 안전 조처 위반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를 인정해 정유생산본부장한테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에쓰오일 법인에는 모두 벌금 1억2천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하청업체 ㈜아폴로 대표와 법인은 무죄로 판단했다.



이 사고로 에쓰오일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외국계 기업으로 처음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후세인 알 카타니 전 대표이사는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모두 이민호 전 최고안전책임자(CSO)에 위임했다는 이유로, 이 전 책임자는 위험성평가 절차와 안전 매뉴얼 등을 모두 마련했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했다. 고용노동부는 모두 혐의가 있다고 봤지만, 검찰이 이를 뒤집으면서 ‘반쪽 기소’ 논란이 일었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울산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며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였고, 재판부는 솜방망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판결을 내렸다”고 울산지검과 울산지법을 규탄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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