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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꼬리 자르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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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꼬리 자르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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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추경 편성 검토한 바 없어…원론적 취지의 말"
도마뱀은 천적에게 포획될 위기에 처할 때 생존을 위해 꼬리를 자르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감수한다,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는 우리 정치와 맞닿아 있다.

당 소속 의원이 부패, 성 비위, 불법 정치자금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면 정당은 거의 반사적으로 "개인의 일탈"을 선언한 뒤 해당 의원을 제명한다.

문제는 꼬리 자르기 정치는 위기 국면 돌파의 기술로 전락해 왔다는 점이다.

한국 정치의 '꼬리 자르기'는 위기관리나 자기 정화 가능보다 제도적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관행에 가깝다.

사건이 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로 축소되는 패턴이다.

윤리특위 제소, 당원권 정지, 최종적으로는 제명 카드가 등장한다.


겉으로는 단호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그 순간 논쟁의 초점은 '왜 그런 일이 반복되는가'가 아니라 '해당 의원을 얼마나 빨리 정리했는가'로 이동한다.

제명은 책임의 종결이 아니라 책임의 차단 장치로 기능한다.

의원을 제명하면 당은 "우리는 이미 조치했다"라는 방패를 얻게 된다.


이후 국회 윤리 심사나 사법 절차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더는 당의 책임이 아니라 '탈당·제명된 개인의 문제'가 된다.

이는 조직 차원의 사과, 재발 방지 대책, 제도 개선 논의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정당은 장기적 신뢰를 뒤로 한 채 단기적 생존, 당장 여론 수습을 우선한다.


문제는 또 있다.

꼬리 자르기의 선택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

여론이 격앙되거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신속한 제명이 이뤄지지만, 당내 권력 핵심과 가까운 인물, 계파적으로 보호받는 인물에게는 징계가 지연되거나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명은 윤리 기준이 아니라 정치적 손익 계산의 결과라는 인식이 굳어진다.

'원칙 없는 도려내기'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꼬리 자르기는 국면 전환을 꾀하는 데 유용한 정치적 전략이다.

그러나 반복될수록 국민은 "또 한 명 버리고 넘어가겠지."라는 정치적 냉소로 반응한다.

문제의 핵심은 제명 자체가 아니라 제명이 유일한 대응 수단처럼 작동하는 구조다.

복합적 처방 대신 가장 눈에 띄는 '절단'만을 선택해 왔다는 얘기다.

꼬리 자르기를 생존의 지혜로 바꾸려면, 절단 이후에 무엇을 고치고, 바꿀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최근 민주당에서 각종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의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한동훈을 기습 제명한 것이 꼬리 자르기 정치의 본보기가 아닐까? 이번 역시 자기 파괴적이고 정당 생존을 위한 정치 공학이며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김동우 K-메디치연구소 고문 정치,한동훈제명,김병기